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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장동건의 자기반성 “경력 비해 적은 작품 후회, 자유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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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당대 최고의 미남 배우’ 장동건이 과감하게 민낯을 드러냈다. 강렬한 분장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나이 그대로의 얼굴을 보여준 것. 그리고 장동건은 자신의 배우 인생을 돌아보며 30년이 넘는 경력에 비해 적은 작품 수가 후회된다고 고백했다. 아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없었다는 점 역시 아쉽다는 그다. 그리고 후련한 느낌으로 연기한 ‘보통의 가족’을 기점으로 더욱 자유롭게 도전하면서 새로움을 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개봉된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영화다. 헤르만 코프의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다.

배우 장동건이 영화 ‘보통의 가족’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섬세한 감정 연출의 대가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거머쥔 허진호 감독의 신작 ‘보통의 가족’은 국내 개봉 전부터 국제 유수 영화제 초청 19회라는 기록을 세우며 일찌감치 기대작으로 등극했다.

설경구는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재완을, 장동건은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의사 재규를 연기했다. 또 김희애는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녀 교육, 시부모의 간병까지 모든 것을 해내는 연경 역을, 수현은 자기관리에 철저한 쿨한 여성의 표본 지수 역을 맡았다.

설경구의 동생으로, 김희애와는 부부로 변신한 장동건은 ‘창궐’ 이후 약 6년 만에 스크린 복귀에 나섰다. 그간 캐릭터성이 강한 역할을 많이 맡았던 장동건은 현실에 발붙인 남편이자 아버지로 극 속에서 엄청난 변화를 보여준다. 엔딩에 가서는 충격적인 선택을 해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다음은 장동건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오랜 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남다른 마음일 것 같은데 어떤가?

“기존에 제가 찍었던 영화들과 다른 결이고 새로운 캐릭터로 관객들을 만나 뵙는 것에 대한 설렘이 있다. 더군다나 토론토 영화제에서 영화를 봤는데 반응이 워낙 좋아서 안도했다. 배급관에서 영화를 봤는데 토론토 같은 반응이 안 나왔다. 언론시사회장으로 가는 복도가 짧은데 너무 길게 느껴지더라. 걸어가는데 재판장 들어가는 것 같더라. 다행히 평이 좋아서 자신감이 생겼다.”

– 이렇게 일상적인 캐릭터가 색다르게 느껴지는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제안을 받았을 때 설경구 형이 재완 역으로 캐스팅이 되어있던 상태였다. 원작이 있고 리메이크가 된 영화도 다 봤다. 저는 제가 했던 캐릭터와 달리 현실에 있는 캐릭터가 새롭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재규라는 사람을 제가 잘 알 것 같고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전의 캐릭터들은 외부에서 상상이나 표면적인 캐릭터를 가져와서 덧붙여서 해야 한다면, 재규는 내 안에서 끄집어내는 캐릭터라 새로운 작업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군다나 허진호 감독님께서 연출하니까 되게 좋은 작업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장동건이 영화 ‘보통의 가족’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 재완과 재규는 다른 선택을 한다. 재규가 초반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했나?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려운데, 재규는 그 마지막 선택을 하고 싶었을 거다. 어떤 사람의 성격이나 인성, 가치관이 살면서 순간순간 크고 작은 선택을 통해 쌓이고, 외부에 어떤 식으로 비치는지 느끼면서 산다. 직업도 그러다 보니, 그 선택이 옳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마음으로는 마지막 선택을 하고 싶은 거다. 나중에 노숙자가 사망하는데, 그게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원래는 그걸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있고 촬영도 했다. 캐치볼을 하고 나서 둔치에서 잠든 아들을 보고 심경의 변화를 느낀 재규가 집무실에서 통화하는 것이 편집됐다. 처음부터 그런 결심을 한 건 아니고,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사람에게 명분이 주어지니까 그것이 튀어나온 거라고 생각한다.”

