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지ㆍ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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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기로 만나 서로의 비범함을 알아차린 강민지와 서솔은 하고 싶은 말이 많다. 2018년 여성들을 위한 미디어로 시작한 유튜브 ‘하말넘많’은 여행과 비혼, 게임, 요리, 운동, 다이소 아이템과 〈환승 연애〉 리뷰는 물론 투병기와 사투리 강좌까지 다룬다. 개설 6년차인 올해 구독자 60만 명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맞은 두 사람의 수다에는 단단한 우정이 자리한다.
오늘 두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안녕하시소’라고 인사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실패했다. 최근 업로드된 부산 여행 브이로그를 보니 강민지 씨를 알아보는 사람 수가 상당하더라
민지 우리 영상을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경험은 처음이다. 예전에는 젊은 여성이 많은 여의도 ‘더 현대’ 정도 가야 우리를 알아보는 분이 꽤 많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면 이제는 매일 그런 기분이랄까. 시장이나 고깃집에 가도 아버지뻘 중년 분들이 아는 척하신다.
솔 모든 반응이 정말 새롭다. 같이 있으면 “사투리, 사투리”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들린다.
대구 출신인 민지 씨가 왜곡된 미디어 사투리의 ‘기강을 잡는’ 영상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200만 뷰 넘는 영상만 세 편이고 ‘짤’ 바이럴은 헤아릴 수 없다. 서울에 살면서 계속 사투리를 유지하는 여성을 많이 보지 못했기에 개인적인 반가움도 있었다
민지 사투리를 덜 써야겠다, 고쳐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는 것 같다. 그냥 쓰는 게 내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말넘많’ 채널에는 여러 카테고리가 있지만 사투리 강좌를 포함한 〈강의의 神〉, 콘텐츠를 리뷰하는 〈리뷰의 神〉 시리즈가 최근 자리를 잡았다. 리뷰 콘텐츠라는 레드 오션에는 왜 뛰어들었나
민지 채널 정체성을 ‘최신 유행 콘텐츠 팔이’라고 정의하면서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는 주제라면 우리도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류 탑승도 잘한 것 같지만 인기 비결은…. 우리가 말을 그렇게 ‘맛깔나게’ 했나(웃음)?
〈선재 업고 튀어〉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같은 인기 콘텐츠 리뷰도 있지만 개인 취향의 콘텐츠 소개도 알차다. 개인적으로 볼 생각이 전혀 없다가 서솔 씨 강의를 보고 〈삼체〉를 시작했다
솔 어쩌다 보니 리뷰 콘텐츠가 투 트랙으로 가고 있는데 〈삼체〉나 〈대장금〉 같은 콘텐츠 리뷰를 할 때는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역사적 사실이 언급될 때 연도나 정식 명칭을 틀리면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신경 많이 쓴다. 최신 유행 콘텐츠를 올릴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속도다. 민지 평소 내가 편집하고 솔이가 후반작업을 한다면 〈환승연애3〉 리뷰 영상처럼 빠르게 올려야 할 때는 녹화를 20분씩 자른 뒤 이걸 나눠 따로 편집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영화과에서 만난 사이로 알고 있다. 영화과 진학이라는 결정을 내린 이유는
민지 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 만드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
솔 고등학생 때 처음 받은 아르바이트 비로 샀던 게 캐논 EOS 550D다. 그때 사람들이 제일 많이 썼던 카메라.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다 보니 그런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무한도전〉! 모두 〈무한도전〉을 보던 시절이었다. 제작진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프로그램이기도 했고.
‘하말넘많’ 채널이 2018년에 문을 열었으니 꽤 역사가 길다.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 2024년 버전으로 지금의 채널 소개를 한다면
민지 항상 고민되는 부분이다. 친구도 우리 채널을 누구에게 추천하려는데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모르겠다더라(웃음). 브이로거냐, 먹방 콘텐츠냐 하면 그건 또 아니고.
솔 ‘최신 유행 콘텐츠 팔이’라는 지금의 채널 배너 문구도 나름 우리를 카테고리화 하려다 탄생한 거다.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는 채널로 봐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하말넘많(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이라는 채널 명은 탁월한 것 같다
솔 예전에는 한 번에 캐치하는 분들이 거의 없고, 업무 문의 메일에도 두 분 중 한 분은 ‘할말넘많’으로 적어서 우리가 너무 어렵게 지었나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 채널 명을 한 번 더 곱씹게 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구독자 30만 명 돌파 방송을 한 게 지난해였는데 얼마전에 그 두 배인 60만 명을 기록했다. 채널 변곡점이라고 느낀 순간은
솔 하나하나의 콘텐츠에 굉장한 사명감이나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다. 사실 어떤 콘텐츠가 가장 마음에 남느냐는 질문도 곧잘 받는데 영상 제작 사이클이 짧다 보니 특정 콘텐츠만 특별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그것보다 그때그때 꾸준히 만들어내는 지속성에 더 의의를 둔다.
