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극장으로⑬] 수원 소극장 울림터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퇴근 시간 7시부터 돌아가는, 소극장 울림터
경기도 수원 팔달문 인근에 터를 잡은 소극장 울림터. 보통 회사라면 불이 꺼지는 오후 7시, 소극장 울림터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공연이 없는 날에도 매일같이 이곳을 찾는 ‘직장인’들이다. 소극장 울림터는 직장인 극단 마카네의 아지트이자, 공연장으로 정식 등록된 수원의 유일한 민간 소극장이기도 하다.
극단과 소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창환 대표 역시 38년차 직장인이다. 그 역시 처음 연극을 접한 것이 직장인 동호회를 통해서다. 배우로서 직접 무대에 오르고, 한 작품의 연출자로 서면서 연극의 재미에 빠진 김 대표는 2013년 극단 마카네를 창단했다. 공연장은 극단의 필요해 의해 2015년 개관했다.
“직장인들로 이뤄진 극단이다 보니까 처음 소극장을 만들 때는 반대가 컸어요. 단원들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었죠. 결국 사비를 털어서 진행했고, 그 이후 제 마음을 알아주셨는지 단원들도 함께 뜻을 모았죠. 사실 극장에 대한 지식은 ‘제로’였습니다. 그 당시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발품을 팔아 직접 소극장 자리를 찾았고, 단원들과 함께 벽을 뚫고 객석도 쌓아가며 극장을 완성했어요. 제가 설계를 공부했던 터라 기본적인 극장 내부 시설 디자인은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15년 개관한 소극장 울림터는 지난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했다. 지금의 소극장 울림터는 한 건물의 3층에 위치하고 있고, 애초 한의원으로 운영되던 곳이었다. 약 80석 규모의 공연장은 김 대표의 연극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잘 관리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안전이 제일”이라며 객석과 무대 바닥을 나무나 알루미늄 바가 아닌 철골구조로 모두 깔았다고 설명했다.
“처음 무대에 올릴 작품을 직접 만들었을 때, 창조주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평면적인 텍스트들이 나로 인해 입체화되는 거잖아요. 그 쾌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죠. ‘인생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이것만큼은 내가 더 고민하고 몰입하면 가능하니까 그 카타르시스가 컸던 것 같아요. 윤석화 배우가 ‘연극은 마약과 같다’고 했는데, 저 역시 한 번 빠지니까 헤어나오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극단을 만들고, 소극장을 만들어서 나만이 할 수 있는 공연을 올리려고 했습니다.”
작은 몸짓, 큰 울림…꿈꾸는 이들을 위한 ‘판’
“작은 몸짓이지만,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싶었어요,”
극단 마카네는 소수 인원으로 출발했지만 현재 온라인 카페 회원만 800명이 넘는다. 실제 무대에 서는 단원만 해도 50명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 수원뿐만 아니라 안양, 평택, 안산, 용인 등 경기 넘부 일대에서 연극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극단 마카네를 찾는다. 이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공연장을 보유하고 있고, 이곳에서 매해 4~6편의 작품을 꾸준히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극단 단원들의 만든 창작 뮤지컬 ‘먀먀뮤뮤’ 공연을 올렸고, 올해 하반기엔 ‘죽음의 집’, 내년 상반기엔 ‘벚꽃동산’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극단 마카네는 극단 내부에서 단원들이 동아리 활동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게끔 하고 있어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으니까,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성도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낭독 공연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 뮤지컬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 그리고 관극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고요. 다양한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소극장 울림터라는 공간을 제공하는 거죠. 실제 무대에 올라가는 극단 마카네의 공연들도 극단 내의 동아리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꾸준히 공연을 올리는 것관 별개로 극장 운영은 매번 적자다. 사실상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어려워 김 대표 사비를 터는 일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수원의 연극 활성화를 위해 한국생활연극협회에서 경기남부 지회장을 맡고 있고, 한국근로자문화예술인협회에선 협회장을 맡고 있다. 협회에서 매년 진행하는 웰코미디페스티벌은 올해 16번째 행사를 수원에서 개최한다.
“운영이 쉽진 않습니다. 극장을 활용하는 단원들이 있고, 극장을 찾아오는 관객들이 있어서 버티고 있지만 공연이 어려울 정도의 환경이 거듭되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고요. 사실 제 수익을 생각하면 절대 공연장을 운영할 수 없는 것이 소극장들의 현주소일 겁니다.”
“저희 소극장 울림터는 시민들로 하여금 연극적 소양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실제로 우리 극단을 거쳐간 사람만 따져도 수천명이 될 거고요. 제가 없어지더라도 이 극장만큼은 살아남길 바랍니다. 누구나 찾아와서 꿈을 키울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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