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 과거 출산에 회의적이었던 그의 마음을 돌렸던 남편 홍용희 평론가와의 낭만적인 일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해당 일화가 퍼진 것은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게시물 때문이었다.
해당 게시물에 담긴 것은 2000년 문예지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한강의 자전소설 ‘침묵’의 일부. 그중에서 홍 평론가와 자녀 계획을 주제로 나눈 대화가 게시물의 내용이었다.
당시 한강은 “못다 이룬 꿈을 자식의 인생에 이르러 성취하겠다는 식의 소유욕에 염증을 느꼈다”며 “잔혹한 현실의 일들을 볼 때면 고민 없이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같이 말하는 한강에게 남편인 홍 평론가는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다. 그렇다면 한 번 살아보게 한다고 해도 죄짓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편의 설득에도 한강은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그 아이가 이런 생각에 이를 때까지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라며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몫도 결코 아니고, 어떻게 그것들을 다시 겪게 하냐”고 걱정했다.
이에 홍 평론가가 한강에게 전한 말은 이렇다.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 여름엔 수박이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잖아. 그런 것 다 맛보게 해 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 주고 싶지 않아?”
남편의 말에 한강은 웃음을 터트렸다. 한강은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수박이 달다는 건 분명한 진실로 느껴졌다”며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의 맛을 생각하며 웃음 끝에 나는 말을 잃었다”고 회상하기도.
평소 한강과 20대 음악가인 그의 아들은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 날 저녁에 차를 한잔하면서 수상의 기쁨을 나눈 것도 아들이고, 2114년 공개될 한강의 마지막 작품 ‘사랑하는 아들에게’ 또한 제목처럼 아들과 관련된 얘기다. 한강은 아들과 함께 책방을 운영하고 공통 관심사인 피아노 얘기도 많이 나누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규식 에디터 / kyusic.s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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