민지 채널 변곡점이라기보다 채널을 운영하는 우리 상태의 변곡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아무래도 2023년 1월, 뇌종양 수술을 했을 때다. 나에게도 큰 일이었지만 솔이에게도 굉장히 큰 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삶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 보너스 인생이 주어진 느낌이랄까? 요즘은 건강검진하라는 말보다 더 따뜻한 말이 없는 것 같다.
2021년에 펴낸 〈따님이 기가 세요〉를 다시 읽으니 그 시점 여성 사이에 오갔던 논점을 다시 되짚는 기분이 들었다
민지 책을 썼을 때나 지금이나 생각과 생활방식이 휘발되거나 변한 건 없다. 그 시기에 쓰길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또 어릴 때 쓴 일기장을 보는 기분도 든다.
솔 댓글을 보면 최근 저희를 알게 된 분도 ‘책을 샀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긴 하다.
강연과 책 사인회 또는 팬 미팅을 통해 실제로 팬을 만날 일도 많은데 어떤가? 변화가 있나
민지 다들 우리와 같이 나이들어 갈 줄 알았는데 중·고등학생 등 새로운 친구들이 유입된다.
솔 예전부터 봤던 익숙한 얼굴도 여전히 많다. 신기한 건 어린 친구들도 많다는 것. 중학생에게는 우리가 거의 이모 뻘인데 우리 영상이 과연 재밌나 싶어 물어봤는데 재미있다더라(웃음)
내가 생각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또래가 아닌 의젓한 성인 여성들이 꾸미지 않은 상태로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놀고, 웃고, 때로는 지적으로 콘텐츠를 리뷰하는 채널은 없으니까
솔 어린 친구들도 있지만 연령대가 다양해지는 걸 느낀다. 후원용 멤버십 결제를 하신 분이 있는데 댓글을 보면 40~50대이신 것 같은데도 우리 채널을 보면서 재미있게 노는 모습에 깔깔거리며 웃는다, 너무 보기 좋다는 이야기를 해주신다. 우리가 중장년층의 인식도 조금씩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굉장히 고무적이다.
‘사이버렉카’가 문제가 되고 그런 영상을 습관적으로 보는 이들도 많은 요즘. 기획력과 책임감을 갖고 진정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존재가 한층 더 각별하게 느껴진다
민지 우리는 말하기보다 보여주기를 선택한 것 같다. 내가 어떤 아이돌을 좋아하면 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받고, 어린아이가 성인 여성을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자연스러운 것처럼 우리가 우리 모습대로 사는 걸 보여주자. 그걸 보여주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다. 왜냐면 우리가 보여주는 삶의 방식은 여전히 소수니까. 그때까지 ‘나이 먹으면서 끝까지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솔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계선을 일련의 사건을 통해 너무 명확하게 깨달은 것 같기도 하다. 최근 〈흑백요리사〉 리뷰 콘텐츠는 편집 과정에서 거의 3분의 2는 덜어낸 느낌이다. 같은 취지의 발언이라 해도 여성이 말하는 것과 남자 입에서 나가는 게 어쩔 수 없이 다르게 받아들여지니 그런 부분을 긁어 부스럼 만들어서 뭐 하나 싶은 부분도 있다. 맷집이 생겼지만 그래도 굳이 또 맞을 필요는 없지 않나 싶은 거지.
회원 전용 콘텐츠가 잘 기획돼 있는 것도 ‘하말넘많’ 채널의 특징이다. 팬덤, 크리에이터와 구독자 사이의 유대감이 형성돼야 가능한 일 아닐까 싶다. 어떤 면에서는 아이돌 ‘버블’이나 ‘DM’ 같기도 한데(웃음).
솔 채널의 역사가 제법 되다 보니 우리를 지지해 주는 분들, 우리가 어떤 영상을 올리든 멤버십을 유지해 주는 분들이 꽤 있다. 예전 콘텐츠 중에 멤버십에 가입한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콘텐츠도 일부 있고.
민지 편집이라 할 것도 없이 막 올라간, 좀 더 개인적이고 여과 없이 이야기한 콘텐츠에 향수를 느끼는 분도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쌓아온 내공과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깊게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민지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할말은 줄여야 하더라.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기보다 지금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하나씩 늘려가고 싶다. 왜냐면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으니까. 아, 그런 바람은 있다. 편집을 하더라도 그 결정이 우리의 자발적인 것이라면 더 좋겠다.
솔 맞아. 편집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다 나왔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보고 ‘이게 티가 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지금 목표도 한 마디를 했다면 두 마디, 세 마디 더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이것만은 우리 채널에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게 있나
솔 친구들이랑 깔깔대는 것! 혹은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 혈당 관리 콘텐츠도 웃자고 올린 것이지만 어떤 분들은 실제로 경각심을 얻기도 하고, 하프 마라톤에 참가한 걸 보고 러닝에 도전했다는 분도 있다.
민지 그런 반응을 보면 내가 그냥 정보로 알고 있는 것과 누가 실제로 실천하는 걸 눈으로 보는 게 완전 다르게 와닿는다는 걸 깨닫는다. 딱 그 정도, ‘이렇게 해보셔’ 정도를 이야기하고 싶다. 모든 순간이 순탄한 건 아니지만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 앞으로도 이대로만 살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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