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노윤서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2022)에서 고등학생 방영주 역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며 데뷔와 동시에 주목을 받았다. 이후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2022), 드라마 ‘일타 스캔들’(2023),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2023),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2024) 등 굵직한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리고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청설’(감독 조선호)로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도 마쳤다.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 분)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분),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 분)의 청량하고 설레는 순간들을 담은 ‘청설’에서 여름 역을 맡은 노윤서는 한층 깊어진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으로 또 한 번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가 연기한 여름은 남다른 생활력과 책임감으로 무장한 ‘K-장녀’다. 노윤서는 차분하면서도 단단한 연기로 20대 청춘의 얼굴을 진솔하게 그려내는 것은 물론, 홍경과 순수하고 설레는 로맨스 호흡을 완성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눈빛과 표정, 손짓으로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 수어 연기 역시 흠잡을 데 없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노윤서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돌이켜 볼 작품”이라며 ‘청설’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데뷔 2년 만에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 올린 그는 “감사함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가짐과 함께 더 다채롭게 채워갈 앞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극장 개봉 영화로는 처음이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원작은 보지 못한 상태였다. 이야기가 주는 힘이 너무 컸다. 용준이 여름에게 저돌적으로 다가가는 순수하고 예쁜 마음들이나 그것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여름의 모습이 예쁘고 좋았고 여름과 가을의 자매 관계성에 있어서도 서사가 깊었다. 서정적이고 청량한 매력들이 크게 다가왔고 여름을 연기해 보고 싶다, 이런 장면들을 연기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청량한 로맨스를 해보고 싶었는데 영화로 만날 수 있는 기회라 너무 좋았다. 그 과정에서 원작도 봤는데 원작도 너무 좋았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원작의 존재가 작품에 접근하고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했나.
“원작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봐야겠다 싶었다. 찾아보니 아직 나만 못봤더라. 마니아층이 꽤 있더라. 대만 영화를 여러 편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발견 못한 원석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좋았다. 그런데 영화를 봤다는 느낌으로만 남겨두려고 했다. 원작에서 뭔가 해치거나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우리의 ‘청설’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에 집중했다. 배경도 다르고 연기하는 배우, 사람 자체가 다르다 보니 배우가 뿜어내는 각자의 매력이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차별화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에 집중했다.”
-평소 멜로영화를 좋아하는 편인가.
“좋아한다. ‘클래식’(2003)은 여러 번 봤다. 그 시대 로맨스 영화들이 참 좋다. 솔직하면서도 숨김없고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다. ‘클래식’도 여러 번 봤고 ‘엽기적인 그녀’(2001)도 그렇고. 그 시절 감성이 잘 묻어나오면서 특색이 있는 것 같아서 좋아한다. ‘청설’도 그렇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이때만의 감성이 있잖나. 로맨스 영화면서도 특색이 있다 보니 그 시절 로맨스라고 했을 때 ‘청설 있잖아’ 이렇게 나올 수 있게끔 기억에 남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정말 잘 알고 있고 모든 것을 잘 안다고 생각한 사이에도 놓치고 있는 게 있었고 가까워진 찰나 작은 계기로 멀어지고 밀어내는 미묘한 관계 속 감정선이 굉장히 디테일하다고 생각했다. 그 지점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잘 잡으려고 노력했고 포인트를 잘 짚으려고 했다. 여름과 가을의 갈등, 용준과 가까워지고 멀어지게 되는 계기, 그런 신들에서 디테일한 감정선을 잘 표현하고자 했다.”
-조선호 감독이 실제 배우의 모습을 캐릭터에 녹이길 주문했다고 들었다. 스스로에게서 어떤 점을 꺼내고자 했나.
“연기한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나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많이 꺼내려고 하는 것 같다. 닮은 부분이나 내가 경험한 것들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나의 모습을 녹여내는데 여름이 같은 경우에는 생활력 있는 모습이 드러나거나 성격적인 부분에서 내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여름이 책임감이 있으면서도 되게 일상적인 인물이잖나. 그런 일상적인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많이 담긴 것 같다.”
-용준이 여름에게 첫눈에 반하는 장면에서 여름이 정말 너무 예뻐서 용준의 마음이 완전히 납득되더라. 첫 등장이었는데 어떤 고민을 했나.
“나는 고민한 게 없다.(웃음) 그냥 있는 그대로 있으려고 노력했다. 시선의 교차가 되게 재밌었던 게 나는 가을만 바라보고 용준은 여름만 바라본다. 그래서 나는 진짜 가을만 보고 초시계에 집중하고 뛰어다녔다. 용준을 신경 쓰지 않고 가을만 바라봤다. 나보단 홍경이 고민을 많이 했다. 용준이 그렇게 바라봐줘서 예뻐 보이고 예쁘게 잘 나온 것 같다.”
