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려 캐릭터는 검술 못지않게 감정진폭이 중요한 캐릭터”, “넷플릭스·극장 선입견 가질 필요는 없을 듯” 배우 박정민이 데뷔 14년차 첫 사극인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 대해 솔직하게 밝혔다.
1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 각본 박찬욱, 신영)에서 주연활약한 배우 박정민과 만났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선조'(차승원 분)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영화다.
박정민은 극 중 주인공인 종려로 분했다. 그는 첫 사극 도전에도 불구하고 7년간의 전쟁 속 각기 다른 생존의 칼부림 속에서 무분별하게 권위의식을 키워왔던 종려의 감정변화를 몰입감있게 풀어내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순진할 정도로 느껴지는 초기면모부터 전쟁 초입 불미스러운 일로 인한 오해로 각성, 백성들을 향해 거침없이 칼을 겨누는 모습, 최후반 천영과의 대결을 토대로 회복하는 모습까지 진폭이 큰 감정선들을 담백하면서도 진지하게 표현해내는 모습은 그를 향한 찬사를 불러일으켰다.
박정민은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전,란’ 종려로서의 기억과 데뷔 14년차 배우로서의 자세를 이야기했다.
-‘전,란’ 종려로의 캐스팅?
▲’헤어질 결심’ 후시녹음 과정에서 ‘일장춘몽’을 찍게 되고, ‘전,란’까지 그 흐름이 이어지게 됐다.
박찬욱 감독님이 변산, 시동 두 영화를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주신 건 ‘헤어질 결심’이라는 것이 의아스럽지만(웃음), 처음으로 정통사극을 하게 된 것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
-박찬욱 감독의 각본을 앞세운 김상만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우선 박찬욱 감독님의 각본은 헤어질 결심 때도 느꼈는데, 그대로 소설을 내도 될 법한 우아함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배우들이 상상해서 연기하기도 편한 것 같다.
또 현장호흡한 김상만 감독님은 번뜩이는 재치와 포용력이 있는 분이라 생각했다. 뭔가 안풀리거나 어려운 부분을 말씀드리면 당시에는 웃고 말지마느 다음 과정에서 그를 꼭 해소하는 걸 보고서 정말 놀랐다.
-종려 역을 소화하기 위한 준비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
▲종려 캐릭터는 커다란 사건 덩어리들을 접하면서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부분이 많은 캐릭터다. 그래서 검술액션 못지 않게, 그 진폭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심할 수 밖에 없었다. 액션을 비롯한 캐릭터 몰입을 위해 준비했고, 여러 번의 테이크를 거듭하며 장면을 만들어나갔다. 그러한 노력들이 기존에 없었던 다양한 얼굴들로 잘 비친 것 같다.
-박정민이 본 종려와 천영의 관계?
▲인간의 마음이 한쪽으로만 흐르지는 않는다. 분명 천영을 향한 우정은 진심이었지만, 왜곡된 정보나 사건을 통해 드러내는 종려의 성향은 계급의식 안에 있다.
-작품 속 종려의 검술액션은 어느 정도로 염두에 뒀나?
▲전쟁 전에는 천영에게 못미쳤다면, 7년이 흐른 이후에는 일취월장했다는 설정을 뒀다. 노비들로부터 자기 가족들이 살해당했다는 보고를 받은 상태에서의 분노감정으로 시작된 검술이 점차 쌓이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 생각했다. 그러한 것이 대등한 수준의 대결에서 감정적인 흐름에 따라 바뀌는 종려와 천영 사이의 대결로 나타난다.
-강동원과의 케미는 어땠나?
▲초반의 서사들을 찍는 과정에서 감정관계를 쌓으면서 연기를 풀어나갔다. 말로 하지 않아도 편함과 호감이 느껴졌다. 서로의 호의가 쌓여가니까 하나라도 더 챙기게 되고, 연기함에 있어서도 굉장히 도움이 됐다.
-차승원 등 선배, 아역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우선 선배들을 보면서 ‘저는 한참 멀었다’라고 자각했다. 준비해온 많은 것들을 한톨 남김없이 다 풀어내는 차승원 선배는 물론, 당대에서 넘어온 듯한 조한철 선배까지 배울 것들이 많았다.
아역 배우들은 현장에서는 자주 호흡하지는 못했다. 단편영화때 함께 호흡했던 천영 아역은 물론, 정말 성격 좋았던 제 아역까지 그 두 아이들이 종려-천영의 전반적인 서사를 잘 쌓아줘서 고마웠다.
-OTT공개작, 극장개봉작 등 영화공개 환경이 다양해지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사실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전,란’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후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크게 느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당시 봤을 때는 ‘내가 촬영한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써져있는 내용들이 다채로운 색감들과 만나 새롭게 구성돼 놀랐다.
소비자의 입장으로 보자면 저 역시도 영화관보다 넷플릭스로 더 작품을 많이 보곤 한다. 물론 집에서 모니터로만 보기에는 아까운 ‘전,란’이고 극장이 주는 소통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넷플릭스 영화를 선입견갖고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갖고 도전하는 배우 박정민, 그러한 원동력은?
▲사실 저는 도전한다기 보다 재미를 느끼는 것 뿐이다. 집에만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웃음). 출판사 일은 주제 안에서 무언가를 표현하는 배우활동과 달리,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것이라 색다른 재미가 있다.
출판사 일을 통해 책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더해지는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들이 신기하고 재밌다.
-데뷔 14년차 배우, 돌이켜보면 어떤가?
▲다수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직업으로 나름의 노력을 더하면서, 스스로의 생각이 좁아지고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자신의 줏대를 지키면서도 시대와 환경에 맞게 변해야겠다. 또한 주어지는 몫에 따라 어떠한 행동을 해야할 지 잘 가다듬어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차기작?
▲12월 공개될 하얼빈을 비롯, 유토피아(시리즈), 얼굴, 1승 등이 있다. 또한, ‘휴민트’라는 작품도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뵙겠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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