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과 노윤서의 고요한 안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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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아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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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흔들리는 홍경

가을입니다. 11월 6일 개봉하는 영화 〈청설〉을 촬영하는 내내 날씨가 좋았다죠
저 때문은 아닐 거예요. 함께 호흡을 맞춘 윤서 씨 덕이 아닐까요?

윤서 씨는 홍경 씨 덕이라던데(웃음). 영화 마니아로 소문난 당신은 동명의 대만 원작 〈청설〉(2009) 또한 분명 사랑했을 것 같아요
정확히 언제 봤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이지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참 투명하고 순수하다는 거였어요.

14년 전 작품을 직접 꺼내 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용준이라는 캐릭터를 만나기 전까지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일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럼에도 선택한 이유는 20대인 제가 20대가 지나가기 전에 꼭 한번 사랑을 연기해 보고 싶었거든요. 사랑의 여러 얼굴 중에서도 이 영화는 ‘처음’에 관해 이야기해요. 혼자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정이나 생각을 누군가를 사랑하며 온전히 느끼고 배울 수 있다고 쓰여 있었죠.

그러고 보니 데뷔 후 〈결백〉부터 〈약한영웅 Class 1〉 〈악귀〉 〈댓글부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거쳐왔지만, 제대로 사랑을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해보니까 행복했어요. 사랑에 빠진 용준이는 재지 않고 용기 있게 자기 마음을 내던지거든요. 투명하고 솔직해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상대의 마음이 나와 같지 않으면 어떡할까 겁이 나서 온전히 마음을 주지 못할 때가 많잖아요. 용준이는 허물 한 겹 없이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는 선에서 ‘내 마음이 이러하다’고 활짝 내보이죠.

터틀넥과 데님 팬츠는 모두 Loe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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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은 사랑할 때 용감하지 않았나요
부끄러운 순간이 많았어요. 온전히 마음을 다하지 않았던 것 같아서. 나는 이만큼 좋아하는데 상대는 아닐까 봐 한 발 다가섰다가 두 발 물러선 적도 있었죠. 용준에게 많이 배웠어요.

용준은 졸업 후 도시락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우연히 완벽한 이상형인 여름과 마주칩니다. 두 사람은 수어로 마음을 나누고요
여름 역의 노윤서, 여름의 동생인 가을 역의 김민주 배우와 함께 3개월간 수어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열심히 해도 단번에 습득되는 건 없고,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사실도 배웠죠.

수어로도 마음과 진심이 통한다고 느꼈나요
수어로 짧은 기간 소통하면서 느낀 건 어쩌면 말할 때보다 훨씬 더 잘 통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어요. 수어로 대화할 때는 상대의 눈이나 표정에서 눈을 떼지 않고 온 신경을 집중해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그런 대화가 필요하잖아요. 상대의 눈을 보며 그 마음에 어떤 것이 있는지 헤아리지 못하는 시대이기도 하니까.

말이 많지 않은, 고요했던 촬영현장이었겠군요
그 지점이 〈청설〉을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와도 관련 있어요. 우리는 흔히 사운드와 효과, 대사들이 꽉 찬 영화에 익숙하고, 작품에서 소리가 비면 집중도가 떨어질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소리가 없을 때 비로소 생겨나는 힘이 있거든요. 그 순간 만들어지는 공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연기하면서도 제가 집중한 건 눈빛이나 얼굴 표정 같은 것보다 지금 눈앞에서 여름이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어떤 감정일까에 관한 것들이에요. 여기에 온 신경과 마음을 썼기에 되레 자연스러운 표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극장에서는 작은 소리도 크게 느껴지죠. 수백 명의 관객이 정적 앞에 함께 놓이는 카타르시스도 있고요
맞아요. 영화는 결국 감각하는 일이죠. 〈청설〉도 육성이 주가 아니기에 배우들의 호흡이나 떨림, 현장에서 흘러나온 새소리와 차 지나가는 소리 같은 것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요. ‘감각’하게 되는 거죠.

홍경이 입은 재킷은 Maison Margiela. 셔츠는 Bally.

홍경이 입은 재킷은 Maison Margiela. 셔츠는 Bally.

〈청설〉의 경험은 홍경이란 사람에게도 그 여름의 추억을 고스란히 안기겠군요
실제로 촬영지 근처를 자주 오갔는데요. 오토바이 한 대만 지나가도 괜히 지난여름의 공기와 소리, 온도, 그때 동료들과 눈을 맞췄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라요.

그 계절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나요
한 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말 그대로 ‘첫사랑’. 여름이와 호흡하며 느낀 감정들과 그 순간이 제게는 첫사랑이에요. 사랑이라는 주제로 찍은 작품으로는 거의 유일하고,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고요.

