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애벌레를 마주친 기억을 더듬어 볼까요? 허리와 다리를 열심히 오르락내리락하며 길을 가는 작고 힘찬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되죠. 이런 애벌레의 행진을 작품으로 재연한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2D 애벌레부터 전차 애벌레까지, 루번 마골린의 애벌레 작품은 각각 독특한 개성을 자랑합니다. 예를 들어, 전차 애벌레는 뒷면에 레버와 줄을 이용해 애벌레를 걷게 만드는 전기 사이클 배터리가 있습니다.
나무 더미를 오르는 미니 애벌레에도 주목해 주세요. 작은 몸 안에 무려 9개의 전기 모터와 그리고 25만 개의 각도를 기억하는 마이크로 컨트롤러가 들어 있어요. 모든 조형물은 부품까지 아티스트가 직접 제작했습니다.
애벌레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하려면 상당한 물리 지식이 필요하지 않겠냐고요? 맞습니다. 바로 여기서 루번 마골린만의 강점이 드러나죠.
루번 마골린은 수학을 이용해 예술을 표현하는 키네틱 아티스트로, 정교한 수학적 논리를 기반으로 한 움직임을 키네틱 아트로 표현합니다. 작품 제작에 앞서 몇 달간 수학 방정식을 세우는 것은 물론, 더 정교한 움직임을 위해 코딩과 전기공학도 활용하곤 해요.
루번 마골린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는 늘 자연입니다. 하이킹 도중 만난 애벌레에서 영감을 얻은 ‘애벌레’ 시리즈와 더불어, 파도의 움직임을 다양한 재료로 표현한 ‘파도’ 시리즈 역시 그의 대표작이죠.
이런 면모에는 어린 시절의 영향이 진하게 묻어나요. 예술가 어머니와 출판업에 종사하는 아버지 밑에서 다양한 야외 활동을 접하며 자란 마골린은 고등학교 시절 기하학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하버드에서 수학을 전공했지만, 시적 호기심을 따라 영문학으로 전과하기도 했죠. 요즘 말로 ‘문이과 통합 인재’였던 소년은 머지 않아 이색적인 작품들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홀린 듯 사로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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