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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77%] 동화 같지만, 느슨한…’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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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의 청량하고 설레는 순간들을 담은 이야기다.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청설’은 동화 속 세상처럼 따뜻하다. 등장인물들은 사려 깊고 다정하다. 자신보다 동생을 아끼는 언니가 있고, 그 모습에 반해 무엇이든 챙겨주고 싶어 하는 듬직한 짝사랑남이 있다. 본인 때문에 희생하며 사는 언니가 안쓰러운 동생도 존재한다. 그들의 부모님 또한 온정이 넘친다.

스크린에서 만나는 반짝이는 청춘들의 순수함도 반갑다. ‘청설’의 세상을 만든 배우 홍경 노윤서 김민주는 3개월 동안 수어를 연습하고 익힌, 진정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청춘의 설렘과 성장을 티 없이 맑은 미소로 담아낸 충무로 라이징 스타들의 싱그러움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청설'(감독 조선호·제작 무비락)은 2009년 개봉한 동명의 대만 로맨스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2010년 한국 스크린에 걸렸지만 2만3000여명이 관람하는 데 그쳤다. 이에 ‘말할 수 없는 비밀’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 등 첫사랑 소재의 대만 로맨스 영화화와 비교해 덜 알려져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작은 청각 장애인이자 수영선수인 언니를 돕는 동생 양양(진이함)을 보고 첫눈에 반한 티엔커(평위옌)가 소리가 아닌 수어를 통해서도 진심을 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감성적으로 전달하며 대만 로맨스 영화의 ‘숨겨진 명작’으로 손꼽힌다.

영화는 제목으로 이 같은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청설’은 들을 청(聽)에 말씀 설(說)이 결합된 단어다. 듣고 말하는 소통뿐 아니라 들리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전할 수 있는 소통과 교감의 뜻을 내포했다.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제목을 통해서도 말한다. 

무엇보다 풋풋한 설렘을 안기며 국내에서 확실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대만 청춘 로맨스가 잇따라 한국에서 리메이크되는 가운데 ‘청설’은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나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청설’의 한 장면.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청춘 로맨스와 성장 드라마가 만났을 때

대학교를 졸업한 스물여섯살 용준(홍경)은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평범한 청춘이다. 엄마 때문에 억지로 도시락 배달 알바를 간 용준은 그곳에서 동생을 코치하는 여름(노윤서)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여름은 수영 선수이자 청각장애가 있는 동생 가을(김민주)을 돌보며 동생의 올림픽 출전을 자신의 꿈과 동일시한다. 용준은 자신보다 동생을 위하는 여름을 챙긴다. 장애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으로 상처받은 여름과 가을의 기분 전환도 시켜준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마음이 어느 정도 통했다고 느꼈을 때 가을에게 사건이 벌어지고, 죄책감을 느낀 여름은 용준을 멀리한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진심을 다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한다.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오해로, 때로는 엇갈림으로 아픔과 상처를 겪기도 하지만, 한층 성장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청설’은 이러한 청춘 로맨스와 성장 드라마의 만남을 소리 없는 손짓과 표정으로 그려내며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주인공이 수어로 소통하기 때문에 영화는 ‘목소리의 여백’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대신 이 부분을 발랄한 배경음으로 채워 넣는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오히려 주변 소리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것도 영화의 매력이다. 가을이 수영장에서 수어를 하면서 손과 물이 마찰을 빚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청설’이 원작과 다른 매력을 보여줬냐는 질문에는 물음표를 남긴다. 원작에서는 동생이 언니를 위해 희생하지만, 한국 리메이크작은 언니가 동생을 위해 희생한다. 한국적인 정서를 염두에 둔 설정 변화이지만, 원작의 큰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크게 차별성을 이뤘다고 볼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영화의 메시지가 누군가에는 동어반복처럼 여겨지는 부분도 이 작품이 가진 한계일 수 있다. 대신 노윤서는 “조금씩 디테일이 다른 부분이 있으니까 그 부분을 찾으면서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극 초반을 이끌어가는 청량한 기운을 후반까지 끌고 가느라 힘이 떨어지는 인상도 남긴다. 맑고 경쾌한 음악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배경을 바탕으로 용준과 여름의 모습 위로 흘러나오지만 이것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다소 느슨한 느낌을 안기기도 한다.

‘청설’은 올해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 초청돼 작품을 공개했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감독 : 조선호 / 출연 : 홍경, 노윤서, 김민주 외 / 장르 : 로맨스, 드라마 / 공개일 : 11월6일 /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 러닝타임 : 109분 /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맥스무비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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