– 이전까지 작품을 보면 변신에 목말라 있다는 느낌이 컸다. 이번 작품은 배우 그 자체가 녹아들어서 편안해 보이기도 했다. 이번 캐릭터를 통해 얻어낸 변화, 깨달음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번에 이상하게 약간 후련한 느낌을 받으면서 연기했다. 예전과는 좀 다른 느낌이 있다. 예전엔 어떤 캐릭터를 했을 때 좋은 평을 받아도 아쉬움이 있다. 이걸 더 좋은 것으로 만들어보려고 하는, 일종의 자기 반복인데 그걸 심화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기존에 하던 연기 방식도 근본적으로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 제 안에서 찾아야 했다. 재규가 지금까지 중 저랑 가장 비슷한 사람인 것 같다는 얘기가 그런 의미인 거다. 배우로서 좀 더 자유로워진 느낌도 있다.”

–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 내 얼굴을 보고 놀랐던 장면도 있나?

“전작인 ‘아라문의 검’도 분장이 많았고, ‘창궐’은 분장이 과하게 들어가는 역할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인으로서의 제 모습이 낯설더라. ‘내가 이렇게 나이 들어 보인다고?’라며 약간 놀라기도 했다. 김희애 선배님과 “내가 경구 형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인다”라는 농담도 모니터하면서 했다. 당황스러웠는데 ‘이렇게 보이는구나’ 하니까 오히려 더 내려놓고 인물에 집중이 더 잘되더라. 그러고 나선 모니터도 잘 안 보게 되고, 감독님과 컷 끝나면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 노숙자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 분위기가 확 달라지다. 그 연기를 할 때 어땠나?

“그 장면을 찍을 때 여러 테이크를 갔다. 감독님도 그 장면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공감을 해주셨다. 사실 씩 웃는 것도 시도를 해보긴 했다. 악역 같은 것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미소다. 마지막에 자세히 보면 살짝 웃는다. 그게 웃음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미세하게 표현이 됐다. 그게 재규의 본마음이다. 처음 선택이 가치관의 선택이었다면, 이제 본심을 선택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거다. 선택지가 없다가 선택지가 생긴 것을 표현하는 신었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 장동건과 설경구가 영화 ‘보통의 가족’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 배우들끼리의 호흡도 궁금하다. 새롭게 발견했다 하는 지점이 있나?

“김희애 선배 같은 경우에 굉장히 놀란 건 정말 신인처럼 열심히 하신다. 신인 배우도 저렇게까지 않을 것 같다. 연기하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본인 촬영이 아니고 상대방을 찍고 있는데 그렇게 열연하시고, 본인이 할 거 다 체크한다. 정말 연기할 때 최선 다해 에너지를 다 쏟아서 한다. 카메라가 자신을 찍든 말든 그렇게 하기 힘든데, 제가 볼 때는 정말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수현 배우는 신인은 아니지만 한국영화는 처음이다. 그래서 낯설고 어색할 법도 한데, 한참 선배와의 기 싸움 연기를 잘하더라. 첫 대사를 할 때 ‘이게 된다’면서 같이 웃었다. 김희애 선배님은 신인 같은 베테랑이고 수현 배우는 베테랑 같은 신인이다. 앙상블, 조화가 좋았다.”

–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겁지만, 촬영장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설경구 형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인 것 같은데, 경구 형이 없으면 다들 말씀이 별로 없고 저도 현장에서 긴장하는 편이다. 분위기가 무거운 건 아닌데 좀 잔잔하고 조용하다. 하지만 경구 형이 같이 있으면 화기애애하고 웃음도 많아진다.”

– 김희애 배우와 부부 연기를 했는데 어땠나?

“상상도 못 했다. 나이 차이를 떠나서 선배님은 제가 고등학교 때 책받침 모델이던 분이다. 어릴 때는 22살과 27살 나이 차이가 되게 많이 나는 것 같은데 50대가 되면 다 비슷비슷하다. 또 워낙 연기도 잘하시고 관리도 철저하게 잘하셔서 우려는 없었다. 아무래도 옛날얘기를 주로 많이 한다. 90년대 현장 얘기를 하다가 ‘너는 알지?’라는 식으로 저를 보신다. 빨리 대화에 들어오라는 거다. 데뷔 차이는 있지만, 한 시대를 같이 지내온 동료 같은 느낌이 있다.”

