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될지 몰랐던 시기, 웹툰 ‘정년이’를 접했을 때 제 얼굴과 말투가 읽히는 게 많았다.”
tvN 드라마 ‘정년이’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다. 지난 2021년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연출자 정지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웹툰의 드라마화가 결정된 이후 캐스팅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작화를 담당한 나몬 작가가 작업 초기에 주인공인 정년이의 모델로 ‘아가씨’의 김태리를 참고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태리도 이 캐릭터에서 자신의 모습을 읽었으니 김태리만큼 정년이 캐릭터를 잘 소화할 배우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예상대로 김태리와 윤정년의 싱크로율은 놀랍게 맞아떨어졌다. 더 놀라운 건 싱크로율에 그치지 않고 대체불가한 연기로 단면적인 캐릭터에 입체감까지 불어넣었다는 점이다. 생애 처음으로 하고 싶은 꿈이 생긴 순간, 국극을 처음 접하고 올라오는 벅찬 감정을 담은 눈빛부터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소리 없이 흐느끼는 모습까지. 다채로운 감정이 담긴 표정, 목소리 톤의 변주 등 섬세한 연기로 김태리만의 윤정년을 완성시킨 셈이다.
김태리는 타고난 연기적 재능에만 기대는 배우가 아니다. 이번 정년이 캐릭터는 국극 배우인 만큼, 연기는 물론 소리와 안무까지 소화해야 한다. 더구나 목포 출신이라는 설정 탓에 사투리까지 자유롭게 구사해야 한다. 김태리 역시 “정년이란 인물은 무(無)에서 유(有)로 가는 느낌”이었다고 밝혔을 정도였다.
김태리는 이 역할에 캐스팅됨과 동시에 기본기부터 다지기 위해 2021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3년에 걸쳐 소리 연습을 병행했고, 함께 촬영하는 배우들과 직접 목포에 내려가 머물며 사투리 공부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노력이 더해진 덕에 정년이는 완성형 캐릭터로 만들어졌고, 그가 이끄는 드라마는 첫 화에서 4.8%를 기록했으나 두 번째 방송 만에 시청률이 두배가량 껑충 뛰어 8.2%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가장 최신 회차인 4회는 무려 12.7%까지 오르며 첫 화 대비 3배까지 뛰었다.
아직 초반이지만 ‘정년이’의 무서운 상승세는 참신한 소재, 캐릭터와 배우의 일체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주목할 점은 김태리가 선보인 드라마들의 성적인데, 사실상 실패작이 전무하다. 이는 김태리가 캐릭터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면서 작품의 성공으로 이끄는 힘이다. ‘정년이’에서 첫 연구생 공연인 ‘춘향전’에서 자신만의 방자를 찾으면서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낸 윤정년의 실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김태리가 주연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2018)의 고애신,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의 나희도, ‘악귀’(2023) 구산영까지 모두 몰입도 높은 캐릭터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들 작품은 모두 10%대 시청률을 가뿐하게 넘겼다. 벌써 10%의 벽을 넘어선 ‘정년이’가 어떤 기록을 쓸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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