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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놀이 전설 3인방 부활…국립극장 ‘마당놀이 모듬전’ 심청-춘향-놀보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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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임가을 기자] 국립극장 마당놀이 10주년을 맞이해 마당놀이의 전설 3인방과 함께하는 ‘마당놀이 모듬전’이 무대에 오른다.

5일 서울 중구 소재의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마당놀이 모듬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자리에는 손진책 연출가, 박범훈 작곡가, 국수호 안무가와 윤문식, 김종엽 배우가 참석했다.
 

▲ 사진=국립극장

마당놀이는 극단 미추에서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3천 회 이상 공연됐고,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4년 국립극장에서 ‘극장식 마당놀이’를 선보이며 명맥을 이어갔다. 국립극장 마당놀이는 ‘심청이 온다’(2014)를 시작으로 ‘춘향이 온다’(2015), ‘놀보가 온다’(2016), ‘춘풍이 온다’(2018,2019)를 연달아 선보이며 5년 동안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손 연출은 “마당놀이가 국립극장에 자리를 잡아갈 쯤에 펜데믹이 발생하고 중단됐는데 다시 마당놀이를 부활시키자는 제안이 와서 열렬히 환영하는 것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다시 시작하게 됐다”며 공연을 올리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마당놀이 모둠전’은 앞서 국립극장에서 선보인 ‘심청이 온다’, ‘춘향이 온다’, ‘놀보가 온다’ 세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모아서 선보이는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마당놀이 모듬전’이라는 제목이 지닌 의미에 대해 손 연출은 “춘향전, 흥부전, 심청전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모아서 모둠전이라 하는 것도 있고, 분열의 시대인 요즘 기운을 모으고 웃어보자는 의미와 신구 세대가 함께 뭉치자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국립극장

“세 이야기를 같이 하는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의 고전은 모든 관객이 다 알고 있다는 걸 전제하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세 스토리가 엮이면서 인물도 엮어보고, 작품에 대해 비교감상도 될 뿐더러 보완이 되기도 한다. 세 원로 배우분들이 연기했던 대표적인 캐릭터가 링크 되어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1981년 극단 미추에서 올린 첫 작품부터 작곡을 맡아온 박 작곡은 “우리 음악 국악의 특징은 가무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인데 그 중 대표적인게 마당놀이가 아닌가 싶다”며, “그래서 마당놀이 작곡은 들려주는 소리가 아니라 보여주는 소리를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다른 작품보다 작곡을 하기가 조금 어려운 지점이 있다”고 마당놀이 음악만의 특징을 언급했다.

국 안무도 “제게는 안무자로서 마당놀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지금도 창작을 하고 있지만 사실 제일 어려운 안무가 마당놀이 안무”라며, “보통 무대는 객석이 1면인데, 마당놀이는 4면에 앉아있는 관객들이 모두 안무의 뜻을 알 수 있게 만들어져야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연출과 다툼도 있었다. 굉장한 머리를 썼어야 했고, 안무가로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을 뿐더러 제 춤의 원천이 되는 소중한 자료가 됐다”고 돌아보았다.

초연부터 국립극장 마당놀이 10주년 기념공연까지 무대에 오르게 된 윤문식과 김종엽은 각각 심봉사, 놀보 역을 맡았다.
 

▲ 사진=국립극장

윤문식은 “우리가 탯줄을 잘라서 태우고, 결혼식도 하고, 상여가 나가는 게 마당놀이다. 시간적으로는 바로 오늘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마당놀이만이 지닌 특성을 말하기도 했다.

