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모두 10월 21일 기준 자사 몰 기준
‘한 알만 톡 던져 넣으면 빨래 끝~’이라니. 글로벌 생활 화학제품 회사 프록터 앤 갬블(P&G)이 2004년부터 8년간 고군분투 끝에 개발한 캡슐형 세제(pod type)는 출시 즉시 시장 판도를 바꾼 게임 체인저였다. 폭발적 인기에 슈퍼마켓 세제 매대를 빠르게 잠식 중이며, 세제 회사들은 ‘5세대 세제’라며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캡슐 세제 역시 잘 써야 편리하지, 잘못 쓰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1. 캡슐 세제는 넣는 법부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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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붓는 액체, 가루 세제와 달리 캡슐 세제는 드럼이든 일반형이든 세탁조 안에 먼저 넣은 다음 빨랫감을 올려야 한다. 광고에서는 비커 물에도 사르르 녹아버리지만, 세탁조 안에서 옷에 둘러싸이면 물과 제대로 접촉할 수 없어 다 녹지 않고 젤리처럼 들러붙어 얼룩이 된다.
또, 드럼세탁기 문 가까이에 넣으면 고무 패킹 사이에 끼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어 최대한 세탁조 안쪽까지 팔을 뻗어 넣는 게 안전하다. 찬물에도 잘 녹는다지만 우리나라 겨울 얼기 직전 수돗물엔 거의 녹지 않는다. 이럴 땐 세탁수를 40도 정도로 설정하거나 미리 따뜻한 물에 캡슐을 잘 녹인 후 액체 상태로 붓는 게 방법.
2. 캡슐 세제는 드럼 세탁기엔 과량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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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세탁기는 세탁수 양이 일반형 세탁기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돼 세제 농도가 진해지기 쉽다. M 사이즈 여자 옷으로 가늠해 보면 두꺼운 긴 소매 셔츠 3벌 600g, 세면 타월 5장 750g, 청바지와 면바지 각기 500g씩, 양말 4켤레 160g, 모달 소재 팬티 7장 140g, 파자마 1벌 350g까지 모아야 겨우 3kg이 된다. 여름옷은 세탁 바구니 위로 솟을 만큼, 가을, 겨울옷은 거의 다 찰 만큼인, 생각보다 많은 양이다.
그래서 최근 소량 빨래용으로 출시된 3~4kg용 캡슐 세제가 사실 보통 빨래용이다. 세제를 과량 쓰면 환경을 해칠 뿐 아니라 물, 에너지, 시간 낭비에 세탁기 오염 및 고장, 옷 수명 단축, 피부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마지막 헹굼물에 거품이 많다면, 혹은 세탁한 옷이 끈적이거나 세제 냄새가 심하다면 의심해야 한다.
3. 일반형 세탁기에 물 많이 채운다면 대용량 캡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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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정의한 1회 빨래 양 평균 7kg은 4인 가족이 기준이다. 가벼운 옷은 세탁 바구니 두 개를 가득 채우고도 넘칠, 청바지처럼 무거운 옷도 10~14벌은 모아야 할 양이다. 14kg 표기된 세탁기여도 가벼운 옷을 채웠다고 14kg이 아니다. 세탁기 kg은 모터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빨래 무게를 의미하니, 한 번도 그 무게를 빨 일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많은 세제 업체가 보통 1회 빨래, 혹은 바구니 하나가 7kg이라며 오해를 유도한다.
빨래 7kg마다 한 개 쓰라는 14~15g짜리 대용량 캡슐 세제는 드럼 세탁기로는 계절 끝에 옷 대량을 한 번에 빨 때, 일반형 세탁기엔 물을 반 이상 채울 때 유용하다. 한국 세탁기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대형 위주라, 이불처럼 무게 대비 물을 많이 써야 할 때 작은 캡슐 하나로는 세탁력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수입 캡슐 세제는 외국 경수 수돗물에 맞게 제조돼 연수인 우리나라에선 훨씬 많은 빨래를 할 수 있다.
