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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데 눈을 뗄 수 없는 ‘이친자’…후반부 주목할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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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 부녀 관계로 호흡을 맞추는 한석규(오른쪽)과 채원빈. 베테랑 배우와 신인의 만남이지만 팽팽한 연기 대결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제공=MBC  

보는 내내 숨이 막힐 듯한 기분이다. 그런데도 좀처럼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 부녀 스릴러를 표방한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베일에 가려진 아버지와 딸 사이의 비밀과 누구도 먼저 드러내지 않는 심연의 진실을 켜켜이 쌓아가고 있다. 연쇄적으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증을 자극하지만, 사실 범인보다 이제는 이들 부녀의 팽팽한 대결에 더 큰 호기심이 향한다.

베테랑 배우 한석규와 신예 채원빈이 주연한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극본 한아영·연출 송연화)가 반환점을 돌았다. 딸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아빠, 그런 아빠에게 틈을 주지 않고 치밀하게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는 딸의 대결이 매회 반복된다. 10부작 가운데 5편을 공개했지만 여전히 진실은 안갯속이다. 탁월한 실력을 지닌 프로파일러 아빠 태수는 자식 앞에서는 줄곧 무너진다. 경찰로서 지닌 신념이 흔들리고, 딸을 지키고 싶은 마음과 의심이 충돌하면서 깊은 딜레마에 빠진다.

답답하지만 눈을 뗄 수 없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언제쯤 진실을 드러낼까. 제작진의 불친절한 선택들이 오히려 미덕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후반부 이야기에서 눈여겨봐야 할 세 가지를 짚었다.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주인공 하빈 역을 맡은 채원빈. 비밀을 감추고 혼자만의 싸움을 시작하는 인물이다. 사진제공=MBC

● 한석규 VS 채원빈의 연기 대결 

태수(한석규)는 오래 전 이혼한 아내가 죽자 고향 집으로 내려와 딸 하빈(채원빈)과 함께 살기 시작한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그래서 할 말도 없는 부녀 사이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그 와중에 딸은 자꾸만 의심스러운 행동을 반복하고, 딸과 얽힌 ‘가출 팸’의 소녀가 실종되더니 딸의 친구 또한 백골 사체로 발견되면서 태수의 의심은 커진다.

드라마는 부녀 스릴러를 내세워 한석규와 채원빈의 팽팽한 연기 대결을 전면에 펼친다. 의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아빠와 딸의 물러서지 않는 공격과 방어가 반복된다.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주인공 하빈 역에 발탁된 채원빈은 대선배 한석규 앞에서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담이 컸지만 “뭔가 크게 일깨워 줄 거라고, 내 안의 것을 꺼내 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한석규 앞에 섰다.

물론 촬영 초반에는 감정을 조절해 표현하기가 어려워 연출자로부터 지적도 많았다. 그럴 때면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많이 울었다”고 했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채원빈은 “촬영 중반부터 하빈의 상황을 더 깊게 생각했고 내가 하빈의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니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한석규는 채원빈과 연기하면서 자신의 둘째 딸을 떠올릴 때가 많았다고 했다. 개성이 강한 편이라는 딸에게 아버지로서 진심을 다해 몇 차례 사과를 한 경험이 있다는 그는 “채원빈과 둘째 딸이 이틀 차이로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특별한 인연에 대해서도 밝혔다. 극에서 만난 부녀 사이를 넘어 실제로도 각별한 인연의 관계인 셈이다. 때문에 한석규는 “평생 후배 채원빈의 생일을 외울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치열한 연기 대결을 가능케 한 힘은 연기 경력을 떠나 서로를 향한 품은 믿음에서 비롯됐다.  

한석규는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자신의 딸에 대해서도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MBC

● 그래서 범인은 과연 누굴까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회를 거듭하면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인물들을 바꾼다. 처음 태수의 시선에서 딸 하빈이 의심스러웠지만, 이제는 딸의 눈에 아빠가 의심스럽다.  

세상을 등진 하빈 엄마(오연수)의 죽음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지, 하빈의 유일한 친구였던 수현을 죽인 범인은 또 누구인지, 과거 하빈의 어린 동생이 추락사한 까닭은 무엇인지, 드라마는 아직도 풀어야 할 이야기 쌓여 있다. 전반부에서 기묘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이야기를 느리게 전개한 제작진은 그 과정에서 곳곳에 심어 둔 여러 떡밥을 남은 5편에서 모두 수습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시청자들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사실에 더 만족을 표한다. 원작이 있다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예측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추리력을 발휘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2021년 MBC 극본 공모전을 통해 발탁한 한아영 작가가 만든 신선한 장르와 구도의 이야기가 주목받으면서 오랜만에 실력 있는 신인 작가의 탄생도 알리고 있다. 

극중 한석규와 함께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 윤경호와 프로파일러 노재원, 한예리(왼쪽부터)의 모습. 사진제공=MBC

● 의심을 거둘 수 없는 인물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한석규와 채원빈의 심리전에 이야기의 대부분을 할애하지만, 한편으로 이들 사이에 놓인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 속 시원하게 드러나지 않는 인물들의 관계에서 얼핏 약자처럼 보였던 인물이 가해자일지 모른다는 의심도 커진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비밀을 감춘 다면적인 모습이다. 그래서 인물도, 이야기도, 섣불리 판단할 수도 없다. 

가출 팸의 리더 최영민(김정진), 하빈의 학교 교사인 박준태(유의태)와 그의 연인 김성희(최유화) 사이에 얽힌 진실도 마찬가지다. 수수께끼처럼 서로의 관계와 정체를 숨긴 이들은 도무지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행동과 대사로 시청자를 더 큰 혼란에 빠트린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추리력을 자극하는 두뇌게임의 묘미가 있지만, 힌트를 주지 않는 제작진의 고집스러운 방식이 서서히 지친다는 시청자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배우 한석규를 향한 믿음이다. SBS 의학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한석규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눈을 돌려 딸과 얽힌 아빠의 지독한 비극을 풀어낸다. 한석규가 이런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그가 미스터리를 해결할 거라는 믿음이 맞물려 드라마 시청률도 차츰 상승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6일 방송한 5회의 시청률이 6.0%(닐슨코리아·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방송을 시작하고 가장 높은 성적이다.

이런 믿음은 함께 연기한 배우들도 느끼고 있다. 극중 한석규의 후배 프로파일러 역인 배우 한예리는 “한석규 선배와 언제 또 같이 작업하는 기회가 올까 싶어 꼭 출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며 “한석규 선배를 보면 좋은 어린이 된다는 게 어떤 건지 생각하게 된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이토록 친절한 배신자’를 든든하게 이끄는 배우 한석규. 사진제공=MBC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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