– 재규와 재완 형제의 관계도 현실적이라 인상적이었다.

“처음 대본을 보고 생각했던 건 재규가 재완을 싫어하고 콤플렉스도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처음 디너부터 의견 충돌하고 감정적으로 치열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독님과 얘기를 하면서는 오히려 현실적인 형제들은 그런 마음이 있어도 다음 날 바로 장난치고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하게 부딪힐 거라 생각하고 리허설을 했는데 경구 형이 능글능글하게 하니까 거기에 맞는 톤으로 바뀌더라. 그때 설경구가 괜히 대배우가 된 것이 아니구나 싶어 많이 배웠다.”

배우 장동건이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보통의 가족’ 오픈토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처지에서 작품을 보다 보면 이입이 될 것 같다. 나라면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을 텐데 어땠나?

“고민 정말 많이 했다. 배우들끼리 식탁에 앉아있다가 다음 촬영으로 넘어갈 때 시간이 좀 생기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너라면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을 한다. 결론은 아무리 상상을 해도 답을 못 내린다. 그 상황이 닥쳐봐야 알 것 같다. 영화도 정답을 주진 않는다. 실제 아이가 있어서 제 아들을 투영시키면서 연기하면 죄책감도 느껴지고 하기 싫은 상상도 하게 된다. 물론 어떻게 하는 것이 맞다, 옳다는 건 안다. 하지만 선택지가 있을 때 사람의 본성이 어떠냐의 문제인 건데, 진짜 그 상황엔 당연히 자수하는 것이 맞지만 솔직하게 그 상황에서 그걸 선택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 재규는 아들을 믿어준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자신의 도덕적인 모습 때문에 더 성인군자처럼 굴려고 한다. 그걸 보면서 장동건 배우는 실제 어떤 아버지일까 궁금해지더라.

“재규처럼 얘기할 때도 있다. 아이가 실제 맞고 온 적은 없긴 한데, 만약 그랬을 때 “애들끼리 싸울 수 있지”라고 할 수 있는 시대가 이제는 아니다. 만약 맞고 들어왔다면, 똑같이 폭력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칭찬하고 잘했다고 할 것 같다. 이런 말까지 준비를 해야 하는 요즘 시대에 대한 안타까움이 생긴다.”

– 설경구 배우는 내 아이가 맞는 것이 낫나, 때리는 것이 낫나 라는 질문에 맞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장동건 배우는 어떤가?

“이 영화와 비슷한 것 같다. 누구에게 유리한가를 보게 되는데, 답은 그게 맞는 것 같다. 그게 오히려 지금은 편안할 수 있으니 다치지만 않는다면 (맞고 오는 것이 낫다.)”

– “폭력으로 대응하지 않은 건 잘했다”라는 말을 준비했다는 건 이 작품 때문인 건가? 아니면 평소에도 이런 일을 대비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평소에도 그런 일이 사회에서 일어나지 않나. 그래서 그럴 땐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나쁜 상상의 결과물이 영화 속 아이들인 것 같다. 제일 미안했던 건 아이들을 너무 나쁘게 그린 것이 아닌가였다. 요즘 뉴스에도 등장하긴 하지만, 영화 속 아이들은 나쁜 상상의 결정체, 상징인 것 같다.”

– 재규가 고라니를 차로 치고 옆으로 치우는 모습과 아들이 노숙자를 폭행하고 옆으로 옮기는 모습이 비슷하게 그려져서 소름이 돋았는데, 어떻게 해석했나?

