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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사명감 느껴”… 진심 다한 ‘소방관’, 관객에게 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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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친 영화 ‘소방관’ 주역들. (왼쪽부터)주원‧유재명‧이유영‧김민재‧오대환‧이준혁‧장영남.  / 뉴시스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친 영화 ‘소방관’ 주역들. (왼쪽부터)주원‧유재명‧이유영‧김민재‧오대환‧이준혁‧장영남.  / 뉴시스

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잊지 말아야 할, 곱씹고 새겨야 할 ‘영웅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의 진심이 관객에게 닿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소방관’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곽경택 감독과 배우 주원‧유재명‧이유영‧김민재‧오대환‧이준혁‧장영남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이야기로, 실제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했다. 영화 ‘친구’ ‘똥개’ ‘극비수사’ 등 한국 영화사에 굵직한 작품을 남기며 시대의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곽경택 감독이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2019)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곽경택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작품 ‘친구’부터 1978년 부산에서 실제 일어난 유괴 사건을 다룬 ‘극비수사’, 인천상륙작전의 양동작전인 장사상륙작전에 참전한 인물들을 다룬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등 사실을 기반으로 한 작품에서 큰 호응을 얻어왔다. 이번 ‘소방관’에서도 그의 장기를 살려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과 관련된 서울 서부소방서 대원들의 이야기를 묵직하게 그려낼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서부소방서 신입 소방관 철웅 역에 주원을 필두로, 구조대장 인기 역에 유재명, 구급대원 서희 역에 이유영, 소방관 용태 역에 김민재, 효종 역에 오대환, 기철 역에 이준혁 그리고 유일한 소방관의 가족 도순 역에 장영남 등 연기파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열연이 더해져 묵직한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더한다. 

‘소방관’으로 돌아온 곽경택 감독. / 뉴시스
‘소방관’으로 돌아온 곽경택 감독. / 뉴시스

이날 곽경택 감독은 “전작(‘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서 어린 학도병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또 소방관의 힘든 이야기를 하는 게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 것 같았다”며 처음 연출 제안을 받고 거절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방관을 향한 진심 어린 마음 때문이었다. 곽경택 감독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소방관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며 “그분들에게 뭔가를 해드리는 게 맞는 것 같고 그래야 나도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결국엔 하게 됐다. 약간의 부채 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연출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촬영에 앞서 실제 홍제동 사건 생존자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는 곽경택 감독은 “당시 상황이나 심정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못했고 그분도 말하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느낌으로 알 수밖에 없었다”며 “그분에게는 깊은 상처로 남아있을 기억을 자꾸 내가 꺼내게 하는 것도 아닌 거 같아서다. 이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현장이라는 것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는지에 대한 공부만 했다”고 전했다. 

실제 화재 현장을 방불케 하는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도 했다. 곽경태 감독은 “그동안 소방관이 주인공인 영화가 나왔지만 대부분 장르적으로 차용을 했고 직설적으로 소방관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소방관들이 봤을 때 실제 현장과 대단히 닮았다는 말을 해야 연출을 제대로 한 거라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불도 불이지만 공포스러운 현장의 연기를 표현해내는 게 중요했다”며 “최대한 화재 현장이 얼마나 무섭고 용기가 필요한 현장인지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어떻게든 기존 영화에서 보지 못한 장면을 구현하는 게 연출작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이며 화재 현장 속 아비규환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했음을 예고했다. 

열정을 불태웠다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준혁‧유재명‧오대환‧김민재. / 뉴시스​
열정을 불태웠다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준혁‧유재명‧오대환‧김민재. / 뉴시스​

몸을 던진 희생 정신이 살아난 장면도 탄생했는데, 그중에서도 이준혁은 대역 없이 등에 불을 붙이는 등 몸을 사리지 않은 열연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준혁은 “어릴 때 화상을 입은 적이 있어서 불을 무서워하는 데 스태프들이 정말 안전하게 잘 해줘서 잘 마칠 수 있었다”며 “나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리얼리티를 강조했기 때문에 당연히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이준혁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남다른 마음가짐과 책임감으로 작품에 임했다. 특히 본격 촬영에 앞서 몇 주간 소방 교육을 수료하기도 했는데 이런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방관들의 직업 정신이 발휘됐고 그들의 노고와 용기를 더 가까이서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유재명은 “실제로 현장에 가서 훈련을 받는 게 낯선 경험이었는데 너무 덥고 힘들었다”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 체험하는데 (소방관들이) 정말 힘든 과정을 수행하는구나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팀워크’도 더욱 단단해졌다. 김민재는 “연기이긴 하나 같이 협력하고 보호해야 하는 상황 속 경험을 통해 팀워크가 그냥 생기는 것 같았다”면서 “또 대원들 간의 정서적 교류도 체험하게 되면서 소방대원들의 삶을 조금 더 들여다보는 시선이 생기게 됐다”고 했고, 오대환도 “안전장치는 했지만 위험한 촬영이 많았는데 배우들이 서로 의지를 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보탰다.

