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의 가슴에 뜨거운 자부심을 안겨준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폄훼하는 발언들이 돌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를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한강 작가는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새 역사를 썼다. 노벨상으로만 따지면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수상 이후 외신에서는 한강 작가와 한국문학 및 K-컬처 파워를 주목하는 분석 기사가 쏟아지고 있으며 국내 서점가에서도 한강 작가의 책들이 순식간에 매진되고, 한강 특별전이 계획되는 등 전국 곳곳에 ‘한강 신드롬’이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소설가 김규나는 10일 자신의 SNS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써갈긴 ‘역사적 트라우마 직시’를 담았다는 소설들은 죄다 역사 왜곡”이라며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비속어가 연상되는 ‘오쉿팔’이라고 명칭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했다’는 스웨덴 한림원의 심사평에 대해 “한림원이 저런 식의 심사평을 내놓고 찬사했다는 건 한국의 역사를 뭣도 모른다는 것이고, 그저 출판사 로비에 놀아났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제 거짓 역사가 진짜로 박제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노벨문학상이 동양권 작가에게 돌아가야 했다면 중국 소설가 옌렌커가 적임자라며 한강 작가의 소설과 옌렌커의 글을 놓고 비교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올해 수상자와 옌렌커의 문학은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무게와 질감에서, 그리고 품격과 감동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둘을 비교하고도 그녀를 선택한 거라면 한림원 심사위원들 모두 정치적이거나 물질적이거나 혹은 명단 늘어놓고 선풍기 돌렸을 것이다. 아님 여자라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11일에도 SNS에 “우파라는 분들 중에서도 축하하는 분들이 참 많으시다. 배 아파서 이런 글 쓰는 게 아니고, 부러워서 안 축하하는 게 아니다”라며 “문단에서 내쳐지고 미움 받기 싫다. 하지만 문학에 발을 들인 사람으로서 문학은 적어도 인간의 척추를 꼿꼿이 세워야 한다고 믿는 못난 글쟁이로서 기뻐해야 하는 이유가 단지 한국인이기 때문이라면 그건 아닌 것 같다”라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는 11일 자신의 SNS에 “역사 왜곡으로 쓴 소설로 받은 상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제주 4·3 사건, 5·18 옹호를 소설이라는 이유로 어쨌든 그동안 노벨상이 없었으니 감사하자는 마음으로 우파 역시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아 찝찝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무슨 상을 받건 왜곡은 왜곡이다. 여전히 명단조차 밝히지 못하는 유공자에 대해 그 명단을 밝히라고 하면 죽일 사람 되는 나라가 정상이 맞느냐. 역사 위에 노벨상이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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