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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통의 가족’ 수현, 새로운 출발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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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수현이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으로 관객 앞에 섰다. /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배우 수현이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으로 관객 앞에 섰다. /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수현이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으로 관객 앞에 섰다. 국내 영화로는 첫 스크린 행보로, 진실을 냉철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인물로 분해 또 한 번 존재감을 입증한 그는 “이제 시작”이라며 더 다채롭게 채워질 앞날을 예고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서스펜스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덕혜옹주’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네덜란드 인기 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했고 해외 유수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부터 글로벌 OTT 시리즈, 드라마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수현은 ‘보통의 가족’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첫 한국 영화 주연작을 추가했다. 수현은 지수를 연기했다. 지수는 아이들의 범죄사실을 알게 된 후 냉철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진실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인물로,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 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무너지는 가족들 사이에서 사건을 진실한 눈으로 바라보며 관객에게 색다른 시선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수현은 가족 간에 일어나는 균열과 복잡한 감정선 사이, 정곡을 찌르는 연기와 함께 극의 흡입력을 끌어올려 호평을 얻고 있다. 설경구‧장동건‧김희애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 사이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주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최근 수현을 만나 ‘보통의 가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현이 ​첫 한국 영화로 관객을 만나게 된 소감을 전했다. /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수현이 ​첫 한국 영화로 관객을 만나게 된 소감을 전했다. /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데뷔 후 국내 첫 영화다. 

“20년이라는 게 새삼 와닿는다.(웃음) 부산영화제에 가면서 허진호 감독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일이라는 것도 다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영화 제안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인연이 안됐다. 마침 이 작품은 인연이 됐고 인연이 되려니까 이렇게 좋은 선배들과 재밌게 잘 촬영하지 않았나 싶다. 촬영장에 가는 마음이 항상 좋았다. 든든했다.”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허진호 감독님인 게 너무 신기했다. 버킷리스트가 있었는데 허진호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하는 거였다. 허진호 감독님의 작품 속 여자배우들이 임팩트가 있었잖나. 그래서 함께하고 싶었는데 (캐스팅 제안이 와서) 신기했다. 설경구 선배가 나를 궁금해했다고 한 점도 좋았고 캐릭터 자체도 나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인물이 아니라 좋았다. 일상적인 사람을 연기한다는 게 내겐 처음이었고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다른 영화들과 어떻게 다르게 그려질까 궁금함도 컸다.”

-완성된 영화는 어떻게 봤나.

“어려운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해하기 어렵거나 뭐가 맞는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블록버스터도 물론 좋지만 ‘보통의 가족’은 땅에 닿아있는데 실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딜레마를 주는 영화라는 점에서 매력 있었다. 또 되게 대범하고 도전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식사 테이블에 앉아서 대화로 이끌어간다는 게 진짜 대단한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토영화제에서 처음 영화를 봤는데 생각보다 빠르고 틈이 없는 거다. 정말 멋있는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버킷리스트였던 허진호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나랑 잘 맞는 것 같다.(웃음) 비행기도 항상 옆자리에 같이 타고 부산 갈 때도 옆에 타고 해서 ‘감독님 우리 짝꿍인가 봐요’하기도 했다. 감독님이 ‘대감독’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항상 친근하게 이야기해 주고 고민 상담하듯 이야기를 나눠주니 너무 좋다. 감독님이 말이 많은 편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집요한 사람. 대충 넘어가는 일 없고 이름 하나 부르는 대사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 꼼꼼함이 감동이었다. 배워야겠다 생각이 들 정도로 쉼 없이 캐릭터를 생각하는 분이다.”

‘보통의 가족’에서 지수를 연기한 수현. /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에서 지수를 연기한 수현. /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허진호 감독이 지수를 표현하는 데 있어 강조한 지점은 무엇인가. 

“‘화이트’를 엄청 강조했다. 컬러로 따지면 화이트라고. 중립적이라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가장 때 묻지 않은 부분도 있고 순수함도 있고 완전하게 자신의 어떤 강한 주장으로 물들어 있지 않은 인물이라 ‘화이트’로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쉽지 않은 주문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애매하지. 지수가 뭔가 세게 표현하거나 남편에게 엄청 어필하거나 힘들어하는 감정이 확 드러나게 한다던가 하면 연기적으로 더 좋아 보일 수 있고 표현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화이트’라는 게 너무 애매한 거다. 그런데 그 애매함이 이 캐릭터의 답답함도 표현될 거라고 생각했다. 무감각한 어린 세대와 여러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걱정할 게 너무 많은 윗세대의 중간에 껴있는 사람의 답답함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 속 세 번의 식사 장면이 나오는데 팽팽한 긴장감 속 지수는 색다른 시선과 질문을 던져야 했다. 어떤 고민을 했나.

