“시즌1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했지만, 솔직히 나는 돈을 많이 벌지 못했다. 시즌2는 전편의 성공에 대한 보상에도 도움이 될 거다.”
글로벌 흥행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연출자 황동혁 감독이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 인터뷰에서 시즌1을 만들며 치아가 8~9개나 빠지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시즌2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돈” 때문에 다시 시즌2 기획과 연출에 나섰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이어 시즌1 때보다 시즌2 제작 과정의 스트레스가 “더 크다”면서도 “이야기를 다 마치지 못하기도 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돈” 때문에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에 나섰다는 황 감독의 말은 창작자로서 정당한 권리에 관한 주장을 담은 것이다.
BBC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흥행에 넷플릭스는 6억5000만 파운드(약 1조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황 감독은 별도의 흥행에 따른 “경제적 이익”은 얻지 못했다.
BBC는 이 같은 상황이 “현재 한국의 영화와 TV 제작자들이 해외 스트리밍 플랫폼과 맺고 있는 애증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부분”이라고 썼다.
“넷플릭스가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시장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정과 사랑을 받았지만, 창작자들은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아쉬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작품 저작권을 창작자가 아닌 넷플릭스가 보유하게 되면서 흥행 성과나 재방송에 따른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창작자들의 저작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법제로 인한 문제까지 얹혀 있다.
실제로 황 감독은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열린 저작권법 개정 관련 행사에서 “작품이 흥행에 실패하고 준비하던 게 엎어져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먼서 “저작권을 제작자에게 모은 저작 권리를 넘겨야 하는 관행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모든 창작자들의 경제적 삶에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BBC는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전 세계에 선보인 박해영 자가의 사례도 들었다.
박 작가는 BBC 인터뷰에서 “지금 같은 스트리밍 모델 아래서 내 모든 것을 쏟아붓기 꺼려진다”고 밝혔다. “대체로 드라마가 성공하면 어느 정도 미래가 보장되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4~5년 동안 드라마를 만든다”는
그는 하지만 “그런 보상이 없다면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제작사들도 수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넷플릭스 측은 이에 대해 “경쟁력 있는” 보상을 제공하며, 제작자에게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에 관계 없이 확실한 보상”을 보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공정한 수익 분배”에 대한 황 감독의 이 같은 생각이 ‘오징어 게임’ 시즌2를 통해 변화를 이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황 감독은 오는 12월26일 전 세계에 공개하는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대해 BBC를 통해 “전쟁, 기후변화, 전 세계적인 빈부격차를 지적”했다. 또 “갈등은 더 이상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에만 국한되지 않고 서로 다른 세대, 성별, 정치 진영 간에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말했다.
황 감독과 제작진이 최근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세트를 공개한 가운데 전편에서 첫 번째 게임 이후 게임을 계속할지 여부를 정하는 ‘OX’ 선택을 더 발전켰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남을지 혹은 나갈지, O와 X로 선택한 것에 따라 무리가 나뉘고, 그로 인해 편이 갈라지면서 갈등이 벌어지는 장치이다”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전편에서 456억원의 상금을 거머쥐기 위해 목숨을 내건 게임에 나선 사람들을 제치고 우승한 성기훈(이정재)이 다시 돌아와 처절하고 잔혹한 게임을 멈추기 위해 싸워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2에 대한 세상의 기대치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껴왔다면서 BBC를 통해 “조만간 치아 몇 개를 더 뽑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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