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영화다. 다만 액션 안에 더 깊은 이야기와 감정이 담긴 영화다” 배우 강동원이 10년만의 화려한 검술액션을 펼친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이같이 정의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영화 ‘전,란’으로 열연한 배우 강동원과 만났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선조'(차승원 분)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영화다.
강동원은 극 중 주인공인 천영으로 분했다. 어린시절부터 이어진 종려와의 인연이나 범동(김신록 분), 김자령(진선규 분)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의병들 사이를 아우르는 모습은 물론, 주요 사건의 분기점마다 비치는 묵직한 감정무게들은 캐릭터는 물론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강조하는 단단한 배경이 됐다.
또한 박정민(종려 역)·정성일(겐신 역) 등과의 안개 속 1대1대1 대결 등은 2014년 ‘군도: 민란의 시대’ 이후 10년만에 보는 강동원 고유의 화려한 검술액션 호흡으로 장면 자체의 몰입감 자체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강동원은 소탈함과 유머감각을 아우르는 모습과 함께, ‘전,란’ 천영 역으로 마주한 오랜만의 검술액션과, 자신의 연기철학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첫 노비역할, 어땠나?
▲제안받았을 때부터 액션영화지만 감정과 인물서사가 충분히 들어가있는 작품이었다. 종려와의 계급을 넘어선 우정, 선조와 주변, 의병들의 이야기들이 충분히 나온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군도 때 서자와는 또 다른 톤의 결핍이라 재밌었다. 실제 상류층 출신이 아니라서 그런가, 양반 역할보다는 잘 맞는 듯 느껴졌다.(웃음)
-다양한 ‘전,란’ 액션의 만족도는?
▲6개월간 87회차 촬영 속에서 액션 그 자체는 물론, 그 안에 담긴 감정선 또한 잘 나온 것 같다. 여러 번 종려와의 대결에서 울분과 즐거움 등 감정을 담아내고자 했던 것이 잘 비친 것 같다.
기존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감정을 쏟아내자라는 목표보다는 조금 덜 비친 부분도 있지만, 그마저도 만족스럽다. 물론 과거보다 점프능력 등 일부에서 좀 힘들어진 것은 있다(웃음)
-대역활용은?
▲정말 위험한 장면이 아니면 제가 했다. 액션 자체도 감정을 실은 연기니까, 액션자체의 멋만큼이나 감정표현과 연결이 중요하다. 그래서 보통은 대역을 잘 안쓰려고 하는 편이다.
-첫 넷플릭스 영화, 색다른 점은 무엇인가?
▲흥행 자체를 무시하지 못하겠지만, 그보다 창작자 존중에 무게를 둔 현장으로 느껴졌다. 시리즈와는 달리 대형 스크린을 감안한 콘티 구성으로 영화 분위기를 느끼게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클로즈업컷 구성으로 넷플릭스 작품의 특성을 느끼게 했다.
극장개봉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아마 극장영화로 갔다면 흥행도 부분으로 인해 연령제한이나 표현들이 다소 가감됐을 것같다.
-‘전,란’ 속 브로맨스 분위기에 은근한 퀴어코드가 숨어있다는 해석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퀴어코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정치적 색채 등 해석하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시나리오나 촬영준비 등의 기간을 감안하면, 정치적 비유 등의 요소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란’ 시그니처라 할 안갯 속 1대1대1 액션, 비하인드는?
▲모래와 안개가 짙게 깔린 500평 규모의 세트에서 촬영했다. 한 바퀴 돌면 카메라 방향을 잃을 정도였다. 그 안에서 배우들과의 합도 신중해야 했다. 저는 부상이 없었는데, 정성일 형(겐신 역)은 (박)정민 씨(종려 역)가 무심결에 너무 세게 때려서 두 동강 나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웃음).
시나리오의 감정을 더욱 뜨겁게 느꼈던 박정민 배우, 은근히 검술액션에 뛰어난 정성일 형, 두 사람과 좋은 케미로 잘 마무리했다.
-‘전,란’의 글로벌 흥행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스페인어권 영화가 이후에 나와서 흥행도가 좀 밀렸다(웃음). 기본적으로 액션영화라는 점과 ‘킹덤’으로 인한 익숙함이 글로벌 시청자들의 시선을 이끌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원래 중동쪽에서는 한국사극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OTT영화의 부국제 개막작 선정, 배우로서는 어떻게 보나?
▲수년 전 ‘옥자’가 그랬듯, 과거에도 화두가 됐던 것이 다시 거론된다는 것에 놀랐다. 현 시점에서는 플랫폼 경계보다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환경에 더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본다.
-‘형사’를 비롯 필모그래피 속 검술액션 영화들이 많다. 이유가 있나?
▲총격액션도 많다(웃음). 재작년쯤 칼쓰는 액션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직접 제작기획했던 게 있다. 현재 시놉시스 단계로만 두고 미뤄뒀지만, 은근히 로망이 있다. 다만 좋아한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다.
아무래도 형사, 군도를 준비하면서 주 6회, 매 1000번씩 휘둘렀던 것들이 몸에 남아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내년 디즈니+ ‘북극성’ 등 활발한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제작환경의 변화가 있는지?
▲영화도 그렇지만 드라마 현장도 좀 바뀌었다. 제작비나 허가 등의 측면에 따른 환경요소나 근로기준들이 많이 좋아졌다.
한때 드라마 쪽대본을 받아가며 급하게 하기도 하고, 하루 반나절 청계천을 뛰기도 했고, 3일 철야촬영을 하기도 했다. 제작환경 자체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작품선택 기준?
▲대본이 재밌고 완성도가 높으면 선택하는 편이다. 특히 완성도가 우선 잡혀있으면, 그 안에 사람사는 이야기나 구도들이 다 완성돼있다.
-함께하고픈 감독과 배우?
▲평소 박찬욱 감독님의 장면전환 기법이나 장르표현을 좋아한다. 또 봉준호 감독님과도 함께 해보고 싶다.
-‘전,란’은 어떠한 영화?
▲액션영화다. 다만 액션 안에 더 깊은 이야기와 감정이 담긴 영화라 할 수 있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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