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성, 아름지기
」
한국식 방을 새롭게 제안하는 〈방(房), 스스로 그러한〉전이 당신에게 던진 질문이 있다면
한국적 인테리어가 무엇인지, 전통 요소를 지금의 라이프스타일과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다양한 방면으로 접근해 참여 작가들과 워크숍을 가진 결과 전통 요소의 시각적 차용에서 벗어나 구조적·소재적·내면적인 부분에 중점을 뒀다. 현대 주거 양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 구조를 반영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시도했다.
한국 전통 요소에 현대성을 부여하고, 전통과 동시대의 것을 결합하는 이번 작업에서는 무엇이 가장 큰 화두였나
전통 물건과 공간, 문화 등이 영속적으로 계승되려면 쓰임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오래전부터 내려온 조상의 아름다운 지혜라는 것만으로는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생활과 이어지지 않는다. 한국은 급속도로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많은 것이 갑작스럽게 현대화됐는데, 이런 차이를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아파트의 새로운 공간 형식으로 떠오른 ‘알파룸’을 한국적 양식의 방으로 새롭게 제안했다. 알파룸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파트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구조의 획일성이다. 하지만 최근 알파룸은 사람들이 개인의 취향과 쓰임에 맞게 공간을 꾸미고, 획일화된 공간에서 독창성을 보여준다. 알파룸은 예전 한옥의 사랑방과 같다고 생각했다. 사랑방은 선비의 방으로 남자들의 공간이지만 그 사람의 취향이 담긴 오브제를 두고, 손님을 맞이해 학문과 예술에 매진하거나 취미를 즐기는 장소였다. 이런 측면에서 알파룸은 현대판 사랑방이라 할 만하다. 이번에 작업에서는 사랑방의 다양한 기능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었지만, 한국적 공간의 내면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그 아름다움과 지혜를 계승할 수 있는 실험적 시도를 했다.
아름지기에서 오랜 시간 전통문화를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소개하는 전시를 기획해 왔다. 그간의 포트폴리오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그동안 진행한 전시와 사업의 대부분은 공예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공예는 명확한 컨셉트와 방향을 전달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문화와 생활상을 통합적으로 표현하는 데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한 프로젝트가 워싱턴 코리아 파운데이션 사무공간 내 코리아 라운지와 제네시스 뉴욕 브랜드 센터에 티 파빌리온 서가다. 두 전시는 사용자와 장소를 고려해 한국 문화와 미감이 현대생활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로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도 오늘날의 주거공간을 기반으로 전통에서 얻은 미감과 지혜를 일반인이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전통공간 요소 중 현대생활에 적용하기 좋거나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옥 공간을 분석하면서 정리한 몇 가지 요소가 있다. 공간의 중첩성과 확장성, 가구와 집기들의 다용성과 간결성, 한국적 선과 비율의 미, 목재 구조가 드러난 아늑한 노출 천장 등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직관적 요소가 아닌, 그 이면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아파트는 편리함이 큰 장점이지만, 모든 구조가 개인의 개성과 무관하게 획일화됐다. 그래서 이런 주거 공간에 한옥의 구조적 특징인 들창을 통한 공간 확장성을, 간결하지만 쓰임이 좋은 가구를 사용한 기능적 다용성을, 기계적으로 재단된 효율성보다 자연스러움이 강조된 한국적 선과 비율의 미 등을 현대 소재와 기술을 통해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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