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석류와 닮은 점이 많아서 공감도 됐고 더 응원하게 됐어요.”
K장녀로서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책임감, 꿈을 위한 용기와 도전, 그리고 번아웃과 극복에 이르기까지, 정소민은 석류와 닮은 점이 참 많다고 했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인생 선배’로서, 석류를 응원했다. 정소민에게 ‘엄마친구아들’은 단순한 로코가 아닌 힐링작이었다.
최근 막내린 tvN 드라마 ‘엄마친구아들'(극본 신하은, 연출 유제원)은 오류 난 인생을 재부팅 하려는 여자 배석류(정소민 분)와 그의 살아있는 흑역사인 ‘엄마친구아들’ 최승효(정해인 분)가 벌이는 로맨스다.
정소민은 인생을 재부팅 하고 싶은 고장 난 엄친딸 배석류로 열연했다. 어릴 적 소꿉친구였던 최승효와 티격태격하며 로맨스를 보여줬고, 석류가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 속 성장하는 모습은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정소민은 “개인적으로도 응원하고 싶은 캐릭터를 만나서 행복했다. 이렇게 분위기 좋은 현장을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웃음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현장을 만난 것이 좋았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털어놨다.
‘엄마친구아들’의 따스했던 혜릉동 친구들처럼, 실제 배우들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정소민은 드라마 촬영에 앞서 정해인, 윤지온, 김지은 등 배우들과 만남을 갖고 케미를 쌓았다.
이같은 만남을 주도했다는 정소민은 “정해인과 상견례가 끝난 상태라 연락처를 알고 있었고 윤지온도 다른 작품을 같이 해서 연락처가 있었다. 김지은만 몰랐는데, 급한 마음에 DM을 보냈다. 모르는 사람에게 DM을 처음 보냈다”고 웃으며 “그렇게 넷의 만남이 처음 성사가 됐다”고 했다.
정소민은 드라마 방영 중 정해인과 열애설이 나기도 했다. 그만큼 로맨스 케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처음에는 (정해인과) 친해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낯을 가렸어요. 어느 순간 너무 편해졌고, 현장 분위기가 따라줘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캐릭터나 장면에 대해 아이디어를 많이 주고 받았어요. 상대 배우는 신뢰와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믿음이 있어야 해요. 그럴 수 있었던 배우라 감사했고 신나서 할 수 있는 지점이었어요.”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연인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많은 고민도 나눴다. 그는 꽁냥꽁냥한 스킨십들에 대해 “부담은 없었다. 만들어진 느낌보다는 현실 연애의 느낌, 케미를 살리고 싶었다. 잘 만들기 위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정해인과 열애설 이후의 반응을 묻자 “어색한 건 없었다. ‘승효 석류의 러브라인을 잘 살려보자’는 하나의 목적을 갖고 달리다보니 생겼다. 어색해지는 것이 더 이상한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번 작품 뿐만 아니라 상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을 늘 중요하게 생각해왔어요. 드라마의 흐름과 시너지를 내는데 도움이 되거든요. 상대방이 편할 수 있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고, 맞출 수 있는 부분을 했어요. 유독 케미를 좋게 봐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로맨스 뿐만 아니라 가족애도 많은 이들에 유쾌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실제로도 K장녀로서의 부담감과 책임감을 고백한 정소민은 “석류는 장녀로서 쥐고 있는 책임감과 무게감, 부담감을 늘 당연시 여겼던 친구였는데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과정에서 응원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그 결과물을 가족들과 나누는 과정도 소중하고 뭉클했다.
“아버지는 무뚝뚝해서 별말 없이 열심히 챙겨만 봤고 엄마는 울고 웃다 하면서 찐시청자 모드로 봤어요.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엄마가 ‘석류가 멀리 떨어진 타국에 가서 혼자 고군분투하고, 겉에서 봤을 때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많은 것을 얻었지만 저러기까지 혼자 얼마나 끙끙거렸을까’ 그게 마음이 안타까웠다고 했어요. ‘너를 볼 때도 그런 느낌을 항상 받는다. 내가 모르는 세계에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하면서 나에게 말 못하는 순간들이 많을까. 석류한테 비슷한 결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리다’고 했어요.”
극중 석류는 미국에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돌연 한국으로 돌아왔다. 번아웃을 경험했고, 과거 가족과 친구들 몰래 위암 수술을 했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삶이 아닌, 진짜 자신을 찾고 꿈이었던 요리에 도전하는 여정이 그려졌다.
정소민은 석류의 선택에 공감했다. 그 역시 무용이 아닌 배우의 꿈을 쫓았고 자신의 삶을 찾았다.
“저는 무용이 좋아서 했었지만, 최종적으로 더 좋아하는, 더 사랑하는 일을 만난 게 여전히 감사해요. 내 판단을 믿은 과거의 나를 좀 칭찬해주고 싶어졌어요.
연기를 하면서 번아웃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삶을 채우려고 한다”고 했다.
“이십대 후반에 번아웃이 왔고 삼십대 넘어가서 편해졌어요. 그래서 석류를 보면 이해가 가면서도 힘들텐데 하는 안타까움과 안쓰러움도 있고 더 응원하게 됐어요. 앞으로만 계속 나아가다보면 나를 갉아먹어요. 쉼이 없어지고. 석류도 그러다 번아웃이 오고 몸과 마음까지 아프게 된 케이스잖아요. 너무 힘주고 달리다보니까 파생되어 오는 힘듦이 있어요. ‘이제는 그런 것을 내려놓고 좀 더 즐겨보자’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삶을 채워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바로 번아웃이 극복되진 않았어요. 내 가치관에 변화를 주고 나서 그것을 내 몸에 체화 시키고 완벽하게 소화시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서 방향을 잡아놓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마음먹고 보니 어느샌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더라고요.”
정소민이 석류에게 느꼈던 공감을, 시청자들도 함께 느끼고 있다는 사실도 내심 뿌듯했다고 했다. 그는 “한 일본 팬이 직장내 괴롭힘으로 마음고생을 해서 살이 많이 빠졌다. ‘석류를 보고 그 때 참 많이 울고 싶었구나’ 알았던 것 같다는 댓글을 남겼다. 그러자 전세계 다른 팬들이 대댓글로 ‘잘 버텨줘서 고맙다’ ‘힘냈으면 좋겠다’ 공감과 위로를 남겨주는 모습을 보면서 저까지 따뜻해졌던 것 같다”고 미소를 머금었다.
‘엄마친구아들’을 끝낸 정소민은 “차기작이 찾아올 때까지, 당분간 쉬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일상을 채워나가면서 충전을 잘하고 싶다”고 했다. ‘좋아하는 것’들을 묻자 “조카랑 노는 것, 드라마와 영화 몰아보기, 클라이밍 하러 가는 것, 책 읽는 것”을 꼽으며 “좋아하는게 많지는 않지만 확실한 것이 있으면 그 개수가 적어도 괜찮더라. 뭐가 재미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소민은 “예전의 저는 성취가 중요한 사람이었는데 나의 편안함을 조금 더 우선순위에 두는 것으로 바뀐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정소민의 그 얼굴이 참 편안해보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들 곁에서 꿈을 찾은 석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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