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지른 미군 병사에게
건넨 특별한 조건
개그맨 출신 방송인 홍석천은 한국 연예계에서 대중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밝힌 최초의 연예인으로서 여러모로 역사적인 인물이다.
연예 활동뿐만 아니라 이태원에서 다수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성공한 사업가’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었다던 그의 화려한 이면에는 잊지 못할 사건이 있었다. 바로 2009년, 미군 병사의 방화로 인해 자신의 레스토랑이 불타버린 일이다.
3,000만 원 피해를 눈감아준 홍석천
그 사건은 2009년 새해 첫날, 홍석천의 레스토랑에서 일어났다. 홍석천은 “새벽 5시쯤, 연말 장사를 마치고 가게를 닫은 상태였다. 그때 만취한 미군이 통행금지를 피해 내 가게에 들어와 술을 마시다가 자기도 모르게 쓰레기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그 순간 레스토랑 내부가 순식간에 불타기 시작했고 다행히도 그의 동생이 빠르게 연락해 불을 끄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미 가게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당시 피해액은 약 3,000만 원에 달했다고 한다.
누구라도 분노와 좌절을 느낄 만한 상황에서 홍석천은 남다른 선택을 했다. 사건을 일으킨 미군 병사는 당시 22살의 젊은 나이였고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이를 본 홍석천은 법적 처벌을 요구하지 않고 그를 용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홍석천은 그 미군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게이다. 네가 나에게 받은 이 용서를 평생 잊지 말고 어디에서도 게이를 비난하거나 험담하지 말아라.” 그 조건을 듣고 미군은 깊이 반성했고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식당을 정리한 이유
이후로도 홍석천은 10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이태원의 성공한 사업가로 활약을 이어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등장했던 2020년, 그는 식당을 하나씩 폐업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태원의 가게들을 정리하게 된 진짜 이유에 대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언급했다. 홍석천은 “코로나가 터지기 1년 전, 패혈증에 걸렸다. 몸 안에 염증이 너무 심해져서 고열로 병원에 실려 갔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쉴 틈 없이 일에만 매달렸던 그였기에 그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건강이 악화되자 하나둘씩 가게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19 여파로 이태원은 하루아침에 유령도시가 되었고 홍석천이 운영하던 가게들 역시 타격을 입었다.
그는 “코로나 전에는 주말에 하루에 천만 원을 팔았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하루에 3만 원을 번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홍석천은 이태원에서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싱가포르로 떠났고 “이태원에서의 성공이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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