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엘르보이스] 사회가 거대한 남미새라면

엘르 조회수  

남편들의 이상에 맞는 부인들로 가득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
남편들의 이상에 맞는 부인들로 가득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

남편들의 이상에 맞는 부인들로 가득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

“여동생이 ‘개념녀’인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최근 숙명여대 강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중간고사가 한창이던 시기에 페미니즘 출판인의 강연을 들으러 온, 틀림없이 페미니스트일 게 분명한 질문자는 내게 동생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 있는지 물었다. 왜 그는 동생을 ‘개념녀’로 여겼을까? 그리고 그런 동생에게 왜 페미니즘 책을 소개하고 싶었을까?
질문자의 고민에 공감하는 여성은 많을 것이다. 최근 ‘개념녀’의 자리를 등치한 ‘남미새’라는 말이 확산된 것이 바로 이런 공감대의 결과다. 남미새란 무엇인가? 단순히 자기 남자친구나 남자 연예인을 깊이 사랑한다고 남미새인 건 아니다. 내 경험으로 이해한 남미새의 정의는 일단 남성에게 관대하고 여성에게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다. 남성 지인이 실언하면 웃어넘기거나 “그래도 싫은 티 내니까 사과해 주더라”라며 고마워하지만 여성의 실수는 바로 뒷담화의 연료로 사용하는 식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오직 남성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고 동성을 배척하거나 예민한 집단 취급하기도 한다(대표 ‘남미새’ 발언은 “난 남자들이 더 편하더라”다).
물론 이런 경향을 젊은 여성들이 만들어낸 건 아니다. 미디어와 사회 전반 분위기로서 존재한다. 남성 혼자 사는 집이 지저분하면 “남자들은 원래 저렇다”며 친근해하고 이불을 반듯하게 개어둔 것만으로도 칭찬하는 따스한 시선이 여성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주방이 깨끗하면 “요리는 잘 안 하나 보다”부터 시작해 집이 흠잡을 데 없을 경우 “저렇게 살림을 잘하는데 남자가 없다”는 것을 최후의 흠으로 거론하는 것이 우리 사회다. 우리만 그런가? 당장 미국 대선을 보자. 과거 형사 판결 이력이 있는 남성 후보에게는 “인간답고 솔직하다”고 하지만 마이크를 쥔 것이 여성일 경우 문득 스친 표정 하나로 “건방져 보인다”며 인성을 평가받는 것이 현실이 전 지구적으로 목격된다. 그렇다면 이 새로울 것 없는 이중 잣대가 왜 최근 ‘남미새’라는 호칭으로 젊은 여성 사이에서 적발되고 있을까?
약간의 희망을 품어 말하자면 ‘구조적 성차별’이 여성 공통의 현실이라는 이해가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성으로서 성평등을 추구하는 것을 ‘팀플’ 개념으로 봤을 때 남미새의 존재는 ‘팀킬’이다. 이 공감대가 생기며 나와 친구들은 서로 검열을 요청하기도 한다. “아, 방금 나 남미새 같았지?” “어, 좀.” 그렇게 주고받으며 “아이고” 같은 느낌으로 짧게 찡그리기도, 마주 보며 웃기도 한다. ‘남미새’가 이런 쓰임을 갖게 된 것은 그 속성이 정확히 여성혐오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남미새적 행동양식을 의심 없이 반복하는 이들은 남성이라는 기득권 집단의 기분과 이해관계를 자신과 동일시한다. 남성이 불편해할 것 같은 논의는 자신도 불편하고, 남성들이 선호할 것 같은 여성의 모습을 재현해 그 역할을 수행하는 식이다. 그러니 페미니스트 혹은 스스로 그렇게 정체화하지 않았더라도 ‘팀플’을 잘해보려는 이들에게 이들은 ‘악성 조원’이 될 수밖에!

