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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 사랑이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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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망’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영화사 진진
영화 ‘미망’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영화사 진진

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영화 ‘미망’(감독 김태양)은 길을 걷다 우연히 과거 연인이었던 ‘남자’(하성국 분)를 마주친 ‘여자’(이명하 분)의 시간을 따라가는 광화문 로맨스로, 단편 영화 ‘달팽이’ ‘서울극장’을 통해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주목받은 신예 김태양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넷팩 심사위원 특별언급을 시작으로, 제26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퍼스트 타임 디렉터상 수상, 제14회 바르셀로나 국제작가영화제 대상 등을 석권하며 탄탄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오는 20일 정식 개봉을 통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미망’은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거머쥔 단편 영화 ‘달팽이’ ‘서울극장’을 새롭게 완성한 ‘소우’까지 김태양 감독의 세 개의 단편을 엮어 약 4년 만에 완성한 트롤로지 무비다.

김태양 감독은 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에는 장편으로 만들 뚜렷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영화의 출발을 떠올렸다. 

김태양 감독은 “영화 속 ‘남자’처럼 실제 종로에서 미술을 배우고 있었는데 우연히 길에서 이명하를 만났다”며 “영화에서처럼 나의 등을 두드렸고 서울극장에 가는 길이었고 그를 데려다주는 일이 실제 있었다. 그 일로 영화를 같이 찍자고 약속해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 촬영 마지막 날 지금의 ‘미망’ 구성이 모두 떠올랐다”고 이야기했다. 

3막 구조를 택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시간의 흐름을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태양 감독은 “첫 번째 파트가 낮에 끝나는데 극 중 ‘여자’가 ‘팀장’에게 저녁에 술을 먹자는 전화를 받게 된다”며 “‘여자’가 ‘남자’와 헤어지고 나서 그 팀장과 술을 마시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생각으로 두 번째 파트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날의 밤은 아니고 몇 년 후의 밤이지만 같은 날처럼 느껴지길 바랐고 낮과 밤으로 이어지길 바랐다”며 “다시 반복되는 낮과 밤으로 두 번 반복되는 구성을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영화는 서울 광화문 일대를 배경으로 한다. 극 안에서 광화문은 네 남녀의 관계가 피고 지는 주요한 공간으로 등장하며 ‘여자’와 ‘남자’로 하여금 함께했던 지난 시간을 상기하는 역할을 한다. 종로를 로케이션으로 택한 것에 대해 김태양 감독은 “종로는 서울의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이테크 빌딩도 있고 피맛골 같은 작은 상점들, 공구 상가도 있다. 경복궁을 포함한 여러 궁궐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재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사람들 역시 어른들뿐 아니라 최근 ‘힙지로’라고 해서 젊은 사장님들이 그 공간을 발전시키고 있다”며 “그런 지점이 흥미로웠고 우리 영화에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왼쪽부터) ‘미망’ 연출을 맡은 김태양 감독과 출연배우 이명하‧하성국‧박봉준‧정수지‧백승진. / 시사위크 DB
(왼쪽부터) ‘미망’ 연출을 맡은 김태양 감독과 출연배우 이명하‧하성국‧박봉준‧정수지‧백승진. / 시사위크 DB

음악을 통해 ‘여자’와 ‘남자’의 서사에 깊이를 더한 점도 흥미롭다. 특히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거 아니라고’와 ‘그때 그 노래’는 3막의 결정적 순간을 장식하며 더 짙은 여운을 선사한다. 김태양 감독은 “세 번째 파트를 촬영하기 전에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을 굉장히 많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 것도 있는데, ‘별것 아니’라는 말이 이 영화와 맥이 잘 닿아있었다”고 선곡 배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허락을 무조건 받아야 해서 편집을 하고 이 영화에 이 음악이 사용돼야 하는 이유를 편지로 써서 장기하와 얼굴들 회사에 보냈다”며 “중간까지 완성된 편집본을 보고 회의를 거친 후 흔쾌히 허락해 줘서 영화에 삽입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명하‧하성국‧박봉준‧백승진‧정수지 등 배우들의 담백한 연기 앙상블도 ‘미망’을 빛나게 하는 이유다. 특히 여자 역의 이명하와 남자 역의 하성국은 시간의 흐름과 변화 속 미묘한 관계성과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몰입을 이끈다. 

이명하는 “2019년 촬영을 시작해서 2022년 겨울 촬영이 종료됐다”며 “4년 정도 촬영 기간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덕을 봤다. 실제 내가 나이가 들었고 내적, 외적으로 변화가 있었다. 그게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좋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계절이 나오기 때문에 계절감을 잘 살릴 수 있는 의상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하성국도 “실제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자연스럽게 변화가 잘 보였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1부 이야기를 찍고 3부 이야기로 이어졌을 때 별개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여도 상관없고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그래서 개별적인 이야기로 접근했고 감독님이 전체적으로 잘 묶어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김태양 감독은 “‘미망’은 기존 로맨스와는 조금 다른 로맨스 영화”라고 소개했다. 김태양 감독은 “일반적으로 로맨스 영화라고 하면 사랑이 이뤄지거나 사랑을 하다가 헤어지거나 사랑의 생로병사를 다루는데, ‘미망’은 사랑의 과정도 아니고 이별한 순간도 아니다. 타이밍이 어긋난 순간들”이라고 했다. 

이어 “타이밍이 안 맞아서 미끄러지는 것들이 꽤 많은데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을 향해 가진 마음이 사라지거나 그 사람에게 들은 말들이 내 안에서 잊히지 않잖나. 결국 내게 묻어서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그 마음을 준 상대방에게 묻고 그 사람을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묻음이 다른 사랑을 하게 될 때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도 로맨스라고 생다”고 전하며 ‘미망’만의 색다른 로맨스를 자신했다. 곧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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