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으로 오해받아도 괜찮아요
김형석·서진호 부부의 남다른 사랑 이야기
부부는 서로를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남들은 그걸 쉽게 믿지 않는다. 작곡가 김형석과 배우 출신 아내 서진호는 자주 오해를 받는다.
나이 차가 큰 탓인지 병원에선 부부로 보지 않았고, 때로는 불륜 관계라는 시선까지 따라왔다. 그런데도 이들은 웃어넘긴다. 그 이유는 오직 둘만 아는 ‘진짜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영화 같은 장면으로 시작됐다. 서진호의 생일파티 자리에서였다. 영화 제작사에서 준비한 파티에는 영화와 음악계 인사들이 모였고, 그중 눈에 띈 사람이 바로 김형석이었다.
노란 머리에 파란 안경을 쓴 김형석을 본 서진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생애 그런 비주얼은 처음 봤어요.” 이국적 외모로 주목받던 배우와 음악계 괴짜가 그렇게 스쳐지나간 것이다.
파티 후에도 두 사람은 특별한 관계로 이어지지 않았다. 김형석이 전화번호를 물어보긴 했지만, 다음날 다른 여자와 카페에서 식사하는 장면을 목격한 서진호는 그를 가볍게 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때부터 김형석은 마음속에 그녀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2년 뒤,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2년 만에 재회한 김형석은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었다. 머리를 검게 염색하고 안경을 벗은 그는 서진호의 이상형에 한 발짝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때 반했죠.” 서진호는 웃으며 그때의 감정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하자 매일같이 만나며 사랑을 키워갔다. 김형석은 “연애에 너무 빠져 1년 넘게 일을 하지 않았다”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10살의 나이 차와 김형석의 재정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당시 김형석은 20억 원의 빚을 안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결혼을 주저했지만, 오히려 서진호는 “빚을 함께 갚자”며 결혼을 재촉했다. 그 의지는 두 사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서진호의 아버지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일화는 지금도 두 사람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남아 있다. 김형석이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아버지는 무려 한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배만 피웠다고 한다.
두 사람의 나이 차와 김형석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한 시간의 침묵 속에 담겨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이 부부는 모든 편견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고 2010년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 후에도 두 사람을 향한 시선은 따가웠다. 길거리나 병원에서조차 부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병원에선 우리가 부부로 안 보였는지 의사가 남남처럼 대했어요”라는 서진호의 고백은, 부부가 마주한 편견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주었고,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불륜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신혼 초부터 굳건했다. 결혼 후 2년 만에 20억 원의 빚을 청산했고, 2012년에는 딸을 품에 안았다. 현재는 8년 차 주부로 평범한 엄마의 일상을 즐기는 서진호와 여전히 음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김형석이 함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남들의 시선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믿음이죠.” 김형석과 서진호 부부는 다양한 오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서로를 지켰고, 지금은 그 어떤 부부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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