-수어 연기는 어땠나.
“처음에는 되게 크게 생각하고 부담감이 당연히 있었다. 잘 해내야겠다는 책임감도 있고.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는 거다. 가나다라부터 하는 게 아니라 영어 프리토킹처럼 단어나 문장, 표현을 먼저 배워서 외우기도 쉬웠다. 표정도 정말 크게 써야 하는데 표정에 따라 뉘앙스가 아예 달라진다. 그래서 표정을 정말 다양하게 써야 하다 보니 거울을 보면서 동작 연습을 많이 했고 그 과정에서 또 배운 게 많았다. 수어 연기는 상대방을 계속 바라보면서 해야 한다. 소통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바라보고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 더 빠져들어서 몰입하기 쉬웠다. 말이 아닌 표정이나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재미도 있었다. 연기적으로도 얻은 게 많다.”
-가장 먼저 ‘청설’에 합류했다고. 홍경, 김민주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홍경은 당시 출연한 작품들을 다 봤었다.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시나리오 속 용준은 통통 튀고 발랄하잖나. 전작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상상을 해보고 했는데 현장에서 만났을 때는 발이 땅에 착 붙어있으면서 너무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거다. 여름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천진난만하고 순수하고 귀엽게 그려내니 되게 새롭더라. 내가 생각한 용준의 결이 아니라 되게 새로운 용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청설’의 특색이 뚜렷해진 것도 있는 것 같다. 되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김민주는 나보다 먼저 활동을 하던 친구라 성숙한 이미지가 있었다. 나는 학생 역할을 해서 그런 이미지가 있는데 언니와 동생으로 나오는 게 설득력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처음 만났을 때 민낯에 가까운 말간 얼굴에 너무 아기 같고 귀엽고 예쁜 거다. 성격도 정말 좋고 실제로 내가 언니니까 민주가 ‘언니~’ 하면서 불러주고 수어 연습도 하면서 친해지고 하다 보니 언니 동생처럼 지내면서 그 ‘케미스트리’가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
-홍경과의 호흡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
“용준이 친구에게 오토바이를 아침까지 수리할 수 있냐는 대사를 할 때 수어를 다시 떠올려보는 과정 속에서의 신인데 원래 시나리오에는 그냥 ‘내일 아침까지 수리 가능해?’라고 적혀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홍경이 거기에 수어를 더한 거다. 여름을 만나러 올 때 잠깐 오토바이를 멈춰 세우고 수어로 자기 이름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것도 그렇다. 그런 디테일과 애드리브가 이 상황과 스토리를 완전히 이해하고 파악하고 용준이로서 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연구를 진짜 많이 배우라는 점에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연구를 많이 하는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술을 전공하다 배우가 됐다. 어떤 계기로 배우가 됐나. 그렇게 시작한 연기는 어떤 매력이 있나.
“아르바이트로 모델 일을 하고 있었는데 사진을 보고 소속사에서 연락을 줬고 연기를 배워보지 않겠냐고 해서 주저하다가 배우게 됐는데 너무 재밌는 거다. 학교에 다니면서도 틈틈이 배웠고 하다 보니 잘하고 싶어졌다. 계속하다 보니 오디션을 보게 되고 오디션에 붙어서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오게 됐다. 연기를 배우면서 미세한 차이지만 변화하는 모습이 조금씩 보였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고 욕심이 생겼다. 변화하는 내 모습에 재미를 느낀 것 같다. 나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이 일상에서는 크게 없잖나. 그래서 새로운 모습을 보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는 더 그랬고 중학교 때는 더욱더 그랬는데 되게 내성적이다. 지금은 많이 외향적으로 됐는데 굉장히 내성적이라 이런 일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하고 있더라. 그만큼 매력을 느꼈다.”
-데뷔 후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잘 쌓아나가고 있다. 어떤 소회가 드나. 앞으로는 어떻게 채워나가고 싶은지 궁금하다.
“매사 감사하자는 좌우명이 있다. 그때도 감사한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돌이켜볼수록 신기하고 감사하다. 내가 이 선배들과 함께했다고? 내가 이 작품에 나왔다고? 계속 문득문득 꽂히듯 실감하고 있다. ‘청설’도 내게 그런 작품이 될 것 같다. 스크린 영화로 첫 시작이라 의미가 깊기도 하고 계속 돌이켜볼 작품이 될 거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역할로 인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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