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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인간적인 누아르로 가고 싶었던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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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17일 개봉한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생계형 비리 형사인 ‘명득'(정우·왼쪽)과 ‘동혁'(김대명)이 중국인 범죄 조직의 돈을 훔쳤다 겪게 되는 위기와 수난을 그린다./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딸의 수술이 시급한 ‘명득'(정우)과 도박에 빠진 ‘동혁'(김대명)은 생계형 비리 형사로, 어느 날 국내에서 암약중인 중국 범죄 조직의 검은 돈과 관련된 정보를 손에 쥔다. 이들은 말단 순경 ‘정훈'(조현철)을 끌어들여 파출소에 보관중인 엽총을 몰래 빼낸 뒤 돈을 훔치려 하지만, 계획과 달리 반항하던 조직원들은 물론 자신들에게 총을 쏘던 정체 불명의 남자까지 모두 죽이고 만다. 총격전 도중 ‘정훈’을 잃은 ‘명득’과 ‘동혁’은 수사에 투입되고 숨진 정체 불명의 남자가 ‘명득’의 예전 광역수사대 동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일이 복잡하게 꼬였다는 걸 눈치핸다. 설상가상으로 광역수사대에서 ‘명득’과 함께 일했던 ‘승찬'(박병은)이 수사를 진두 지휘하며 둘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촬영을 마친 지 5년만에 17일 지각 공개된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제목에서 배어나는 느낌처럼, 범죄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누아르물이다. 여기에 부패 형사들의 브로맨스와 애타는 부정(父情)을 양념으로 얹어, 휴먼 드라마까지 손길을 뻗치려 한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성격파 배우 박병은(왼쪽)이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에서 광역수사대 팀장 ‘승찬’ 역을 맡았다. 극중 ‘승찬’은 두 주인공 같은 형사인 ”명득’과 ‘동혁’을 의심하며 긴장감을 불어넣는 인물이다./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문제는 이 같은 설정으로 신파적 요소까지 가미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려 하다 보니 ‘게도 구럭도 다 잃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요리로 비유하면 원 재료의 특징 혹은 장점을 살리는데 주력해야 했지만, 너무 많은 조미료를 더해 이맛도 저맛도 아닌 결과를 초래했다는 얘기다.

극중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명득’과 ‘동혁’이 거두절미하고 사건을 꾸미는 대목까지는 관객들의 몰입을 유도한다. 그러나 이후에는 아주 평이하면서도 개연성이 부족한 사건 전개로 일관한다. 이를테면 치열한 두뇌 플레이로 상대를 속이고 자신의 목숨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도, 등장인물 대부분은 너무 쉽게 자신들의 약점을 노출하고 선처를 희망할 뿐이다.

중국인과 중국 동포를 야만스러운 ‘타자’로만 묘사하는 ‘혐오의 시선’도 아쉽다. ‘황해’와 ‘범죄도시’ 등으로부터 시작된 한국 영화의 고약한 클리셰들 가운데 하나인데, 이제는 달라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우와 김대명의 연기 화음은 그런대로 볼 만하지만, 예측 가능한 수준에 머문다. 또 ‘패스트 라이브즈’의 유태오가 대사 한 마디 없는 킬러로 변신했으나, 이 역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15세 이상 관람가.

아시아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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