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31일 밤. 한 해의 성과를 결산하는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 배우 이승기가 오르자 생방송으로 무대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을 깜짝 놀랐다. 이승기가 머리카락을 전부 밀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마침 그 시기 이승기는 데뷔 때부터 함께 해온 소속사와 극한의 갈등을 겪는 중이었다. 소속사와의 분쟁 속에 마음고생의 여파로 삭발까지 감행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일순간 일었다.
이승기가 삭발한 이유, 알고 보니 영화 ‘대가족'(제작 게니우스)을 위한 선택이었다. 당시 이승기는 ‘대가족’ 촬영에 몰두하면서 역할을 위해 데뷔하고 처음으로 머리카락을 전부 잘랐다. 보수적인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님이 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당시 시상식에서 그는 “머리카락을 깎은 이유가 개인적인 심경의 변화가 때문인지 추측하는 분들이 많지만 전혀 아니다”며 “영화 ‘대가족’을 촬영 중인데 주지스님 역할이기에 머리카락을 잘랐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2년 전 삭발의 충격을 선사했던 이승기가 공들여 완성한 ‘대가족’이 12월11일 개봉한다. 노포 만두 맛집을 배경으로 가업을 잇는 아버지와 가업을 거부하고 승려가 된 외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휴먼 코미디다. 이승기는 영화에서 대대로 만두 맛집으로 소문난 평만옥의 외아들 문석 역이다. 부친인 무옥(김윤석)은 대를 이을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출가하자 근심이 깊어지고, 그 때 “문석이 우리 아빠”라고 말하는 어린 아이들이 평만옥을 찾아온다.
영화는 무옥과 문석 부자를 중심으로 노포 만둣집을 무대로 벌어지는 가족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린다. 이승기는 2015년 스크린 데뷔작인 로맨스 ‘오늘의 연애’와 2018년 개봉한 ‘궁합’에 이어 이번 6년 만에 영화로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그동안 문채원, 심은경 등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로맨스 장르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배우 김윤석과 부자 지간으로 만나 만둣국에 풍미를 더하는 진한 사골 육수 같은 따스하고 유쾌한 가족 이야기를 펼친다.
● 동료 이다인과 결혼 등 일상의 변화도
‘대가족’을 내놓기까지 이승기는 배우가 아닌 개인사에서 다양한 일을 겪었다. 2022년 소속사와 수익 정산을 둘러싼 분쟁으로 마음고생을 했고, 데뷔부터 함께 한 소속사와 결별하고 홀로 섰다. 지난해 4월에는 동료 연기자인 이다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올해 2월 첫째 딸을 낳았다. 그러는 사이 연기 활동보다 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연기는 2022년 방송한 KBS 2TV 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가 마지막으로, 이번 ‘대가족’은 2년 만에 이승기가 선보이는 신작으로도 주목받는다.
관객의 시선은 배우 김윤석 및 양우석 감독과의 호흡을 통해 이승기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기대로 향한다.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하는 김윤석과의 만남은 물론 그동안 ‘변호인’부터 ‘강철비’ 시리즈에서 주로 굵직한 한국 현대사의 이야기나 남북한 갈등의 이슈를 영화에 담은 양우석 감독과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양우석 감독은 “흔히 ‘엄친아’라고 하는 문석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공부를 잘하고 잘 생기고 머리가 좋고 키가 큰, 여러 면에서 완벽한 배우가 필요했다”며 캐스팅 과정에서 “1번으로 떠오른 배우가 이승기였다”고 밝혔다. 감독의 제안에 이승기는 오랜 고민 없이 응했다.
이승기는 “평소 존경했던 김윤석 선배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고민의 시간 자체가 짧았다”며 “좋은 시나리오를 생각하면 삭발에 대해서도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고도 덧붙엿다. ‘대가족’에는 이승기와 김윤석 외에도 김성령 강한나 김희섭 길해연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풍성한 가족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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