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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돌 맞는 서독제 ‘역대 최다 출품’ VS ‘예산 삭감’…지속 가능성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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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영우 프로그래머 겸 집행위원과 양윤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배우 권해효, 방은진 감독, 박경근 감독, 배우 백현진, 김동현 서독제 집행위원장(왼쪽부터). 이하늘 기자 

한국 독립영화를 발굴하는 기회의 장으로 다양성과 신선함을 모색해온 서울독립영화제가 오는 28일 개막한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영화제는 오랜 기간 독립영화의 산실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슈에도 직면해 있다.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테라스에서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서독제)의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을 비롯해 양윤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영우 프로그래머 및 집행위원, 배우 권해효, 방은진 감독이 참석해 올해 영화제의 계획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밝혔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백현진쑈 문명의 끝’을 연출한 박경근 감독과 주연 배우 백현진도 참석해 작품을 직접 소개했다.

1975년 출범한 서독제는 50주년을 맞는 올해 ‘오공무한대’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영화제의 정체성을 알린다. ‘오공무한대’는 서독제가 앞으로 맞을 ‘무한대의 미래’에서 ‘무정형의 영화’가 펼칠 ‘무한대 기호’와 50주년을 의미하는 숫자 5와 0, 한글 오와 영(공)을 결합한 의미다. 예산안 삭감 등 첨예한 상황에서 50주년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려는 영화제의 의지가 담겼다. 

● 영진위 내년도 예산 전액 삭감 “지속 가능 확답 어렵다”

올해 영화제는 개막을 앞두고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내년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고 발표하면서 50주년의 영광과는 다르게 ‘지속 가능성’의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4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회 문체위 종합감사에 출석해 서독제 예산 전액 삭감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그동안 따로 예산을 편성해서 잘해온 것 같다”며 “이해 충돌 소지로 감사에서 지적되는 바람에 다른 영화제와 동일하게 공모를 하도록 전환했다”고 답했다. 

김동현 집행위원장이 영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소지로 문체부의 특정감사를 받은 만큼 서독제의 예산안 편성을 공모 심사로 전환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를 주도한 영진위는 서독제의 공동 개최자인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사전 논의 없이 예산 삭감을 진행해 영화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반발한 영화인들은 예산 삭감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와 함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규모에 따라 영화제의 기능이 다르겠지만, 대부분 영화제들은 지자체의 안정적인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며 “서독제 역시 영진위의 예산과 안정적인 정책이 바탕이 돼 가능했다. (예산 삭감에 따라)안정성이 없는 상태에서 앞으로 지속할 수 있을까 확답하기는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어쩌면 (지금 상황이)독립영화 같기도 하다. 고난이 없으면 독립영화가 아니다”며 “영진위와 어떤 방식으로 지속해야 할지 논의하려고 한다. 아직 확정된 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역시 50주년을 마냥 반길수만은 없는 현실을 감안한 듯 “50이라는 숫자가 굉장히 무겁게 느껴진다”며 “(예산안 전액 삭감 등)이슈들이 있지만 아직 내년 일은 확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원상복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무거운 마음을 전했다. 

올해 서독제의 방향에 대해 밝히고 있는 김동현 집행위원장과 방은진 감독, 배우 권해효, 김영우 프로그래머 겸 집행위원(왼쪽부터). 이하늘 기자 

개막작 ‘백현진쑈 문명의 끝’ “영화제의 정신 드러내고자”

그럼에도 올해 영화제 출품작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편 1505편, 장편 199편까지 총 1704편이 모였다. 전년 대비 330편이 증가해 기록이다. 하지만 본래 1억원 규모로 시상하던 영화제는 예산 축소에 따라 8800만원으로 줄었다.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출품작 증가에 대해 “영화 산업의 변화와 창작자, 관객의 다양성에 대한 적극적인 요구”를 배경으로 짚었다. 이어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의 편수가 늘었고 독특한 형식을 지닌 영화들이 많아졌다”며 “특히 장편 영화들을 선정하고 보니 ‘3학년 2학기’의 이란희 감독과 ‘봄밤’의 강미자 감독처럼 두번째 장편영화로 서독제를 찾은 감독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개막작인 ‘백현진쑈 문명의 끝’은 지난해 동시대 예술가의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인 세종문화회관 프로그램 ‘싱크 넥스트(Sync Next) 23’의 12개 공연 중 하나인 실험 연극 ‘백현진쑈: 공개방송’의 기록 영상이다. 영화 ‘청계천 메들리'(2010), ‘철의 꿈'(2014), ‘군대'(2018),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정한 ‘올해의 작가상 2017’ 전시 등에 참여한 박경근 감독이 연출했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백현진쑈 문명의 끝’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영화제가 지닌 도전 정신,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정신이 드러나는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며 “연극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어디서도 보지 못한 공연을 보여주겠다는 배우 백현진과 박경근 감독의 의지가 고스란히 들어있다”고 밝혔다. 이어 “크리에이터 문상훈과의 토크쇼, 가수 장기하, 배우 김고은, 김선영, 한예리의 무대 연기도 개막작을 통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경근 감독은 “지난해 ‘벽현진쑈: 공개방송’ 공연의 촬영을 맡아 영상의 일부를 만들고 무대 퍼포머로도 나갔다”며 “재미있어 시작했던 작업이다. 촬영을 하다 보니 무대 위에서의 내용이 현실 같았고 그것을 다큐멘터리로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주연인 박현진은 “우리 영화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작품이 궁금하다면 직접 보는 것이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할 방법”이라고 관람을 독려했다.