4. 국내 캡슐 세제는 제조사 몇 곳이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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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세제 시장은 브랜드가 몇백 개로 추정될 만큼 레드오션 상태지만, 캡슐 세제 생산 설비는 아직 많지 않아 일부 자체 공장이 있는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을 빼고는 모두 몇몇 OEM, ODM 제조사에서 생산한다. 국내 유통 브랜드 반 이상을 한 제조사가, 나머지를 몇 제조사가 나눠 생산할 만큼 독과점 형국.
결국 디자인, 향 등만 조금씩 다를 뿐 실제론 같은 회사 제품들이 다른 옷을 입고 유통된다는 얘기다. 제품 특장점부터 캡슐 형태, 액성, 개당 용량까지 비슷하다면 같은 제조사 제품인지 확인해 가격을 비교할 것.
사실 캡슐 세제는 가장 비싼 세제 형태다. 수입, 고가, 소용량이라는 조건까지 고려해도 액체 세제는 회당 2백원 넘게 들지 않지만 캡슐 세제는 보통 개당 3백원 이상이고, 심하면 1천원이 넘는 것도 있다. 신기하게 싸고 양이 많다 싶은 건 중국 OEM일 확률이 높고, 국내 제조사 자체 브랜드 제품은 유명 브랜드와 품질은 동일하지만 유통 단계가 단순해 더 저렴하다.
5. 약알칼리성? 중성? 캡슐 세제도 옷에 맞춰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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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 세제에도 약알칼리성, 중성이 있다. 약알칼리성은 기름때를 녹이는 기능이 좋아 오염이 심한 옷, 지성 피부나 운동을 자주 하는 사람이면 마나 합성 섬유처럼 튼튼한 소재 옷을 빨 때 적합하다. 대신 섬유가 뻣뻣해지고 진한 색은 물이 빠질 수 있다. 이 점을 역이용해 살균・표백이 중요한 아기 옷이나 얼룩을 지우고 빳빳하게 빨아야 하는 흰색 면・마 침구・행주에 쓰기 좋도록 과탄산소다, 탄산소다를 더한 알칼리성 캡슐 세제도 있다.
중성 세제는 모든 면에서 그 반대라고 보면 된다. 부족한 세탁력은 인체에서 분비하는 것과 동일한 효소 6~10종을 더해 강화하는 추세다. 3~4칸(챔버)으로 나뉘어 효소, 섬유 보호 성분 등이 별도로 보존되는 제품이 대체로 한 칸짜리보다 세탁 효과가 좋다. 하지만 어떤 효소를 얼마나 넣었고, 어떻게 안정화했는지도 중요하며 고가 원료라 가격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6. 올인원 캡슐 세제라도 섬유유연제만큼 효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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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취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등 여러 기능을 더해 ‘올인원’이라 주장하는 캡슐 세제가 많다. 그러나 액체 섬유유연제를 따로 사용하는 것과는 효과가 다르다. 세제의 계면활성제는 보통 약알칼리성에 음이온, 비이온계고, 섬유유연제는 약산성 양이온계라 헹굴 때 섬유유연제가 잔류 세제와 결합, 중화한다.
그런데 한 번에 녹아 섞이는 캡슐 세제에 둘을 함께 넣으면 기능이 상쇄돼 어느 쪽도 제대로 작용하지 못한다. 캡슐에 든 섬유 유연 성분은 글리세린처럼 섬유를 조금 더 부드럽게 하거나 구연산처럼 산도를 약간 낮춰주는 것이지, 일반 섬유유연제만큼 정전기를 방지하고 섬유를 코팅하는 효과는 볼 순 없다.
약알칼리성 세제를 썼을 때, 니트처럼 부드러움이 중요한 옷엔 약산성 섬유유연제를 따로 추가하는 게 좋다. 섬유유연제처럼 캡슐 세제도 유명 조향사가 향수처럼 조향한 제품이 인기다. 향기 부스터 비즈를 함유한 캡슐 세제는 향 지속력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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