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불안을 느끼면 ‘술’에 절대적으로 의존했고, 중학생 아들은 쌓인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었다.
지난 30일 방송된 MBN 예능 프로그램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5(고딩엄빠5)’에는 중학교 3학년 아들과 쓰레기 집에서 살고 있는 엄마 김정민 씨의 모습이 담겼다.
“엄마 속 쓰린데 라면 좀 끓여줘.” 숙취에 찌든 엄마는 아침부터 중학교 3학년 아들에게 해장라면을 부탁했다.
전날에도 어김없이 술을 마셨던 엄마. 아들은 이 상황이 익숙한 듯 군말 없이 라면을 끓여 엄마 앞에 배달했다.
엄마는 날이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술이 당긴다고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는 하루에 최대 맥주 16캔을 먹었다.
술에 의존한 엄마는 과거 아동방임으로 아들을 시설로 보내게 됐다. 아들은 아동 보호시설에서 8년간 지내다, 1년 전부터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건강 문제로 현재 무직 상태다. 엄마는 뇌 조직 중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 뇌하수체에 발생하는 양성 종양인 ‘뇌하수체 선종’이 발견돼 약물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엄마는 “호르몬 조절이 안 돼서 두통이 너무 심하니까 자꾸 쓰러지기도 했다”며 “최근에도 쓰러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모자가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기초생활수급비와 국가 지원금을 합해서 140만 원. 생활비 중 엄마의 한달 술값만 35만 원에 달했다. 엄마는 거의 매달 마이너스 지출을 하고 있었다.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공기청정기 5대 등 가전제품은 모두 최신 고가의 제품이었다. 김정민 씨는 “NH 청년 임대에 당첨돼서 집이 커졌고 아들을 데리고 올 수 있는 조건이 됐다”며 “아들을 위해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집은 쓰레기장과 다름없어 좋은 환경이라고 볼 수 없었다.
엄마는 생활비가 부족해지면 지인들에 돈을 빌려 카드값을 막기 시작했다. 엄마는 20만 원을 빌리면, 곧바로 음식을 배달시켰고 맥주를 마셨다. 식사가 끝나면 먹다 남은 음식을 치우지도 않은 채 그대로 누워버렸다.
장을 볼 때도 술은 빠지지 않았다. 엄마는 마트에서 맥주 16캔을 담았다. 아들은 “너무 술만 사는 거 아니냐”며 집에 먹을 것이 없다고 먹을 것을 사자고 말하지만, 엄마는 귀찮다며 배달을 시켜먹자고 말했다. 그러더니 엄마는 맥주 4캔을 더 담았다. 아들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매번 술만 사네”라고 말했다. 아들은 엄마의 술을 나르는 짐꾼이 됐다. 엄마는 거의 매일 술을 사고 있었다.
술값을 아끼라는 아들의 말에 엄마는 “내가 ATM 기계냐”며 아들에게 일하라고 말했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은 “엄마가 성인인데 엄마가 먼저 일을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엄마는 “난 몸이 아픈데 어떡해”라고 무책임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아들은 “아픈데 술은 왜 마시냐?”고 꼬집어 말했다. 엄마는 “불안해서”라고 답했고, 아들은 상담을 받으라고 권유하며 “내가 있어도 (예전처럼) 술 마시고 똑같다”고 말했다.
엄마는 “그럼 넌 (아동 보호 시설에 안 있고) 집에 왜 들어왔어”라고 모진 소리를 했다. 아들은 “집에 와도 엄마는 술만 마시고 그래서 나도 핸드폰만 하는 건데 여기서 내가 잘못한 게 있냐”고 맞는 말만 했다. 아들의 말에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엄마는 “힘들 때마다 죽고 싶다”며 절대로 아들 앞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을 꺼냈다. 이 말은 자식이 아닌 상담사나 의사에게 해야 할 말이었다.
아들은 “자꾸 죽고 싶다고 말하지 말고 병원을 가라”며 “전 다시 시설 갈 테니까”라고 말했다. 엄마는 “다시 시설 가면 영영 못 보는데?”라고 묻자, 아들은 “그럼 죽고 싶다는 말하지 마라”고 대답했다.
아들은 결국 자리를 피해 집을 잠시 나갔다. 아들은 “마음에 없는 소리인 걸 아는데 전 그걸 들을 때마다 상처를 받는다”고 털어놨다. 아들은 자신의 감정을 참는 게 습관이 된 것 같았다. 지금까지 엄마는 아들의 감정을 받아주지 못했다. 아들이 떠난 뒤에도 엄마는 계속해서 맥주를 마셨다.
아들은 유일한 스트레스 탈출구는 운동이었다. 아들은 운동하며 그제야 환한 미소를 보였다. 엇나가지 않고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 진행자와 패널들은 입 모아 칭찬했다.
아들은 또 다른 고민이 있었다. 아들은 엄마 때문에 학교에서 조퇴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아들은 엄마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 2주에 한 번 엄마가 다니는 병원에 동행해야 했다. 아들은 “병원 끝나고 오면 술 사서 들게 하고 그걸 매번 들게 했다”고 말했다. 아들은 잦은 조퇴로 학교에서 경고 통지서를 받았다. 아들은 33일 출석일 중 16일을 조퇴해야 했다.
아들은 엄마와 함께 살아야 할지, 시설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 중이다. 아들은 엄마가 자신을 위해 직접 김치찌개를 해줬던 날인 ‘2023년 5월 24일’ 날짜까지 기억하며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그때가 그리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들은 “엄마가 달라지지 않으면 같이 살기 힘들 것 같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양아라 에디터 / ara.y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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