노윤서가 수영 선수인 동생을 물심양면으로 돌보는 여름을 연기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윤서 배우가 여름이를 연기한다는 걸 알지 못했어요. 먼저 읽어보고 “어떤 배우가 하나요?”라고 여쭤봤어요. 그때 이름을 듣자마자 작품의 색이 다채로워지고 생동감이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죠. 당연히 설고, 촬영하는 내내 떨렸어요.

촬영하며 발견한 배우로서 노윤서의 매력이 있다면
윤서 배우가 출연한 작품을 다 봤는데요.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말 그대로 ‘슈퍼 커리어’를 갖고 있잖아요. 그만큼 작품을 만들어가는 자질이 뛰어난 것 같아요. 현장에서 윤서는 굉장히 명료한 배우였어요. 그러면서도 스태프나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성숙함도 있었죠. 그런 점을 배운 것 같아요.

〈청설〉에는 좋은 부모와 가족, 자매의 이야기도 등장해 따뜻함의 층위를 넓힙니다. 실제 홍경은 어떤 아들이자 형인가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내 삶이 나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건 알아요. 내가 건강하고 편히 잘 산다고 해서 그 삶이 마냥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단 걸 오래전부터 마음에 새겨왔거든요. 반려견을 포함한 우리 가족과 함께 일하는 식구들, 저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이 온전해야 내 삶도 행복할 수 있어요. 그러니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도 주변을 잘 살펴보려고요.

톱과 데님 팬츠는 모두 Acne Studios.

톱과 데님 팬츠는 모두 Acne Studios.

〈청설〉을 보고 왜인지 열 살 아이의 지적 능력을 지닌 〈결백〉의 정수를 떠올렸어요.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감정을 최우선으로 연기”했던 홍경이 캐릭터에 사려 깊게 접근하는 자세는 여전한가요
여전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인물에 접근하는 방식은 배우마다 다양하겠지만, 지금까지 짧은 경험으로 깨달은 건 할 수 있는 최대한 발버둥치며 그들을 알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결백〉으로 2021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받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전하던 당신은 이후로도 청춘 이야기 혹은 소외된 자들의 얼굴을 연기해 왔어요
20대 초반부터 다짐했던 것들이 아마도 〈결백〉 때부터 조금씩 꽃피기 시작했는데, 그 결실을 맺는 순간부터 다짐한 건 절대 쉬운 길을 가지 말고 온전히 마음이 움직이는 이야기에만 참여하자는 거였습니다. 내 마음을 움직이는지, 호기심을 왕창 불러일으키는지, 이 두 가지가 충족되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으려고 해요.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더 명료하게 보려고 하죠. 솔직하게, 온 마음을 다해 전력투구하지 않으면 그 다음은 없는 거니까.

홍경의 낭만을 채워주는 또 다른 일은
포뮬러 원 경기를 좋아해요. 국가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트랙별 묘미가 있는 데다 참 예민한 스포츠거든요. 드라이버 혼자 잘해서는 안 되고, 타이어를 적재적소에 갈아야 한다고 지시하는 리더, 재빠르게 갈아서 다시 달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술자들이 있어야 하는 온전한 팀 스포츠죠. 예민함과 변수가 많아서 그런 데서 오는 긴장감을 느끼는 게 좋아요.

여전히 술은 즐기지 못하나요? 최근 〈짠한형 신동엽〉에서 취기 오른 모습을 처음 봤어요
술은 여전히 못하지만, 맨 정신에 술자리에 가서 얘기하는 건 좋아해요. 그래서 술 드시는 분들이 되레 제가 ‘CCTV’ 같다고 불편해하지만(웃음). 술을 빌려 솔직한 얘기를 나누는 순간들이 좋아요. 꼭 술을 마시지 않아도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거든요.

취한 사람을 참 많이도 챙겼겠네요(웃음)
아무래도 익숙하죠. 사람들 먼저 보내고, 가는 거 잘 보고 저도 집에 가고요(웃음).

마음을 전하는 것에는 말이나 소리가 없어도 괜찮다고 믿습니까
오히려 소리가 없을 때 통한다고 믿어요. 제가 짧게 경험한 바로는 소리 자체로 마음이 전해지는 게 아니더군요. 없다고 내 마음이 가 닿지 못하지는 않아요.

데님 톱과 플리츠스커트, 부츠는 모두 Balenciaga.

데님 톱과 플리츠스커트, 부츠는 모두 Balenciaga.