서독제 측은 올해 프로그램 가운데 주목해야 할 부문으로 ‘독립영화 아카이브전’을 꼽았다. 과거 필름을 발굴해 이를 디지털로 전환해 관객에게 소개하는 섹션이다. 영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했다. 유현목 감독의 ‘손'(1961), 하길종 감독의 ‘병사의 제전'(1969), 김의석 감독의 ‘천막도시'(1984), ‘창수의 취업시대'(1984) 등이다. 

해외 초청작 8편도 있다.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거나 주목받은 아시아 영화들이 주로 포진했다. 야마니카 요코의 ‘나미비아의 사막’, 두옹 디에 린의 ‘돈 크라이, 버터플라이’, 모함마드 라술로프의 ‘신성한 나무의 씨앗’, 파얄 카파디아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왕빙의 ‘청춘(하드 타임즈)’, ‘청춘(홈커밍)’, 지아장커의 ‘풍류일대’, 소라네오의 ‘해피엔드’가 이번 서독제에서 상영한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독립, 예술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분명히 좋아할 영화들”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개막작 ‘백현진쑈 문명의 끝’의 박경근 감독(왼쪽), 백현진 배우. 사진=이하늘 기자 

● 독립영화 얼굴 발굴 프로젝트에 4856명 지원, 역대 최다 

독립영화의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배우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은 역대 최다 지원자가 몰렸다. 총 4856명이 지원해 폭발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배우프로젝트’는 독립영화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을 발굴하고, 활동을 독려하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지난 2018년 배우 권해효의 제안으로 출발해 올해 7회째를 맞는다.

권해효는 기자회견에서 “매년 지원자가 늘었고 올해는 급격히 증가했다”며 “영화 혹은 드라마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노재원, 윤가이, 오경화, 옥자연 등의 배우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제에서 배우의 꿈을 꾸고, 새로운 얼굴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감독들에게는 만남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본선에 오른 24명은 서독제에 참여하는 감독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됐다. 권해효는 “어떤 배우를 발굴한다는 목적이 아니라 ‘조금 더 힘내세요’, ‘당신의 연기는 매력 있어요’라고 격려하는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심사위원은 독립영화를 넘어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영화를 주로 연출한 감독들이 맡았다. 본선 장편경쟁 부문 심사는 김동원, 방은진, 장건재 감독이 맡는다. 본선 단편경쟁은 김종관, 박지완 감독 등이 심사한다. 새로운 선택 부문의 심사는 이미랑, 손태감 감독과 배우 손수현이 나선다. 방은진 감독은 “우리나라에 50회를 기록한 독립영화제가 전무후무하다”며 “독립영화는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독립영화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연출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통해 커다란 질문을 던진다. 관객에게 좋은 영화를 보여줄 수 있도록 열심히 심사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 50년간 계속된 서독제의 의미 

50년 전 출범 당시 영화진흥공사와 한국방송공사가 주최한 한국청소년영화제로 출발한 서독제는1989년 금관상영화제에 편입돼 문화와 홍보영화 및 청소년 영화의 제작을 활성화하고 우수인재를 발굴한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1994년 금관상영화제로부터 독립해 금관단편영화제로 바뀌었고, 1996년 금관청소년 단편영화제, 1998년 한국청소년단편영화제로 명칭을 다시 변경하면서 확장했다.

1999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를 맡으며 한국독립단편영화제로 자리 잡으면서 본격적인 경쟁 영화제로 변모했고, 2002년부터 지금의 서울독립영화제라는 명칭으로 이뤄졌다. 영진위와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주최를 맡아 국내 유일의 경쟁 독립영화제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서독제를 통해 영화를 시작한 감독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한국영화를 든든하게 이끌고 있다.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서독제를 통해 박광수, 강제규, 김성수, 한국영상자료원 김홍준 원장 같은 1980~1990년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와 영화 산업의 기초를 다진 분들이 많이 발굴됐다”며 “1999년 ‘현대인’으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류승완 감독을 비롯해 2000년대 이후 신진 감독과 영화인들이 발굴, 2010년대 이후 독립 장편영화를 발굴하는 기능을 하면서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책임졌다”고 서독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실제로 2010년 이후 서독제가 발견한 감독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2009년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을 비롯해 2011년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 2019년 ‘벌새’의 김보라 감독과 ‘메기’의 이옥섭 감독, 2020년 ‘남매의 여름밤’의 윤단비 감독과 지난해 ‘괴인’의 이정홍 감독 등이 서독제를 통해 작품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올해 개봉한 독립영화 ‘장손’의 오정민 감독과 ‘딸에 대하여’의 이미랑 감독, ‘해야할 일’의 박홍준 감독도 서독제가 발굴한 실력자들이다.

독립영화와 감독, 배우들이 꽃피운 다양하고 실험적인 영화 축제인 서독제는 오는 28일 개막해 12월6일까지 CGV 영등포와 CGV 압구정,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진행된다. 50주년을 기념해 개막식에서 공개하는 기념 영상은 배우 구교환이 연출했다.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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