“끼어들기 쉽지 않겠다 싶었다. 너무 대선배들인 데다 에너지가 팽팽할 텐데 걱정이 많았다. 리딩할 때도 선배들이 이렇게 연기하는구나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현장에서는 또 잘 해내야 하지 않나. 지수에 대해 내가 제일 잘 아니까. 대사가 너무 짧고 이상한 타이밍에 ‘근데요~’하면서 정적을 깨는 게 너무 어려웠다. 이들 사이 같이 앉아 있지도 않는다. 옆에서 듣고 있는데 지수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누군가 이걸 보고 있고 듣고 있다는 걸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숙제였다. 따로 생각도 많이 했고 어떻게 하면 감정을 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연경에게도 의식은 하지만 대드는 건 아닌 그런 정도들을 현장에서 감독님과 잘 정해가며 촬영했다. 연경과의 화장실 대치 장면에서 나의 표정이나 리액션이 그동안 내가 작품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아니더라. 내가 했을 법한 솔직한 표현을 한 것 같아 재밌었다.”

수현이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수현이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말한 것처럼 설경구‧김희애‧장동건, 내로라하는 대선배들과 함께했다. 어땠나. 

“선배들도 칼을 갈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중력의 싸움이었다. 현장에서 배우들끼리 기싸움이 있는데 이 작품은 집중력의 싸움이었다. 모두 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일은 다 달랐다. 설경구 선배는 항상 빠르게 달려 나가서 모니터를 확인하고 다시 하는 편이고 장동건 선배는 조용히 가서 감독님과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김희애 선배는 현장을 떠나지 않고 스스로 감정을 유지한다. 그런 선배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더 집중해서 밀리지 않을까 생각했다.(웃음)” 

-선배들과 함께한 현장에서 배운 게 있다면. 

“선배들의 연륜은 따라갈 방법이 없다. 그분들만의 경험치와 여유가 당연히 있다. 나도 지금 내 나이여야만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것 같다. 그게 지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연경을 할 수 없잖나. 선배들은 진짜 겸손하고 사고가 열려 있다. 특히 김희애 선배는 같은 여자니까 대화를 많이 나눴다. 어떻게 이렇게 롱런하고 체력적으로도 계속할 수 있는지, 하다못해 패션도 다 소화하잖나. 그냥 젊은 마인드 같다. 과거에 의지하거나 나는 이걸 잘하지 하면서 머무는 게 없다는 게 가장 크게 배울 점인 것 같다.”

-본인도 20년이라는 연륜이 쌓였고 앞으로 쌓일 것들에 대한 기대감도 클 것 같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다. 뉴질랜드에 가서 첫 작품을 했는데 전화를 받는 신에서 전화기를 들고 ‘말해요?’라고 감독님에게 물어봤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은 많이 발전하지 않았을까. 하하. 그때도 용기는 있었던 것 같다. 더 바쁘게 일하려고 한 것도 있었고 그만큼 빨리빨리 많이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고 지금도 그렇다. 한국에서 영화를 진짜 하고 싶었다. 오랫동안. 부산영화제에 가서도 이 영화인들 사이에 한 사람으로서 같이 존재하는 게 너무 행복한 거다. 계속 이어가고 싶다. 해외 작품도 국내에서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하면서 포기한 것들이 있다. 후회하거나 하진 않지만 해외 작품도 못하고 있는 것은 성에 안 차니까 앞으로도 계속 뭔가를 찾아서 하지 않을까 싶다.”

수현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수현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앞서 허진호 감독의 작품 속 여자 배우들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는데 그동안 여자 배우,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한국 영화의 방식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영향을 미치기도 했을까.

“예전에는 한국 영화에 나오는 여성들이 너무 남자들에 가려진 부분도 있었고 너무 약한 역할로 나와 도구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해야만 예술적인 거라고 생각했던 시대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영화 속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고 생각이 있는 캐릭터가 중요한 것 같다. 그게 요즘 여성들이고.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아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에다(‘경성크리처’) 같은 캐릭터도 그렇고 복동희(‘히어로는 아닙니다만’) 같은 캐릭터도 했지만 어떤 캐릭터든 노멀한 공감대를 찾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갈증들이 어느 정도 해소됐나.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외에서도 많은 여자 배우들이 그렇게 하고 있잖나. 스칼릿 조핸슨도 그렇고 제니퍼 로렌스도 그렇고. 여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면 페미니스트라고 하기도 하고 여자인 걸 이용해서 공격적으로 남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이미지가 생기는 것 같은데 그것조차 편견인 것 같다. 내가 어릴 때 알던 페미니즘은 ‘평등’이다. 평화로운 거라고 배웠다. 현재 일을 하면서도 이 시스템 안에서 여성 차별적인 것들이나 어떤 편견에 속한 것들이 많은데 연기를 통해서든 크고 작게든 질문을 많이 던지려고 스스로 노력한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됐으면 하나. 

“국내 반응이 너무 궁금하다. 해외에서는 문화적으로 완전히 공감을 못하지만 한국적인 걸 흥미로워하고 좋아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그 지점을 정확하게 공감할 수 있는 한국 사람이 봤을 때 어떨지 궁금하다. 한국에서의 인정이 내게도 그렇고 영화로도 중요할 것 같다. 허진호 감독님 영화지만 전과는 또 다른 영화가 될 거다.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더라도 분명한 메시지가 있는 영화기 때문에 그냥 대충 봤다고 할 영화는 아닐 거다. 여운을 남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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