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대표 사극 가운데 한 작품으로 꼽히는 2021년 ‘옷소매 붉은 끝동’. 당시 최고 시청률 17.4%(닐슨코리아)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조선의 국왕 이산(이준호)과 궁녀 성덕임(이세영)의 신분 차이를 뛰어넘는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와 개성 강한 조연 캐릭터들이 뿜어내는 재미까지. 무엇보다 성덕임을 사랑만을 위해 달려가는 인물이 아니라 자신의 주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인물로 설득력 있게 그려내려 감정의 층위를 차곡차곡 쌓아나간 연출자의 시선과 세심함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주역, 바로 최근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친자’)와 tvN주말드라마 ‘정년이’의 연출자들이다. ‘이친자’의 송연화 PD그리고 ‘정년이’의 정지인 PD가 주인공이다.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두 사람이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두 드라마의 연출자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과시한 디테일함을 이번에도 각기 작품에서도 과시하고 있다. 두 작품은 장르와 소재면에서 완전히 다르지만 장면마다 연출의 집요함이 배어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친자’는 주어진 사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베테랑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와 그런 아버지를 닮은 딸 장하빈(채원빈)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에 집중하는 스릴러다. 과거 어린 아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사망한 뒤 장태수는 범인으로 딸인 장하빈을 지독하게 의심한다. 그러던 와중에 산속에서 백골이 발견되고, 장태수는 사건 속에서 딸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어둠 속에 감춰져 쉬이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처럼 드라마는 조명을 통해 명과 암의 경계에 선 인물들을 묘사해낸다. 특히 5화 엔딩에 가장 내밀한 공간이자 사적인 공간인 집 안에서 부녀가 서로 어둠 속에서 정면에서 마주 보며 질문을 던지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서로를 쫓고 쫓기던 부녀가 집에서 마주치며 “나를 믿느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 표현된 빛의 질감이나 컷의 배치는 긴장감을 더욱 불러일으킨다.
취조실 장면의 동선 설계나 몸싸움 시퀀스의 합을 맞추는 과정은 촬영현장을 담은 메이킹 영상을 통해 어떤 식으로 세밀히 묘사됐는지 자세히 드러난다 영상에서 송 PD는 촬영이 끝날 때마다 배우들과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곤 한다. 한석규는 “송연화 PD가 지독한데 그럴 때 계약서를 꺼내 보면서 초심을 되새겼다”고 말할 정도다.
‘정년이’는 여성 국극이 사랑받았던 1950년대를 배경으로 국극단에 입단한 윤정년(김태리)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이다.
이 작품의 매력은 무대 위에서 ‘춘향전’, ‘자명고’ 등 극을 연기하는 장면 덕분에 마치 두 편의 작품을 동시에 보는 것 같은 신선함을 준다는 점이다. 정지인 PD는 “이렇게 많은 여성 배우들이 어떤 캐릭터를 다채롭게 선보이는 부분들 그리고 한 단계 넘어가서 무대 위에서 또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 이 사람들을 찍으면서도 저도 많이 놀랐는데 시청자들도 많이 놀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정년이의 성장 플롯과 국극 무대를 촬영하는 방식에 차이를 둬 몰입감을 높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극 무대의 경우, 일반적으로 찍는 드라마의 촬영 문법이 아니라 실제 관객이 무대 위 연극을 보는 것처럼 풀샷과 같은 넓은 앵글을 주로 사용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현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때문에 ‘정년이’에서 표현되는 국극 무대는 1950년대를 살고 있지 않은 시청자들이 당대에 호흡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시청 소감도 많다.
실제 여성 국극 단원들을 직접 만나고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며, 그 시절의 감수성을 녹여내려 한 정지인 PD의 노력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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