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어쩔 수 없이
머리를 밀어야 했던 이유
머리를 밀어버리는 것은 단순한 스타일 변신이 아니다. 특히나 연예인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머리카락을 내려놓고 대머리 연기를 감행한 배우들. 그들은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단순한 이미지 변신이 아닌,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진심 때문이었다. 작품 속 캐릭터를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과감하게 머리를 밀었던 배우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본다.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어요
배우 송선미는 데뷔작 SBS 드라마 ‘모델'(1997)에서부터 파격적인 삭발로 연예계에 등장했다. 당시 신인이었던 그녀가 머리를 밀었다는 사실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송선미는 한 방송에 출연해 “그때 삭발은 인생이 끝나는 느낌이었다.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라며 당시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감독이 신인인 그녀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기존의 배우들이 꺼릴 게 분명한 삭발 장면을 과감히 해낼 사람이 필요했던 것.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부끄러워서 다른 프로그램 출연할 때 가발을 썼다”라며 그 시절의 어려움을 미소로 회상했다.
매일 아침마다…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는 배우 하정우가 ‘도치’ 역을 위해 삭발을 감행했다. 제작보고회에서 “머리는 어떻게 된 거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매일 아침 촬영장에서 면도를 했다. 수동으로 미는 게 깔끔하더라”라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웃음 뒤에는 매일매일 면도칼을 들고 머리와 싸워야 했던 그의 노력이 있었다. “처음엔 사람들이 자꾸 제 머리만 쳐다보더라. 그런데 나중엔 눈을 보게 됐다”라며 삭발한 머리와의 적응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심지어 “머리에 분칠까지 해야 해서 클렌징할 때 너무 번거로웠다. 영화계에서는 ‘또랑’이라는 메이크업 용어가 있는데, 그걸 두피까지 하게 되더라”라며 고충을 털어놓아 웃음을 자아냈다.
삭발한 채 결혼식까지?
영화 ‘명량’에서 일본인 장수 ‘와키자카’ 역을 맡아 대머리 장수로 변신한 조진웅의 사연은 조금 더 독특하다. 촬영 기간 중 결혼식이 잡혀 있었던 것이다.
조진웅은 “뭐든지 하겠다고 했지만 왜장을 시킬 줄은 몰랐다. 머리를 밀어야 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결혼식 때 부분 가발을 썼다. 아내가 ‘땀 흘리지 말라’고 하더라”라며 유쾌하게 털어놨다.
그는 결혼식장에서 가발을 고정한 채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신혼여행에선 과감히 벗어던지고 자유를 만끽했다고. “아내가 이유 없이 계속 웃더라”라며 고백해 모두를 폭소케 했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작품에 바친 이들 배우의 모습은 그 자체로 진정성을 보여준다. 파격적인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들의 과감한 선택이 있었기에 우리는 한층 더 몰입감 있는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삭발 뒤에 숨겨진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그들의 작품을 다시 보는 시선도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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