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함께 데뷔할 뻔”
두 국민 요정의 엇갈린 운명
가끔은 인생이 뜻하지 않은 순간에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운명 같은 만남이 세상을 바꿔 놓는 경우가 있는데, 국민 요정이라 불리는 S.E.S의 유진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녀가 S.E.S로 데뷔한 계기는 마치 영화처럼 흘러가는데, H.O.T. 팬이었던 그녀는 1997년 괌에서 그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공항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곧 그녀가 H.O.T.를 보러 갔던 그 순간이, 평범한 팬에서 한국 가요계의 전설로 남을 기회로 바뀌었다.
그녀는 “당시 H.O.T.가 괌에 왔다고 해서 너무 보고 싶어 공항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이수만 선생님을 만나 연락처를 교환했다”라며 그 운명적인 첫 만남을 떠올렸다. 이후 며칠 뒤, 이수만으로부터 한국으로 와서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유진은 “학업 중이라 괌으로 돌아갔지만, 댄스 영상을 주시면서 여름 방학 동안 연습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연습을 하고 그해 11월 곧바로 데뷔하게 됐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갑작스레 찾아온 기회는 유진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만약 그날 그녀가 H.O.T.를 보러 가지 않았다면, S.E.S의 유진이라는 이름도 없었을지 모른다.
또 한 명의 국민 요정?
하지만 운명의 장난은 유진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걸그룹의 상징이 될 이효리도 H.O.T.와의 인연으로 인해 연예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당시 S.E.S의 캐스팅 디렉터였던 김수현은 “H.O.T. 팬 중 눈에 띄었던 이효리를 직접 SM 사무실로 데려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효리는 연습생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쳤고, 결국 그녀는 다른 기획사인 DSP에서 다시 기회를 얻어 핑클로 데뷔하게 된다.
이효리 역시 운명 같은 만남으로 핑클의 이효리가 될 수 있었지만, 그 길은 유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만약 그들이 같은 회사에서 한 팀으로 활동했더라면, 대한민국 걸그룹의 역사는 또 다르게 쓰여졌을지도 모른다.
한편, 유진은 가수가 되지 않았다면 미술을 전공했을 거라며 “어릴 적부터 연기와 미술에 대한 꿈이 있었고, ‘느낌’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라고 털어놓았다.
또한 그녀는 이어 “서태지와 아이들, H.O.T를 보며 가수 꿈도 키우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그녀의 꿈이 현실이 된 것은 우연처럼 찾아온 그날의 만남 덕분이었다.
이처럼 유진과 이효리의 엇갈린 운명은 우연 속에서 피어난 기회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단순한 팬심은 연예계의 전설적인 두 걸그룹을 만들어낸 배경이 되었고, 각자의 길을 통해 대한민국 가요계의 역사는 다시 쓰여졌다.
그날의 작은 선택이 없었다면, 지금의 S.E.S도 핑클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들의 데뷔 스토리는 예상치 못했던 작은 순간들이 모여 커다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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