책이 세상을 넓힐 수 있을까? 페미니즘 고전들 ⓒRead&Co
책이 세상을 넓힐 수 있을까? 페미니즘 고전들 ⓒRead&Co

책이 세상을 넓힐 수 있을까? 페미니즘 고전들 ⓒRead&Co

다시 강연장으로 돌아가면, 현재 대학생인 질문자의 동생이라면 아직 10대거나 20대 초반일 확률이 높다. 생존과 연결되는 취업 관문이나 직장 문화 속 성차별은 겪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 지금은 ‘개념녀’라고 하지만, 변화는 시간문제 아닐까? “동생분이 언니의 추천 책을 열린 마음으로 읽을 만한 관계라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몇 권의 책을 추천하긴 했으나 책보다 강력한 건 질문자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동생에게 보여주느냐 하는 것이다. 언니가 페미니스트로서 즐겁게 살아간다면, 그런 언니의 삶이 좋아 보인다면 이 자매는 평생 좋은 동료가 될 거다.
‘거대한 남미새의 산실’과도 같은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주변인의 존재는 중요하다. 사회가 남미새라는 것은 결코 과장도,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교육 현장의 많은 이가 증언하듯 여성 집단을 대상화하고 낙인찍는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고분고분하지 않거나 머리가 짧은 여자아이에게 ‘페미냐’며 조롱하는 일이 초등학교 교실에서부터 일어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부모마저 성평등 교육을 ‘남자애들 기 죽인다’ ‘우리 애는 그럴 리 없다’며 꺼리는 게 현실이다. 집단의식 자체가 남미새의 문법을 따르고 있지만, 그래도 내 주변에 이 문법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달라진다. 성평등이 상식임을 계속 환기하는 일. 출판사 봄알람의 다음 책도 그 즐거운 실천이 될 것이다.

엘르
엘르

이두루

페미니스트 출판사 봄알람 대표. 현실을 다룬 텍스트와 논의가 여성의 삶에 즉각적으로 개입하는 힘을 믿는다.

엘르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연예] 랭킹 뉴스

  • '정년이' 우다비, 나비처럼 날아오를 [인터뷰]
  • '희귀병 완치' 문근영, '가을동화' 시절 소환 "뭐든 다 할 수 있다"
  • 스타들의 고기 맛집
  • 이미주, 유재석 만난 건 필연? "이승아로 개명한 뒤 상황 좋아져"
  • 첫만남에 정명의 ‘두자녀’ 언급한 보민 아버지 : 다음말에 바로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 럭셔리와 캐주얼을 아우르는 종킴의 세계

[연예] 공감 뉴스

  • "공개 D-13…" 무려 '1억 5000만 뷰' 신화 쓴 인기 웹툰, OTT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 “돈 고생…” 박원숙이 힘들때 들은 말: 서운했지만 먹먹한 깨달음은 뒤늦게 찾아왔다
  • 세계테마기행 인도네시아 4부, 반둥 편
  • “갈비는 실컷…!” 이상순이 ‘재력가 집안설’에 시원하게 해명했고 귀가 쫑긋 선다
  • '짝퉁 제왕' 되는 김수현 "로맨스는 15%뿐"
  • MBC '오늘N' 2381회 임영웅 추천 두부전골 맛집 위치 어디 주소

당신을 위한 인기글

  • 한식에 술만 있다면 무한으로 마실 수 있는 술꾼이 인정한 한식주점 5곳
  • 찬바람에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지금, 딱 좋은 감자탕 맛집 BEST5
  •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굴 맛집 BEST5
  • 노릇한 껍질과 촉촉한 살코기! 다채로운 맛의 북경오리 맛집 BEST5
  • [리뷰: 포테이토 지수 72%] ‘위키드’ 중력을 거스르지 못한 완성도
  • ‘짝퉁 제왕’ 되는 김수현 “로맨스는 15%뿐”
  • 전지현·현빈·김수현·박은빈·도경수까지, 디즈니+ 빛낼 새 얼굴은?
  • [데일리 핫이슈] 로제·브루노 마스 ‘아파트’ 첫 라이브, 고현정 ‘유퀴즈’ 출격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박상웅 주최 '초일류국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특별강연회 성료

    뉴스 

  • 2
    "아빠들 심장 떨린다"…신형 쉐보레 말리부, 역대급 렌더링 등장

    뉴스 

  • 3
    "연금·건보개혁 없으면 40년 뒤 복지지출 비중 74% 증가"

    뉴스 

  • 4
    ‘7년 차’ 구광모의 2025년 인사 키워드는 ‘안정 속 ‘ABC’ 준비 속도’

