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리는 ‘몸에서
‘마린스키의 왕자’가 되기까지
동양인 최초로 러시아 황실 발레단 마린스키에서 수석 무용수로 활약 중인 발레리노 김기민.
마린스키 발레단은 280년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 5대 발레단 중 하나로, ‘백조의 호수’, ‘로미오와 줄리엣’ 등 불멸의 고전들이 초연된 무대다.
이곳에서 김기민은 23세의 어린 나이에 수석 무용수로 발탁됐지만, 그 길이 쉬웠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발레에 적합하지 않은 몸을 가진 발레리노
최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그는 발레리노로서의 길이 순탄치 않았음을 털어놓았다. “발레에 맞는 신체 조건을 타고나지 않았다”는 김기민은 무릎이 곧게 붙지 않는 ‘X자 다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오직 노력으로 정상에 올랐다.
어릴 적 콩쿠르 대회에 나가면 “얘는 돈 버리는 애다”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그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고 연습으로 승부를 걸었다.
중학교 시절, 발레홀 문이 닫혀 있을 때 몰래 들어가 밤마다 연습을 했을 정도로 열정 넘쳤던 그는 매일 밤 홀로 연습에 몰두했고, 결국 마린스키 발레단이란 결실을 맺었다.
블라디미르 김이라는 스승과의 인연 덕분에 비디오 오디션 기회를 얻게 되었고, 심사위원이었던 발레 거장 타티아나 테레코바는 김기민을 두고 “김기민을 뽑지 않으면 마린스키에서 일할 이유가 없다”고 극찬을 남겼다. 그렇게 그는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마린스키의 수석 무용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팬이 유산 상속까지
하지만 입단 이후에도 우려는 끊이지 않았다. 당시 마린스키 단원 300명 중 외국인은 단 두 명뿐이었고, 김기민은 유일한 동양인 무용수였다.
“머리카락이 검은 동양인이 주역을 맡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놓은 그는 인종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스승의 한마디, “그러니까 주역으로 세워라”는 말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김기민은 이후 발레단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하며 그의 무대는 늘 전석 매진을 기록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첫 공연 티켓값이 너무 비싸 부담스러웠다며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다 팔렸다고. 현재 그의 공연 티켓값은 약 40만 원에 이르며, 그마저도 빠르게 매진된다고 전해졌다.
김기민의 인기는 단순히 러시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의 재능과 열정에 매료된 한 프랑스 재력가 할머니 팬은 김기민을 따라 전 세계를 누비며 그의 공연을 관람했다.
심지어 목발을 짚고도 김기민의 무대를 보러 온 이 팬은, 세상을 떠나며 그에게 거액의 유산을 남기기까지 했다.
김기민은 “그분이 남겨주신 유산을 기부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이라며, 자신의 예술을 사랑해 준 팬의 뜻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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