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김성철이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에서 자신만의 해석과 표현 방식으로 캐릭터를 재탄생시키며 시청자들을 완벽하게 설득했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을 택하고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은 그는 “더 잘하자는 마음보다 내 것을 하자는 마음이었다”며 작품에 임한 마음가짐을 떠올렸다.
김성철은 지난달 25일 공개된 ‘지옥’ 시즌2로 글로벌 시청자 앞에 섰다. ‘지옥’ 시즌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김성철 분) 의장과 박정자(김신록 분)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김현주 분)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 중 김성철은 마약 투약 혐의로 하차한 시즌1 유아인의 자리를 대신해 부활한 새진리회 1대 의장 정진수 역을 맡아 비밀리에 시연을 받은 후 지옥을 겪고 되살아난 정진수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처절하면서도 강렬한 연기로 담아내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시즌1 정진수와 달리, 지옥의 실체를 경험한 후 느끼는 두려움과 새로운 세상을 위해 자신의 부활을 이용하는 모습 등을 다층적으로 그려내며 새로운 정진수를 완성했다는 평이다.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 역시 “시즌2 정진수는 김성철 그 자체였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김성철은 작품을 택한 이유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 등 ‘지옥’ 시즌2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해당 기사에는 시리즈에 대한 다수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어떻게 출연을 결심하게 됐나.
“캐릭터가 매력 있었다. 앞으로 정진수 같은 캐릭터는 못맡을 것 같았다. 이런 서사를 가진 인물이 또 있을까, 교주로 망가진 세상을 지배하는 인물을 앞으로 작품에서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고 그 캐릭터성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선택했다. 지금까지 나도 유아인의 작품을 잘 봤고 언제나 감탄했기 때문에 비교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더 잘 해내야지 이런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내 것을 하자는 마음이었다. 연기도 작품을 보는 것도 워낙 주관적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좋아해 줄 것이고 혹여 반대의견이 있다고 한들 나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매번 성공할 순 없는 것이고 모든 캐릭터가 다 사랑받을 순 없는 거잖나. 물론 내가 하는 모든 작품이 다 잘되고 다 많은 사랑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건 내 바람일 뿐이다.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한 거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거다. 찍을 때도 재밌었고 되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다.”
-연상호 감독이 어떤 이야기를 하며 제안했나.
“감독님도 급했고 대체자를 찾아야 했고 내가 유일하다, 나밖에 없다고 했다. 나는 작품을 선택할 때 첫 번째가 얼마나 나를 원하는지다. 감독님이 나를 원하면 원할수록 작품도 잘 나오고 나의 캐릭터도 잘 완성되기 때문에 감독님이 내게 보여준 자신감이나 이 작품에 대한 애정도, 나라는 배우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믿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즌1에서 정진수를 연기한 유아인과 다른 해석, 표현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연결성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시즌1보다는 원작 웹툰을 토대로 캐릭터 구축을 했고 연결성을 가져가려고 했다. 시즌2는 시즌1과 다른 그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접근 방식을 다르게 갔다. 정진수가 가진 가장 거대한 감정이 뭘까 생각했을 때 공포, 두려움이었다. 20년 동안 두려움에 시달렸던 사람이 새진리회라는 교리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하나의 종교가 됐고 그 종교를 사람들에게 세뇌를 시켰다. 그게 시즌1에서 그려지는 정진수다. 시즌2에서는 정진수의 속내가 드러나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캐릭터의 연결성은 조금 뒤로 하고 시즌2에서의 정진수의 모습에만 집중했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시즌1와 같은 장면을 연기해야 했다.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정말 어려운 장면이었다. 물론 나도 힘들었지만 감독님, 스태프 모두 힘들었을 거다. 그 장면을 찍을 때 과연 김성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다. 기대보단 걱정이 많았을 거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내겐 그들의 주관적인 기대에 충족됐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정진수를 첫 신으로 각인시켜야 하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부담은 있었지만 시즌1를 본 시청자들이 이미 정진수를 알기 때문에 나는 나대로 더 에너제틱하게 하려고 했다. 일부러 그 장면 촬영을 뒤로 미룬 걸로 알고 있다. 조금 더 정진수화됐을 때 찍고 싶었던 것 같다. 나도 좋았다. 여러 시도를 했고 감독님이 원하는 걸 택했다.”
-외적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체중 감량도 했다고. 비주얼 구축 과정이 궁금하다.