용감하고 솔직한 노윤서

날씨 요정이라면서요. 오늘도 비가 올까 걱정했는데, 맑네요
저는 비를 부르는 편이거든요(웃음). 그러니까 홍경 오빠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영화 〈20세기 소녀〉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면, 〈청설〉로 극장 데뷔를 앞두고 있습니다. 어때요? 큰 스크린으로 연기를 볼 생각에 떨리나요
다행히 영화제나 시사회는 〈20세기 소녀〉로 경험해 봐서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개봉하고 실제 관객 반응이 어떨지 떨리고 궁금하기는 해요. 이제 첫발을 내딛는 느낌을 즐겨보려고요. 재밌을 것 같아요.

영화 촬영장만의 매력이 있을까요? 더구나 로맨스 장르이기도 하잖아요
현장은 우리 영화 분위기와 비슷했어요. 크게 활동적인 사람이 없기도 하고, 소란한 신이 많지 않아서 잔잔하고 아기자기하게 찍었던 것 같아요. 감정에 더 집중해서요.

2009년 원작 〈청설〉의 양양 역이죠, 여름을 노윤서가 연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릎을 쳤습니다. 순수한 햇살 같은 얼굴이 굉장히 닮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여름이는 굉장히 멋진 친구예요. 자신보다 동생을 더 위하는 사람이고, 그런 이타심은 제가 갖지 못한 부분처럼 느껴지기도 할 만큼이요. 여름이가 그만큼의 책임감을 갖게 되기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궁금해서 깊이 상상해 봤어요. 원작 인물과는 여름이라는 사람이 살아온 배경과 도시, 시대 자체가 다르니까 그것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차이가 있을 거예요.

여름에게는 ‘K장녀’라는 수식어도 붙죠. 노윤서에게도 언니와 남동생이 있는데, 자매 관계에서 실제로 모티프를 얻기도 했나요
저희 언니한테 얻은 건 없습니다(웃음). 다만 남동생과 제가 일곱 살 차이라 어릴 땐 직접 기저귀도 갈아주고, 엄마 없을 때 밥도 챙겨 줬거든요. 그런 부분이 묻어나오지 않았을까요?

홍경이 입은 니트와 데님 팬츠는 모두 Ami.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노윤서가 입은 블루 패턴의 니트와 플레어스커트는 모두 Erdem. 워크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홍경이 입은 니트와 데님 팬츠는 모두 Ami.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노윤서가 입은 블루 패턴의 니트와 플레어스커트는 모두 Erdem. 워크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수어 표현은 어떻게 공부했나요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생각에 책임감도 막중했고, 처음에는 어려울 거라고 걱정하기도 했는데요. ‘가나다라’부터 차근차근 배운 게 아니라 대사부터 냅다 배우다보니 반복되는 단어들이 오히려 쉽게 외워지고, 표현도 작품과 관련된 것이어서 흥미롭게 배울 수 있었어요. 홍경 배우, 김민주 배우와 함께하는 과정에서 더 친해지기도 하고, 수어 선생님들과 다 같이 밥을 먹으며 실제 대화에서 표정을 쓰는 법이나 비언어적 표현에 대한 부분을 더 깊이 알게 됐어요.

‘고요한 연기’라고 해야 할지, 소리 없는 대사 표현방식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을까요
보통 말의 떨림이나 호흡, 세기 같은 것들로 감정의 디테일을 표현하잖아요. 수어는 같은 단어라도 표정에 따라 물음표가 되기도 하고, 마침표가 되기도 하죠. 그래서 표정에 신경 썼어요. 처음에는 고요한 촬영장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언어의 공백 사이로 백색 소음이나 주변 공기가 담겨서 좋았습니다. 나중에는 익숙해진 나머지 오히려 다른 촬영에서 말하는 연기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죠(웃음).

용준 역의 홍경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요
용준을 오빠가 연기한다고 들었을 때 원작을 통해 상상했던 용준과 조금 다르다고 느꼈어요. 오빠가 어떻게 표현할지, 오빠를 통한 용준은 어떤 사람으로 표현될지 기대가 컸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새롭더라고요. 연기에 관해서는 눈빛이 집요해지는, 참 열정적인 배우예요.

유튜브 콘텐츠 〈살롱드립2〉에도 함께했다고요. 두 사람의 예능 케미스트리는 어땠나요
둘 다 엄청 떨었는데요. 분위기를 잘 풀어주셔서 곧 괜찮아졌어요. 저는 그저 옆에서 오빠가 귀엽게 놀림당하는 걸 지켜보며 웃기만 했습니다(웃음).

하필 최근 본 배우 노윤서의 모습은 스릴러 장르인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서 피를 흘리며 사이코패스 살인마와 맞서던 장면이었습니다. 작정하고 이 장르에 도전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주변에서 꽤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시청자들은 아무래도 〈우리들의 블루스〉나 〈일타 스캔들〉에서 교복을 입은 제 모습에 익숙하실 테고, 학생이 아닌 연기를 처음 봤을 테니까. 노윤서가 이런 면도 있고 저런 표정도 있다고 새롭게 봐주시니까 스스로도 신기했어요.

