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성’을 갑자기 떠나가 버린 첫사랑, ‘나영’. 그는 작가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으로 날아갔다.
배우 유태오가 ‘해성’역을 맡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2023)의 아주 간략한 시놉시스다. 여기서 ‘해성’의 첫사랑 ‘나영’이 작가가 되기 위해 조국인 한국을 떠나 먼 타국으로 떠난 이유는 노벨상을 타기 위해서다.
유태오는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독특한 방식으로 축하했다. 그가 올린 것은 한강의 노벨 문학상을 알리는 축전과 ‘패스트 라이브즈’의 캡처본.
캡처본에서 유년시절을 한국에서 보내던 ‘나영’은 “한국사람들은 노벨 문학상을 못 탄다”며 당차게 이민을 떠난다. 해당 대사에 유태오가 남긴 말은 “한국에 남아 있지 그랬어”다.
한국 소설 ‘채식주의자’로 노벨 문학상을 당당하게 거머 쥔 한강을 향한 유태오의 위트 있는 축하다.
영화가 국내에 개봉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영화 속 대사가 뒤집힌 것에 대중은 쾌감을 표하고 있다는 후문.
한강은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뿐 아니라, 아시아 출신 여성으로도 최초다. 1901년 제정 이래 노벨 문학상이 백인의 독무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축하할 일이다. 지금까지 유색인종이 수상한 경우는 모두 7번뿐으로, 이번 한강이 수상함으로써 유색인종으로 8번째 수상자가 됐다.
한편,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부모로 둔 배우 유태오는 독일 쾰른에서 태어나 21년간 살았으나 늘 한국 국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태오는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10대 초반쯤 거울을 보면서 동양인처럼 생겼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라며 “아마 독일 국적을 선택했다면 독일에서 사는 게 훨씬 편해졌을 텐데, 내게서 독일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서규식 에디터 / kyusic.s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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