“재규는 그냥 가도 되는 급박한 상황인데도 고라니를 옆으로 치운다. 이게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의 행동인가, 은폐인가 생각하게 되는데, 저는 수습을 하고 가는 것이 전자라고 봤다. 그것이 아이들의 실수 장면과 약간 겹쳐지는 것 같기도 하다. 또 하나는 그 사건으로 유리창에 균열이 간다. 차에 타서 얘기하는데 그걸 외부에서 찍으면서 일상에 금이 가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기도 했다.”

배우 장동건이 영화 ‘보통의 가족’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 아버지가 되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많았을 것 같다. 배우로서 아버지가 된 후 얻은 스펙트럼에 대해 체감한 것이 있나?

“배우로서 좀 더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내가 이것까지는 포기하면 안 되지 않나?’ 하는 것이 많이 사라지고 오롯이 캐릭터에 더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이들을 통해서 생긴 것 같다. 둔치에 앉아서 아들 우는 것을 보는데 진짜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진짜 내 아들이 저러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테이크 갈 때마다 그렇게 되더라. 이 영화의 제목이 완성된 후에 지어진 건데, 여유 있을 때 장난처럼 얘기한 것이 ‘자식이 웬수’, ‘무자식이 상팔자’였다. 이런 부모의 마음이 전 세계를 막론하고 공감 가는 지점인 것 같다.”

– ‘태극기 휘날리며’ 재개봉한 후 아들이 보고 친구들에게 자랑했다고 했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제 영화를 극장에서 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재개봉했을 때 아들을 데리고 가서 봤는데, 아들이 감명 깊게 봤다. 되게 뿌듯해서 며칠 동안 그 여운을 가지고 있더라. 아빠를 대하는 태도도 한 일주일 정도 달랐다. 개인적으로 좀 뿌듯하고, 욕심으로는 새로운 영화로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사실 흥행작이라고 했을 때 ‘태극기 휘날리며’가 꼽힌다. 새로운 흥행작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궁금하다.

“허진호 감독님과 ‘위험한 관계’를 같이 할 때 그런 얘기를 했다. “우리는 대표작이 언제쩍 ‘태극기 휘날리며’이며, 언제쩍 ‘8월의 크리스마스’냐고. 그래서 대표작을 경신해보자고 했다. 감독님은 이후에 ‘덕혜옹주’와 ‘천문’을 하셨지만, 저는 사실 좋은 평을 받는 작품을 많이 못 만났다. 그게 한두 편씩 쌓이다 보니 원인이 뭘까, 어떤 잘못이 있나 생각하게 됐다. 요즘에 와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저 스스로에 대한 새로운 느낌이 없었던 것 같다. 제가 새롭지 않고 신선하지 않은데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접하면서 저 자신에 대해 많이 돌아보게 됐는데, 영화 텍스트도 그렇고 평소에 안 하던 것을 생각하게 되더라. 그동안 안 했던 연기, 감추고 있던 모습들, 그럼에도 공감 가는 것을 꺼내 연기하다 보니 저도 재미있고 새로운 느낌이 들더라.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르지만, 저에 대한 신선함과 새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 그렇다면 작품을 선택할 때의 기준도 달라진 것이 있나?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채널이 한정적이었다. 예전과는 달리 아무리 좋은 걸 내놓아도 관심이 없으면 안 보고, 본인이 보고 싶은 걸 찾아서 본다. 적극적으로 찾아서 보는 시대가 됐다. 예전엔 작품 선택이 좀 더 어려웠던 것이 순수하게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지점을 많이 고려했다. 한 번의 실패가 다음번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던 시대였다. 그러지 않기 위해 순수한 작품 선택 외에 많은 것이 개입됐다. 요즘은 작품이 조금 잘못되더라도 사람들이 잘 모른다. 나온 지도 모르니까. 제작사, 투자자에겐 죄송하지만, 배우로서는 그래서 더 자유롭지 않을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은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재미있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돌이켜봤을 때 후회되는 지점 중 하나가 경력은 30년이 넘었는데, 그것에 비해 작품 수가 부족하다. 그게 후회가 되니까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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