“원작 웹툰을 보면 정진수가 빼빼 마른 느낌이다. 볼이 패이고 피폐해 보이고 저 사람은 물만 먹고 사나 이런 느낌. 당시에는 8kg 정도 감량을 했다. 지금과 10kg 정도 차이가 난다. 워낙 운동도 좋아하고 큰 몸을 좋아해서 그걸 유지하는 편인데 그때는 많이 마르게 했었다. 시간이 제한적이라 우선 수분을 많이 뺐다.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뼈만 남은 상태로 하지 않았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지옥’ 비주얼이 화려하잖나. 햇살반 선생님이나 화살촉 인물들도 그렇고 민혜진도 얼굴에 큰 상처가 있다. 그런데 정진수는 아무것도 없다. 다른 캐릭터들의 화려한 비주얼과 첫 번째로 느껴지는 시각적인 효과를 정진수라는 캐릭터성 하나로 이겨낼 수 있을까, 에너지값이 대등할 수 있는가 그게 나의 숙제였다. 그래서 눈으로 더 표현하고자 했다.”
-정진수의 엔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나.
“정진수는 사람들을 이용하는 인물이고 자신이 가진 공포를 다른 사람들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피해의식과 부정적인 감정으로 똘똘 뭉친 존재라고 생각했다. 지옥에서 끊임없이 시연을 당하고 다시 돌아와서도 천세형, 화살촉을 이용한다. 단순히 박정자를 만나기 위함이다. 얼마나 비겁한 인물인가. 그래서 다시 지옥에 끌려가는 게 아닐까. 어떻게 보면 부활이라는 게 기회일 수 있잖나. 조금이라도 착하게 살아보자는 마음이었다면 또 다른 결말이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결국 마지막에 지옥 사자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정진수가 부활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즌2를 위해서?(웃음) 박정자와 정진수가 부활하는데 시즌1에서 박정자는 착한 인물이었다. 죄를 지은 게 없고 두 자녀를 사랑한 죄밖에 없다. 그런데 박정자는 지옥에 갔다. 정진수는 그때도 박정자가 죄를 지었기 때문에 지옥에 가는 거라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시즌2에서 정진수는 지옥사자가 되고 박정자는 그리운 사람을 만난다. 악인은 처벌이 되고 선인은 처벌되지 않는다, 그게 내 나름의 해석이었다. 정진수라는 인물의 결말을 보여주기 위해 부활시킨 게 아닐까. 단순히 시연을 당하고 끝이 아니라.”
-연상호 감독의 이야기에는 어떤 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아이디어가 정말 독특하고 특별한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싶다. 단어들도 되게 특이하잖나. 고지, 시연 같은. 대본을 처음 받으면 말들이 되게 어렵다. 어떤 사념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굉장히 문어적이고 이걸 어떻게 연기하지 싶은데, 이게 다 감독님 아이디어니까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지옥’ 시즌2는 배우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이 작품을 통해 얻은 성취가 있다면.
“작품을 하나하나 할 때마다 등산하는 기분이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다 보면 가끔은 내리막도 있을 것이고 가끔은 평지도 나올 거다. 등산할 때도 정상에 올라가면 좋은 경치를 볼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그냥 유산소 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올라간다. ‘지옥’도 내게 그런 작품이지 않을까. 대표작 혹은 인생작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매 작품 내가 갖는 바람이고 조금 더 먼 미래의 관점에서 본다면 열심히 했고 재밌는 작품이었다. 큰 도전이었다. 누군가의 배턴을 이어받는다는 게 어려운 도전이었다. 그런데 계속 다짐했다. 난 할 수 있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자. 그래서 끝났을 때 어떤 결과물에 대한 성취감보다 내가 또 한 작품을 해냈구나 하는 마음이 컸다.”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연극‧뮤지컬 등 무대에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고민,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도 궁금하다.
“매 작품 도전이고 새로운 캐릭터를 맡는 것도 굉장한 도전이다. 책임져야 하는 것도 점점 많아지니까 그것 자체도 도전이다. 20~30분 나와서 강인하게 기억에 남는 연기를 지금까지 했다면 앞으로는 천천히 스며들 수 있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그것도 도전일 것 같다. 공연은 나의 일상이고 3시간 동안 관객을 압도하는 게 나의 일이었다. 더 나아가 카메라 앞에서 관객들에게 더 많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될까 싶다. 그래서 공연이 좋거든. 내가 가진 에너지와 표현하는 것들을 즉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관객이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다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카메라는 수많은 기술이 필요하고 많은 편집이 필요하다. 그것들을 더 유연하게 해나가는 게 나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체력이 된다면 다작할 것이고 큰 무리가 없다면 앞으로도 병행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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