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배우 김수미(본명 김영옥)는 개성 강한 인물을 자신만의 매력으로 소화해왔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시골 할머니 연기를 한 고인은 드라마와 시트콤, 영화를 넘나들며 활약했다.
뛰어난 입담과 요리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요리 예능프로그램을 선보이거나 김치 사업가로도 나서는 등 다방면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멀티테이너’의 행보를 걸어왔다.
1949년 10월24일 전라북도 군산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연예계에 첫발을 디뎠다.
여러 작품에서 단역과 조연 생활을 하다가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한 MBC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 역을 무려 22년간 맡으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전원일기’를 처음 촬영할 당시 고인의 나이는 겨우 32세였다. 아들 이일용 역을 맡은 배우 박은수의 나이가 두 살 더 많았다.
김수미는 일용 엄니라는 ‘국민 캐릭터’를 탄생시킬 정도로 탁월한 연기력을 펼쳤고, ‘전원일기’와 함께 선보인 ‘남자의 계절'(1985년~1986년)을 통해 1986년 MBC 연기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연 캐릭터로 방송사 연기대상을 받은 연기자는 김수미와 1995년 KBS 1TV 일일극 ‘바람은 불어도’의 나문희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일기’가 종영한 이후에도 일용 엄니의 강한 이미지가 남아 있어 주로 어머니나 할머니 역을 맡아왔다. 그렇지만 ‘발리에서 생긴 일'(2004년) ‘돈의 화신'(2013년) ‘전설의 마녀'(2014~2015년) ‘언니는 살아있다!'(2017년) 등 주로 강하고 특색 있는 개성파 인물이 주어졌다.
스크린에서도 활약했다. 2005년 ‘마파도’를 비롯해 ‘맨발의 기봉이'(2006년) ‘육혈포 강도단'(2010년)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년) ‘위험한 상견례'(2011년)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무엇보다 김수미는 ‘욕 연기’로도 개성 강한 캐릭터를 드러냈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사랑이 무서워’ 등 여러 작품에서 선보였던 구수하면서도 정감 있는 욕설 장면들이 SNS 등을 통해 각종 밈(meme)으로 생성되며 현재까지도 젊은 세대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2015년에는 전국의 ‘욕 달인’들이 모여 배틀을 펼치는 영화 ‘헬머니’의 단독 주연을 맡기도 했다.
유작은 지난해 개봉한 ‘가문의 영광: 리턴즈’이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김수미는 “현장이 그리워 (시리즈를)’한 번 더 찍자’고 제작자한테 제안했다”며 자신의 의지로 작품이 성사됐음을 공개했다. 김수미는 2005년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를 시작으로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2006년)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2011년)까지 ‘가문의 영광’ 시리즈에서 홍덕자 역할로 코믹 열연을 펼쳤다.
김수미는 영화 촬영을 하며 “젊음을 몇 년 찾은 것 같다”면서 “아무리 좋은 집에서 근심, 걱정 없다 해도 늘 현장에 있는 것이 행복”이라며 천생 연기자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요리 솜씨와 진행 능력을 바탕으로 여러 예능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2018년 tvN ‘수미네 반찬’과 2019년 MBN ‘최고의 한방’ SBS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 KBS 2TV ‘수미산장'(2021년) E채널 ‘익스큐수미: 일단 잡숴봐'(2023년), 지난해 tvN ‘회장님네 사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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