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선수들은 미래자원이다. 세대교체 연령은 아니다.”
홍명보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전세기를 타고 선수, 응원단과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차전 요르단과의 경기 승리(2-0) 뒤 곧바로 비행기를 탔다. 15일 저녁 8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4차전 이라크와 경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날 귀국 현장에서 홍 감독은 “기본적으로 중요한 경기였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하자고 주문했다. 그것을 선수들이 잘 해줬다”며 요르단전 완승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은 요르단과 경기에서 전반 이재성(마인츠), 후반 오현규(헹크)의 연속골로 올 초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겪었던 패배(0-2)를 갚았다. 또 까다로운 중동 원정에서 이기면서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선두(2승1무·승점 7)로 나섰다.
얻은 것은 많았다. 홍 감독은 “선수단의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처음 소집 때보다 자연스럽고 자유로웠다. 이런 과정에서 더 집중력 있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홍 감독의 부임으로 기대했던 리더십 회복과 원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선수들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오현규는 이날 공항 기자회견에서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팀 내외부적으로 서로 어울리면서 하나가 됐다. 그것이 결과로 나왔다. 이라크전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대교체? 홍 감독 생각은 달랐다
홍 감독은 이번 요르단전에서 손흥민(토트넘)의 공백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의 경기 중 부상 변수를 젊은 선수 기용으로 대처하면서 해소했다. 엄지성(스완지시티)는 전반 25분께 황희찬을 대신해 투입돼 측면 공간을 빠르게 파고 들었고, 후반에는 배준호(스토크시티)와 오현규 등이 가세하면서 대표팀 축구의 템포는 더 빨라졌다.
그동안 ‘대체불가’로 여겨졌던 손흥민의 빈 자리를 21~23살의 신예 선수들이 무난하게 메우면서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홍 감독은 달랐다. 그는 “그들은 대표팀 세대교체의 연령대가 아니다. 미래자원이다. 향후 2~3년 더 성장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소속팀에서도 잘 하고 있고, 대표팀에서 윈윈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고, 초반부터 풀타임으로 기용될 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 ‘젊은 피’ 선수들이 교체투입되면서 과감하게 도전하고, 전술적으로 기대 이상 뛰어준 것만큼은 분명하다. 손흥민과 황희찬 등 몇몇 선수에 의존하는 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알렸다.
축구는 한 두명이 하는 게 아니라 팀 스포츠라는 점도 확인됐다. 선수단이 하나로 뭉쳐서 뛰면서 시너지 효과는 커졌다. 15일 이라크와의 월드컵 아시아 예선 4차전을 앞두고 오현규가 “기대되고 설렌다”고 말한 이유다.
이제 홍명보 감독은 원점에서 시작한다. 그는 “아직 경기가 남았다. 지금 (요르단전) 승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라크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상을 당한 황희찬과 엄지성에 대해 “(두 선수는)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태인 것 같다. 어떻게 할지 미팅을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대표팀은 12일 성남FC클럽하우스에서 비공개 회복훈련을 하고, 13일부터 정상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겨레 김창금 선임기자 /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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