    차·테크 

  • 5
    탯줄도 그대로… 지하상가 화장실서 가방에 담긴 채 버려진 신생아 발견됐다

    뉴스 

[연예] 인기 뉴스

  • '정년이' 우다비, 나비처럼 날아오를 [인터뷰]
  • '희귀병 완치' 문근영, '가을동화' 시절 소환 "뭐든 다 할 수 있다"
  • 스타들의 고기 맛집
  • 이미주, 유재석 만난 건 필연? "이승아로 개명한 뒤 상황 좋아져"
  • 첫만남에 정명의 ‘두자녀’ 언급한 보민 아버지 : 다음말에 바로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 럭셔리와 캐주얼을 아우르는 종킴의 세계

지금 뜨는 뉴스

  • 1
    고립·은둔 청년 지원, 체계화 필요

    뉴스 

  • 2
    [홋카이도 여행] 12월 1월 겨울 북해도 삿포로 여행! 비에이 버스투어 BEST 3 추천! :: 투어 코스 및 스펙 비교 총정리

    여행맛집 

  • 3
    [르포] 매립지엔 자연이 살아 숨 쉰다

    뉴스 

  • 4
    ‘K콘텐츠 애정공세’ 디즈니… “더 화려한 배우진과 색다른 소재로” (종합)

    차·테크 

  • 5
    서울역놀거리 핫플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우연히 웨스 앤더슨2 12월 전시회

    여행맛집 

[연예] 추천 뉴스

  • "공개 D-13…" 무려 '1억 5000만 뷰' 신화 쓴 인기 웹툰, OTT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 “돈 고생…” 박원숙이 힘들때 들은 말: 서운했지만 먹먹한 깨달음은 뒤늦게 찾아왔다
  • 세계테마기행 인도네시아 4부, 반둥 편
  • “갈비는 실컷…!” 이상순이 ‘재력가 집안설’에 시원하게 해명했고 귀가 쫑긋 선다
  • '짝퉁 제왕' 되는 김수현 "로맨스는 15%뿐"
  • MBC '오늘N' 2381회 임영웅 추천 두부전골 맛집 위치 어디 주소

당신을 위한 인기글

  • 한식에 술만 있다면 무한으로 마실 수 있는 술꾼이 인정한 한식주점 5곳
  • 찬바람에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지금, 딱 좋은 감자탕 맛집 BEST5
  •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굴 맛집 BEST5
  • 노릇한 껍질과 촉촉한 살코기! 다채로운 맛의 북경오리 맛집 BEST5
  • [리뷰: 포테이토 지수 72%] ‘위키드’ 중력을 거스르지 못한 완성도
  • ‘짝퉁 제왕’ 되는 김수현 “로맨스는 15%뿐”
  • 전지현·현빈·김수현·박은빈·도경수까지, 디즈니+ 빛낼 새 얼굴은?
  • [데일리 핫이슈] 로제·브루노 마스 ‘아파트’ 첫 라이브, 고현정 ‘유퀴즈’ 출격

추천 뉴스

  • 1
    박상웅 주최 '초일류국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특별강연회 성료

    뉴스 

  • 2
    "아빠들 심장 떨린다"…신형 쉐보레 말리부, 역대급 렌더링 등장

    뉴스 

  • 3
    "연금·건보개혁 없으면 40년 뒤 복지지출 비중 74% 증가"

    뉴스 

  • 4
    ‘7년 차’ 구광모의 2025년 인사 키워드는 ‘안정 속 ‘ABC’ 준비 속도’

    차·테크 

  • 5
    탯줄도 그대로… 지하상가 화장실서 가방에 담긴 채 버려진 신생아 발견됐다

    뉴스 

지금 뜨는 뉴스

  • 1
    고립·은둔 청년 지원, 체계화 필요

    뉴스 

  • 2
    [홋카이도 여행] 12월 1월 겨울 북해도 삿포로 여행! 비에이 버스투어 BEST 3 추천! :: 투어 코스 및 스펙 비교 총정리

    여행맛집 

  • 3
    [르포] 매립지엔 자연이 살아 숨 쉰다

    뉴스 

  • 4
    ‘K콘텐츠 애정공세’ 디즈니… “더 화려한 배우진과 색다른 소재로” (종합)

    차·테크 

  • 5
    서울역놀거리 핫플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우연히 웨스 앤더슨2 12월 전시회

    여행맛집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