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1960년을 살아가는 ‘블루닷’은 모두가 사랑하고 증오하는 최고의 글램록 스타다. 그리고 현재, 블루닷을 동경하는 ‘카이퍼’는 언젠가 그처럼 최고의 글램록 스타가 되길 원한다. 카이퍼가 사는 현재는 이미 글램록과 블루닷을 잊어버린 듯 하지만, 그럼에도 카이퍼는 계속해서 블루닷을 노래한다.
한편 블루닷은 인류가 멸망한 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음악을 골든 레코드에 담아 우주로 쏘아 보낸다는 소식에 신곡을 계속해서 발표하지만 대중에게서 외면받고, 이에 ‘마그네틱 하이웨이’ 페스티벌에서 우주로 갈 음악을 들려주겠다 선언한다. 동시에 현재의 카이퍼도 같은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며 두 사람은 다른 시간 속에서 하나의 음악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 사진=알앤디웍스 |
‘이터니티’는 글램록을 통해 연결된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블루닷과 카이퍼, 그리고 그들 곁에 항상 존재하는 신비한 존재 머머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창작 뮤지컬이다. ‘더데빌’ 시리즈, ‘호프’ 등의 작품을 선보인 제작사 알앤디웍스의 신작이며, 오루피나 연출, 김가람 작가, 박정아 작곡 등이 참여했다.
작품이 다루는 글램록은 1960~70년대 영국에서 유행한 록 음악의 일종으로, 하드록과 로큰롤을 바탕으로 한 음악과 함께 글램(Glam)이라는 단어의 뜻만큼 화려한 의상과 화장이 특징으로 꼽힌다. 글램록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는 데이비드 보위가 있다. 그의 히트곡 ‘Space Oddity’에서 활용한 아날로그 전자악기 스타일로폰은 ‘이터니티’에서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며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극중 글램록 스타 블루닷은 파격적인 비주얼로 단숨에 이목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의상과 가발, 분장의 조화는 슈퍼스타의 탄생을 알리는 휘황찬란한 조명과 어우러져 주인공의 아우라를 완성했다. 잘게 쪼개진 빛 줄기로 시각적 효과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무지개빛 조명은 블루닷의 공연 장면을 비롯해 다양한 장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 사진=알앤디웍스 |
넘버들도 대부분 록 장르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이를 연주하는 6인조의 라이브 밴드는 폭발적인 에너지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특히 전자 바이올린과 전자 첼로는 극 중 블루닷이 오마주하는 바흐, 모차르트 등의 클래식 음악과의 연결점을 가져가면서도 목재악기에서는 들을 수 없는 거친 전자 사운드로 록 밴드의 정체성을 놓지 않는다. 하이라이트 넘버에서 일렉 기타와 전자 바이올린이 주고받는 솔로는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모든 음악 장르와 마찬가지로 글램록 역시 유행과 쇠퇴의 흐름을 거쳤으며, 작품에서는 블루닷이 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고 영향을 받는다. 한때 대중들의 열광을 몰고 다녔던 블루닷은 새로운 음악의 등장에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긴 후 판매고로 보여지는 잔인한 실패와 그가 외면받기만을 기다렸던 것만 같은 사람들의 조롱으로 수없이 마음을 다친다.
이러한 블루닷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건 몇십년 후의 세상에 살고 있는 카이퍼다. 평행우주 세계관에 속한 두 사람은 직접 마주치지 않지만 하나의 음악으로 위로를 주고 받는다. 작품은 같으면서도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두 사람을 끊임없이 교차해서 보여주는 연출과 이들 곁에 공통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캐릭터 머머를 통해 블루닷과 카이퍼의 끈끈한 관계성을 비춘다.
▲ 사진=알앤디웍스 |
비디오아트도 두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 중 하나다. 우리가 지나친 스타를 각종 미디어를 통해 만나는 것처럼 카이퍼는 무대 곳곳에 비춰진 TV를 통해 블루닷을 만난다. TV 속 블루닷과 무대 위 카이퍼가 마주보며 듀엣을 부르는 등 같은 시간과 장소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함께하고 있다는 평행우주라는 개념을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이터니티’는 무언가가 세월에 휩쓸려 사라지더라도, 그것을 사랑했던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는 영원히 살아있음을 말한다. 극을 마친 후 이어진 싱어롱 커튼콜에서 함께 노래부르는 배우들과 관객들의 교감도 이러한 메시지의 일부가 되어 작품을 완성한다.
한편 ‘이터니티’는 ‘블루닷’ 역에 변희상, 김준영, 현석준, ‘카이퍼’ 역에 이봉준, 조민호, 김우성, ‘머머’ 역에 김보현, 박유덕, 박상준이 출연하며 오는 12월 8일까지 예스24아트원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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