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빌린 돈이 무려
5000만 원이나 된다고?
지금은 세계적인 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이정은이지만, 그녀의 무명 시절은 상상 이상으로 길고 험난했다. 무려 13년 동안 갚지 못했던 빚이 있다는 사연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이정은이, 과거 동료 배우들에게 5000만 원을 빌리고도 오랜 세월 갚지 못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해졌다.
이정은은 과거 무명 시절, 생활고에 시달리며 연극 무대에 올랐지만 연 수입이 고작 20만 원에 불과했다. 극단에서 활동하며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그녀는 무려 40살까지 여러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만 했다. 연극 학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거나 마트 직원으로도 일했고, 심지어 녹즙을 팔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녀의 인생을 바꿔 놓은 사건은 2000년대 초반, 한 연극단에서 연출자가 돌연 사라지면서 발생했다. 연극이 취소될 위기에 처하자 이정은은 직접 연출을 맡고자 했다. 그러나 돈이 없었고, 이에 그녀는 절친한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전화한 첫 번째 사람은 신하균이었다. 이정은은 다짜고짜 “돈 좀 빌려줄 수 있느냐”라고 요청했다. 신하균은 돈이 왜 필요한지도 묻지 않고 흔쾌히 1000만 원을 빌려주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이정은은 연극을 끝까지 올리기 위해 또 다른 동료인 우현과 지진희에게도 돈을 빌렸다. 이렇게 셋에게서 모은 돈이 총 5000만 원이었다.
일단 빌렸지만…
하지만, 그때의 연극은 흥행에 실패했다. 빚을 갚을 수 있는 수입이 없던 이정은은 결국 마트에서 12시간씩 간장을 팔아 조금씩 돈을 모아야 했다. 그녀는 “금방 갚을 줄 알았는데, 결국 13년이 걸렸다”며, 당시 자신이 얼마나 막막했는지를 털어놓았다.
이정은은 이 빚을 갚기 위해 엄청난 책임감을 보여주었다. 당시 그녀는 ‘전대녀’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채무자들의 이름과 갚아야 할 금액을 적어 전대에 넣고 다녔다고 한다.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자신의 가족이 대신 빚을 갚아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돈을 모은 끝에, 마침내 모든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이정은은 모든 돈을 갚은 후, 우현에게 “너만 갚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당시 그녀의 상황은 그만큼 어려웠지만, 이정은은 그 속에서도 동료들에게 진 빚을 성실하게 갚아나갔다. 이제는 무명의 설움을 딛고 당당한 배우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영화 ‘기생충’에 출연하며 칸 영화제 수상이라는 큰 성과를 이룬 지금, 이정은은 비로소 그 긴 무명 시절과 고된 노력의 결실을 맛보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 시절을 잊지 않고, 모든 걸 걸고 자신에게 빌려준 동료들의 믿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무명의 설움을 겪지 않게 되었지만, 그녀는 지금도 그 시절을 잊지 않는다.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노력 끝에 모든 빚을 갚고, 신뢰를 지키며 성공을 이루어낸 이정은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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