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를 하고 싶었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말린 딸
53세인 한강 작가는 최근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그녀의 작품이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시적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한강은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 여성으로는 18번째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잔치는 열지 말아 주세요
그러나 기쁨의 순간에도 한강은 전 세계의 비극을 외면하지 않았다. 노벨 문학상 소식을 들은 아버지 한승원 작가는 고향 마을에서 돼지를 잡아 잔치를 열려 했다.
하지만 한강은 “지금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축하 잔치를 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만류했다.
아버지 한승원 작가는 “딸이 이제는 진정한 글로벌 지식인이 됐다”며 딸의 결정을 존중했고, 주민들 역시 한강의 뜻에 공감하며 마을 회의를 통해 소박한 축하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는 마을 이장의 힘이 컸다. 마을 이장은 “김영건 선수의 아버지가 아들이 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주민들의 성원 덕분이라며 축하금을 내놓았고, 한강 작가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니 축하 자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을 주민들은 자정 무렵까지 격론을 벌이다가 “이렇게 영광스러운 일이 두건이나 있는데, 조촐한 자리라도 마련하자”고 결론을 내렸고, 율산마을에는 ‘노벨 문학상 축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리고 화환이 줄을 잇게 되었다.
한편 한강은 1993년 계간지 ‘문학과 사회’에 시 4편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1995년에는 단편소설집 ‘여수의 사랑’으로 산문에 데뷔한 뒤,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가 영어로 번역되어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그는 국제적인 명성도 얻게 되었다.
그 외에도 ‘소년이 온다’, ‘희랍어 시간’, ‘회복하는 인간’ 등 다수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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