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살이었다. 검었던 머리가 하얗게 셌다. 딱 하룻밤 걸렸다. 거울을 보니 웬 노인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아들이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터 밀라논나(장명숙·72)가 과거 큰아들이 쓰러지면서 받은 정신적 육체적 충격을 고백했다. 지난 30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다.
이날 밀라논나는 인생의 트라우마로 남은 개인사라며, “1994년이 큰아들이 고3 때 뇌수술을 했다. 뇌동정맥 기형으로 태어나서”라고 운을 뗐다. 이어 “고3인데 그 녀석이 저녁 먹다가 ‘너무 머리가 아프다’고 하더니 쓰러지더라. 업고 병원에 가서 밤샘 수술을 했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긴 밤이 지났다. 밀라논나는 “그다음날 아침 거울 앞에 섰는데 핼쑥해진 얼굴에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정말 하루아침에 노파가 됐더라”고 했다. 일명 ‘마리 앙투아네트 증후군‘이라 불리는 현상이었다. “그때 수술 마친 의사 선생님이 저를 붙들고 ‘곧 가니까 마음의 준비하라’고 (했다.)”
가톨릭 신자인 밀라논나. 그는 “그때 기도를 했다. ‘살려주시면 어려운 아이들 도우면서 살겠다’고. 간절히 기도했는데 멀쩡히 살아서 지금은 사회 일원으로서 훌륭하게 좋은 파트너 만나 살고 있다”며 당시 아들이 기적적으로 회복하게 됐다고 했다.
그 뒤로 밀라논나는 매주 1번씩 보육원 봉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 채널 수익, 인세 전액을 기부하고 있다. 그는 “제 수익은 다 어려운 데(에 쓴다). 이 나이에 그걸 제가 쓰면 초라하다. 저는 모아놓은 거 있고 연금 나오니까”라며 신념을 드러냈다.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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