주원(왼쪽)과 이유영(오른쪽 위), 장영남이 영화와 소방, 구급대원들을 향한 따뜻한 관심을 당부했다. / 뉴시스​​
주원(왼쪽)과 이유영(오른쪽 위), 장영남이 영화와 소방, 구급대원들을 향한 따뜻한 관심을 당부했다. / 뉴시스​​

주원은 “사명감 같은 게 생겼다”며 작품 전후로 달라진 마음가짐을 전했다. 주원은 “어렸을 때 소방관이 너무 멋있고 소방차만 봐도 항상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며 “크면서 조금 잊고 지내다가 이 영화를 한 후 지나가는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소방차를 봐도 그렇고 소방관들을 더 생각하게 됐고 그들의 노고와 헌신을 조금 더 생각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소방관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주원은 “화재 장면을 찍을 때 너무 뜨겁고 무서웠는데 소방관들은 이 상황을 매일 겪고 있잖나. 매일 화마에 맞서 싸우는 걸 느끼며 이만한 용기가 있을까, 우리가 그동안 생각한 용기는 용기가 아니었구나 싶었다. 진정한 용기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영화의 주역들은 영화를 통해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가 개선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이유영은 “구급대원에 대해 많이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항상 긴박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 대원들의 안전을 신경 써주는 구급대원들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고 장영남은 “늘 지켜줘서, 늘 곁에 계셔줘서 감사하다”며 “위험한 순간에 노출돼 있지만 항상 건강하길, 하루하루 행복하길 바란다”고 소방관들을 향해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유재명은 “매일 아침 뉴스를 통해 밤사이 사건 사고를 일상적으로 접했는데 이 영화를 찍고 나서 소방관들이 생명을 지키기 위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 알게 됐다”면서 “그런데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얼마 전 한 프로그램에서 그분들의 급식을 봤는데 정말 말이 안 되더라. 이분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 기억되는 영화로 마무리되길 바라고 동시에 그런 지점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곽경택 감독(왼쪽)이 주연배우 곽도원 논란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 뉴시스​
곽경택 감독(왼쪽)이 주연배우 곽도원 논란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 뉴시스​

이날 곽경택 감독은 주연배우 곽도원 음주 운전 논란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털어놨다. ‘소방관’은 2020년 모든 촬영을 마쳤지만 2022년 주연배우 곽도원이 음주 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되면서 개봉이 미뤄지게 됐다. 그리고 4년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이에 대해 곽경택 감독은 “2년 전 영화 개봉을 준비하면서 후반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소식을 들었다”며 “솔직한 심정을 말하면 (곽도원이) 아주 밉다. 원망스럽다. 그리고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해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깊은 반성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따끔하게 일침했다.  

이어 “혼자 내내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소방관계자 한 분에게 개봉을 하게 됐고 이런 속상한 점이 있다고 했더니 소방관들도 혼자 들어가는 게 아니잖나, 팀이 들어가서 같이 해내는 것처럼 다른 배우, 스태프가 있으니 힘내라고 하더라. 그 말에 많은 용기를 얻었고 그런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덧붙였다. 

곽도원 출연 분량 편집에 대해서는 “특별히 많이 들어내진 않았다”며 “4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OTT나 숏폼 리듬에 익숙해진 상황이라 우리 영화도 관객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 전체적인 편집을 타이트하게 진행했다. 그중 자연스럽게 빠질 수 있는 부분을 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곽경택 감독은 “영화 속 무서운 화재 현장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각자 다 조심해서 소방관들에게 조금 덜 전화를 걸게 하는 게 나의 최종적인 바람”이라고 전하며 많은 관객들에게 닿길 희망했다. 오는 12월 4일 개봉한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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