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래퍼 그룹으로 이름을 알린 ‘수니와칠공주’ 서무석(87) 할머니가 암 투병 사실을 숨기고 지난 9개월 동안 활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수니와칠공주는 지난해 8월 칠곡군 지천면에 사는 할머니들이 모여 결성한 평균 나이 85살의 8인조 래퍼 그룹이다.
경북 칠곡군은 13일 “서 할머니가 지난 6일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암이 폐로 전이돼 의식이 혼미한 상태”라며 “그는 지난 1월 대학병원에서 림프종 혈액암 3기 판정을 받았지만,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 수니와칠공주에서 활동하지 못할 것 같아 가족을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 할머니는 병원에서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았지만, 암 세포도 그의 ‘랩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매주 화·목요일 경로당에서 열리는 연습에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각종 방송, 정부 정책 영상에도 출연했고, 뮤직비디오 제작에도 참여했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의 위촉장을 받고 보훈아너스 클럽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지난 4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4 한글주간 개막식’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다.
서 할머니의 딸 전경숙(65) 씨는 “랩을 하면서 웃고 행복해하시는 어머니 모습을 보니 활동하는 것을 말릴 수가 없었다. 지난 주말 몸져누워 있는 상황에서도 함께 랩을 하는 할머니들과 선생님 등 누구에게도 암 투병을 알리지 말라고 하실 만큼 랩에 진심이셨다. 랩을 하는 행복감으로 암을 이겨내며 (시한부 판정 기간보다) 6개월을 더 사시고 있다. 랩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칠곡군과 랩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서무석 어르신은 행복 바이러스로 암세포와 싸우며 마지막 남은 열정까지 불살라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수니와칠공주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김규현 기자 /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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