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섬가이즈’(6위) ‘시민덕희’(8위) ‘그녀가 죽었다’(11위). 19일 현재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올해 한국영화 흥행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작품들이다.
‘핸섬가이즈’는 누적 177만4000여명을 불러 모아 흥행했다. ‘시민덕희’도 171만3000여명을 동원하며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 3위를 차지했다. 세 작품은 특히 ‘파묘’ ‘범죄도시4’ ‘베테랑2’ ‘탈주’ 등 제작비 규모 최소 130억원이 넘는 흥행작들과 함께 순위권에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한국영화 흥행 10위에 오른 ‘잠’도 순 제작비 30억원에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로 만들어져 개봉 13일 만에 관객 80만명의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모두 참신한 기획과 이야기 구성 등으로 호평받은 덕분이다.
세 작품의 순 제작비 규모는 어떨까. ‘핸섬가이즈’는 49억원, ‘시민덕희’는 65억원, ‘그녀가 죽었다’는 70억원이다. ‘핸섬가이즈’와 ‘그녀가 죽었다’는 각각 120~150만명 전후의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도 했다. 그만큼 ‘중예산’ 영화도 대작 못지않은 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관객들의 취향 다양화, 장르적 특성과 작가주의가 강한 작품에 관해 관객들의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아래 보고서)을 엿보게 한다.
“순 제작비 10억원 이상~80억원 미만.”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중예산영화 제작지원 사업 파급효과’ 보고서는 ‘중예산’ 영화를 이렇게 규정했다. 보고서는 중예산 영화에 대한 영화진흥위원회를 포함한 정부의 적극적·제도적 지원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실증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담아 눈길을 끈다.
이샛별 경성대 초빙교수의 책임 아래 양위주 국립부경대 교수가 공동 연구해 내놓은 보고서는 중예산영화가 “한국영화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고 전제했다. “대규모 블록버스터와 독립예술영화 사이에 예술성과 상업성을 조화롭게 하며, 실험적인 스토리텔링이나 다양한 장르, 주제 등을 통해 한국영화의 창의적 경계를 넓히”면서 “한국 영화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다양한 관객층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지난해 극장 매출액은 1조2614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고, 관객수도 1억2514만명으로 10.9% 늘어났다. ‘서울의 봄’과 ‘범죄도시3’ 등 “1000만 관객 영화의 흥행으로 회복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는 “팬데믹 발생 전인 2019년 매출액의 65.9%, 관객수의 55.2%” 수준에 그쳤다. 더욱이 “팬데믹으로 산업기반이 무너지며 영화산업에 내부 양극화 문제가 심화”하면서 “투자와 제작에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또 넷플릭스, 디즈니+등 “새로운 스트리밍 플랫폼이 인기를 얻게 되면서 전통적인 극장 영화배급 모델에 대한 투자는 더욱 줄어”드는 상황도 중예산영화에 위기를 제공한다고 보고서는 썼다.
또 여전히 “대형영화에 대한 투자 쏠림”이 이어지면서 “창의성과 다양성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고서는 봤다.
실제로 “순 제작비 30억원 이상이 투입된 영화는 2023년 35편에 평균 순 제작비는 100억6000만0원”으로, 2022년보다 제작비 규모가 7000만원 늘어난 상황에서도 “순 제작비 30~50억원 미만이 2023년 12편(40.3%)으로 가장 많았”지만 “150억원 및 30~50억원 미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구간에서 전년 대비 편수가 줄어”들었고 “제작비는 모든 구간에서 상승”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2022년 312억원이 투입된 ‘한산: 용의 출현’과 360억원의 ‘외계+인’ 1부, 지난해 200억원 규모의 ‘비공식작전’과 233억원의 ‘서울의 봄’, 올해 최대 규모인 185억원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등 “150억원이 훌쩍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영화들이 증가”해온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보고서는 “배우 개런티와 인건비의 상승, 기술 발전에 따른 특수효과 비용, 시장환경의 변화, 스크린수 증가 등”이 제작비가 오르게 된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는 “팬데믹 이후 회복이 더딘” 영화산업을 “극장 관객수 급감, 제작비 투자 자본의 급격한 축소” 상황으로 내몰았다. 결국 “일거리를 잃은 창·제작 인력”들이 “OTT 발주 영화나 시리즈물 제작”으로 향하면서 “미디어 기업의 하청업체 지위로 전락”하고 말았다.
따라서 보고서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중예산영화 제작 지원 사업과 재무적 투자자 및 투자배급사의 투자 활성화를 통해 제작 편수를 늘려야”한다고 권고한다. “고예산 블록버스터와 저예산 인디(독립예술) 영화에 편중된 구조”로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들이 제작될 기회가 적지만, 중예산영화는 상대적으로 제작비용이 낮아 다양한 시도와 도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제고”하고 “관객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으며,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두 연구자는 밝혔다.
특히 중예산영화 제작 지원은 “신진 감독·창작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며, 이들이 성장해 메이저 감독으로 발돋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서는 썼다.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샛별·양위주 교수는 중예산영화 제작 지원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도 도출해냈다. “극장용 영화 제작 240억원, 후반작업 40억원 등 총 280억원의 지원 예산”의 비용 구조와 “일정기간 경제 내에서의 재화와 용역의 생산 및 처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를 기록”한 산업연관표 연계 분석을 통해 이를 수치화한 결과 “생산유발 효과는 454억원으로 예산 투입의 1.64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용 창출 353명, 부가가치 유발 246억원, 소득 유발 121억원”의 효과도 낳았다.
따라서 “향후 (중예산영화 제작)지원 규모가 확대될수록 효과는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이들은 내다봤다. 이어 “제작 활성화에 따른 다양한 파급효과 등 한국영화 산업 전반에 다각도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힌 연구자들은 “지속적인 지원과 제작 지원금 증액을 통해 한국영화 산업의 균형적이고 글로벌한 경쟁력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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