“초연 때는 보통의 연극과 별 다르지 않았다. 관객과 배우가 분리되어 있었는데 점점 같이 어우러지게 됐다. 이제는 관객이 구경을 하러 오는 게 아니라 참여를 하러 온다. 가장 한국적이고 잘된 놀이 문화라 한다면 감히 마당놀이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마당놀이를 시작하면서 놀부라는 닉네임이 붙었다”며 “친구부터 가족, 친지까지 놀보로 통일한다”고 말하며 웃어보인 김종엽은 다시 마당놀이 무대에 오르는 설레임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에 같이 셋이 뭉치자는 얘기를 전달받고 형연할 수 없는 표정이 지어졌다. 연습하러 나오면서 그렇게 발걸음이 가벼울 수가 없었다. 후배들의 열정적인 연습을 보니까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갖게 됐다. 이번이 아마 우리 공연의 마지막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가끔 해 보는데, 불만은 없지만 아쉬운 게 있다면 평생에 이몽룡이나 방자를 한 번도 못해봤다.(웃음)”

신구세대의 만남도 이번 공연의 관전 포인트이다. ‘춘향이 온다’에서 ‘몽룡’ 역을 맡았던 김준수, ‘심청이 온다’에서 ‘심청’ 역을 연기한 민은경, ‘놀보가 온다’의 ‘흥보’ 역 유태평양, ‘월매’ 역 조유아와 ‘심청’ 역으로 처음 마당놀이에 출연하는 이소연 등 국립창극단 배우들을 비롯해 지난 5월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배우들도 캐스팅 라인업에 합류했다.

▲ 사진=국립극장

손 연출은 “창극단 배우들이 소리는 물론 잘하고 연기에 도가 텄다. 아주 중요한 자원들인데 자체 공연이 많아서 함께 못한 배우도 있다”며,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새로운 신인을 발굴해서 데뷔장이 되기도 할 것이고, 창극단의 주역들도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창작진과 배우진은 대물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새로운 세대가 가진 능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기대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박범훈) “앞으로 누가 하든 마당놀이의 장르는 20세기에 새로 만들어진 우리의 전통으로 자리잡을 장르라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분야는 몰라도 음악적인 분야에 있어서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삼아 누가 이어받든 옆에서 조언을 해가며 마당놀이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김종엽) “제 소리 은사였던 박동진 선생님이 염소가 새순에 길들여지면 묵은 순의 참맛을 모르듯, 광대가 잔재주에 길들여지면 농익은 재주를 펼칠 수 없다며, 광대는 죽을 때까지 갈고 닦아야하고 다양성을 만들어내야 된다고 하셨다. 이 말을 저희 세대에서 완벽하게 이루지 못하고 후배에게 짐을 넘기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다. 저희 세대는 이렇게 마당놀이를 만들어왔지만 우리 후배들은 농익은 마당놀이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램도 연습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져봤다.”
 

▲ 사진=국립극장

손 연출은 마당놀이를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 해도 어떠한 공부도 필요없다고 말하며 그저 마음을 여는 것이 관극 포인트라고 언급했다.

“사실 마당놀이 관객들은 이미 박수칠 준비, 웃을 준비, 참여할 준비가 되어있는 분들이 오신다. 그러니까 마당놀이는 사전 지식이 필요없다. 매번 고전을 시대에 맞게 재조명해보는게 마당놀이의 특성이기 때문에 특별히 사전 지식이나 교양이 필요하지 않고 마음을 열고 오면 자연스럽게 참여가 되고, 참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끝으로 손 연출은 마당놀이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추후 마당놀이의 밝은 미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나라에서 온 가족이 다 가서 볼 수 있는 공연 장르가 사실 거의 없다. 유일하게 마당놀이가 온 가족이 손 잡고 올 수 있다. 지금 마당놀이 관객은 옛날에 엄마 손 잡고 오던 관객들이 주를 이룬다. 또 연극을 단순히 제삼자로서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 그 속에 들어와서 참여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마당놀이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민족 DNA, 정체성이 그대로 담긴 공연이라 40년이 지나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전 이 마당놀이를 국립극장 연말 공연으로 정착되는데 적극 찬성할 뿐만 아니라 국립극장이 하는 가장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마당놀이 모듬전’은 오는 29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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