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어가 정말 많아요. 당신은 대체 누구인가요?
파리와 서울, 예술계와 패션계를 오가며 기획자, 큐레이터, 겸임 교수, 컨설턴트, DJ로 활동하고 있는 수리입니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경험하다 보니 저를 수식하는 표현 이 이렇게나 많아졌네요.
당신은 영앤리치이지만 ‘갓생’을 사는 N잡러예요.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과 열정이 많았어요. 하고 싶은 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일단 도전하고 봤죠. 이게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N잡러가 되어 있더라고요. 또한 인생을 풍요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했어요. 많은 선택을 해보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그리고 지속 가능한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모두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니까요.
최근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예술계 인물로 선정되었어요.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일을 했는데, 대부분 전형적인 루트는 아니었죠. 어릴 때부터 예술을 선망했고, 큐레이터를 꿈꿨어요. 근데 첫발을 내딛은 예술계는 생각보다 폐쇄적이고, 막 성인이 된 저에게는 어려운 세계였죠. 그때부터 많은 일에 도전했는데 핵심 가치는 언제나 같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어느 순간부터 피드백을 몸으로 차차 느끼게 되었을 때 영광스러운 타이틀도 자연스럽게 따라온 것 같아요.
콘텐츠를 쏟아내는 직업이잖아요.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해요.
저의 파리 아틀리에요. 발코니에는 커다란 캔버스와 이젤, 물감, 한지가 제멋대로 쌓여 있고, 제가 좋아하는 향과 책, 추억을 간직한 오브제들이 어딘가에 제각각 놓여 있어요. 새벽에 음악 작업을 하는 DJ 데크와 업무를 보거나 글을 쓰는 컴퓨터 공간도 있죠. 여기서는 주로 생산적인 활동을 해요. 창작에 몰두하는 순간이 저에게는 명상처럼 마음에 안식과 평화를 가져다주더라고요.
인스타그램 피드를 가득 채운 코스튬이 인상적이에요.
캐릭터를 상상하며 드레스업하는 걸 좋아해요. 특히 영화를 많이 참고하는데, 최근 오리엔트 급행열차에서 열린 스위스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스키아파렐리 귀걸이와 미우미우 진주 목걸이, 베르사체 하이힐, 아장프로보카퇴르 실크 가운, 코르셋, 타조 털 장식의 장갑을 매치했어요. 코스튬에 진심이랄까요.
평소 주얼리와 워치를 다양하게 스타일링하더라고요. 그중에서 가장 아끼는 아이템이 있다면?
가장 최근에 구매한 까르띠에 미니 베누아 다이아몬드 워치요. 작은 사이즈지만 존재감이 확실하고 세련된 느낌을 줘요. 평소 추구하는 담백한 화려함과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반지는 프레드 석세스 링이에요. 프레드 KOL 앰배서더로 글로벌 캠페인을 함께 했을 때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선물해주셨어요. 이 반지는 네이밍 그대로 현대 여성의 주체적인 성공을 응원하고 축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어 착용할 때마다 괜히 힘이 나는 것 같아 요. 부적처럼요.
첫 주얼리는 무엇이었나요?
아빠가 사주신 티파니 반지요. 부모님이 IMF 금 모으기 운동 때 제 돌반지를 모두 기부했다는 소리를 듣고 ‘하나 정도는 남겨놓지’ 하고 투덜댄 적이 있어요. 그 길로 티파니 매장에 데려가 다 큰 딸의 돌 반지라며 반지를 사주신 기억이 나요.
주얼리를 착용하는 본인만의 팁이 있나요?
룰에 얽매이지 않고 골드와 실버를 섞어서 매칭하는 걸 좋아해요. 또 그날의 스타일링 콘셉트를 확실하게 잡는 편이에요. 봄과 여름 시즌, 파티나 행사에 참석할 때는 ‘More Is More’이라고 생각해 과감하고 볼드한 레이어링을 즐겨요. 가을과 겨울 시즌에는 ‘Less Is More’를 적용해요. 과하지 않게 포인트만 주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비워둬요. 보통 두 군데 정도 포인트를 주죠.
주얼리 보관도 남다르게 할 것 같아요.
투명한 주얼리 캐비닛을 제작해 보관하고 있어요. 찾기도 쉽고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여행을 갈 때는 루이 비통 주얼리 박스와 스미슨 주얼리 케이스에 보관해요. 자주 사용하는 아이템은 에르메스 가죽 트레이에 두는 편이에요.
큰마음 먹고 구매한 아이템이 있을까요?
20대 초반에 오데마피게 로열 오크 로즈 골드 시계를 큰마음 먹고 구입했는데 세 달 만에 도난당했던 안타까운 기억이 있어요. 그 이 후로 시계를 구입할 때 좀 더 신중하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일어날 일 중 가장 기대되는 일이 있다면요?
이번 가을 학기부터 고려대학교에서 아트와 럭셔리에 대한 수업을 진행해요. 국제 미술 전문가 최고 과정이 신설되면서 ‘아트 & 비즈니스’라는 프로그램이 생겼는데 커리큘럼 기획과 강의를 맡게 됐어요. 특히 예술의 연장선상으로 윤성원 교수의 주얼리 강의도 넣었는데 벌써 기대가 돼요.
수리는 어떤 사람인가요?
겁 없이 도전하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며 열정적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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