체크 패턴의 리브리스는 Lehho.

체크 패턴의 리브리스는 Lehho.

여름과 의선, 두 캐릭터의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용감하다는 거죠. 노윤서도 꽤 용감한 사람인가요
용감한 편인 것 같아요. 물론 실제로 캐릭터의 상황에 처했을 때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고 장담하긴 쉽지 않지만, 저라도 맞서긴 할 것 같아요(웃음).

데뷔한 지 2년입니다.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노윤서는 해맑은 얼굴로 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왔고,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어요
제 연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작품을 할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나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저 자연스럽게 제 모습에서 조금씩 캐릭터를 찾아가고, 그 안에서 맞춰간 것 같아요. 〈우리들의 블루스〉의 영주처럼 엄마한테 대들기도 하고, 〈일타 스캔들〉의 해이처럼 씩씩하기도 하고, 또 혼자 있는 저는 고요한 사람이기도 해요. 아직 연기로 카멜레온처럼 저를 바꿀 수 있는 그릇은 아니에요(웃음). 앞으로 다양한 역할로 더 발전해 보고 싶어요.

인스타그램을 보면 같은 표정이 단 하나도 없는 사람 같았어요! 스물네 살 노윤서의 표정은 몇 가지쯤 될까요
어릴 때부터 사진을 찍으면 표정이 다양하다고 엄마가 말했어요. 한번은 놀이공원에서 범퍼카를 타는데, 제가 운전대를 잡기로 했음에도 언니가 먼저 그 자리에 앉은 거예요. 마침 엄마가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는데, 지금 ‘얘가 어떤 상태구나’라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표정으로 찍혔습니다(웃음). 저를 모르는 분이 보시기엔 보여지는 표정이 다양하고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니 신기했어요. 저는 제 표정을 원래 ‘이만큼’이나 알고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소심하고 내성적이어서 이 일을 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작품으로 맑은 청춘을 그려왔어요. 노윤서는 어떤 청춘이라고 얘기하고 싶나요
저도 흔들린 적 있었지만, 잘 털어버리는 편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 일이 생기면 그 상황에는 당연히 압박감을 느끼죠. 정말 잘해내고 싶은데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이만큼이나 할 수 있었는데 하지 못하면 억울하고 안타깝겠지만, 어쩌겠어요. 결과는 제 몫이고, 다음에 잘해내야 하는 거죠. 흔들림이 있어도 그저 최선을 다하려는 것 같아요. 사실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뭐든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배우가 되기 전에는 미술 학도였죠. 요즘도 취미로 그림을 그리나요
집에 그림 그리는 방을 꾸며놨어요. 졸업 작품전 준비하다 코로나19가 겹치면서 그림이 잘 안 그려지기 시작한 이후로 조금 정체기이긴 하지만, 그리고 싶은 게 생기면 그리려고요.

노윤서가 입은 스트링 장식의 버건디 컬러 톱과 랩스커트는 모두 Anggae. 앵클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홍경이 입은 코트와 팬츠, 슈즈는 모두 McQueen by Seán McGirr.

노윤서가 입은 스트링 장식의 버건디 컬러 톱과 랩스커트는 모두 Anggae. 앵클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홍경이 입은 코트와 팬츠, 슈즈는 모두 McQueen by Seán McGirr.

어떤 사람을 사랑하나요
표현을 잘하는 사람, 솔직한 사람이 좋아요.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그걸 밖으로 제대로 표현했을 때 비로소 매력이 되는 거잖아요. 억지로 꾸미는 걸 싫어하기도 해요. 겉치레나 으레 하는 것은 다 티가 나잖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 좀 부족할지라도 부족하면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고.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못하는 건 못한다고 인정하고, 떨리면 떨린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좋아요.

〈청설〉을 촬영한 3개월의 여름을 돌이켜보면 어떤 시간이라 말하고 싶나요
여름방학 같아요. 너무 더웠거든요. 방학 때는 항상 더웠지만, 훗날 돌이켜보면 가장 반짝이는 때로 기억되죠. 여름 바다에서 잔잔하게 반짝이는, 윤슬이라는 단어도 떠오르네요.

노윤서는 사랑을 전할 때 소리가 없어도 괜찮다고 믿나요
원작 대사인 “사랑은 번역이 필요하지 않아서 그것만으로 충분히 전해진다”는 말을 좋아해요. 소리가 없어도 그저 마실 물을 챙겨 준다거나, 앉기 쉽게 의자를 끌어다 준다거나 혹은 차 문을 열어주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다 사랑이잖아요. 눈 한 번의 마주침으로도 사랑을 느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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