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보고 싶었고, 볼만한 넷플릭스 영화 한편이 공개된다. 일찍이 박찬욱 감독이 제작, 각본에 참여하며 화제가 된 ‘전, 란’이 그 주인공이다.
‘전, 란’(감독 김상만)은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종려의 부친(홍서준)은 명석한 두뇌와 천부적인 검술 실력을 가진 천영에게 종려의 곁을 지키게 한다.
천영은 양인으로 태어났으나 신분제도의 허술한 구멍으로 인해 노비로 살아가게 된 인물. 타고난 그릇이 뛰어난 천영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대신, 노비 신분을 벗어날 기회를 노리며 살아간다. 그리고 종려의 수족으 곁을 지키며 그의 학문과 무술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반면 종려는 세도가의 아들이지만 부친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인물. 그럼에도 늘 곁을 지키는 천영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난세가 닥치며 조선사회의 신분제도에 대한 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이 과정에서 천영이 자신의 일가족을 몰살했다는 오해를 하게 되며 천영에 대한 종려의 믿음은 분노로 뒤바뀐다.
‘전, 란’은 임진왜란 전후를 배경으로 한다. 극과극에 놓인 종려와 천영의 관계가 가장 앞에 나와있지만, 신분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조선시대의 다양한 계층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조명한다. 이 중에서도 신분제도의 가장 높은 곳, 왕좌를 표현하는 차승원의 캐릭터 해석이 돋보인다. 이미 역사에도 전쟁이 발발하자 수도를 버리고 도망을 간 임금으로 기록돼 있지만, 차승원은 신분의 특권을 순리대로 받아들이는 천진한 선조로 블랙코미디를 보여준다.
박정민은 첫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종려라는 인물의 감정 진폭을 유연하게 표현해냈다. 시대물이지만 드라마적인 허용을 통해 현대적인 대사가 가미된 것도 박정민의 첫 사극 도전 완충제가 되어줬다. 강동원은 천영이라는 인물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화려한 검술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소화해냈다.
의상과 음악, 미술에 두루 현대적인 감각이 입혀져 전에 본 적 없는 시대물로 완성됐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상미가 단연 눈길을 끌지만, 지나치게 많고 수위 높은 액션신들이 피로도를 높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허를 찌르는 웃음 코드, 종려와 천영을 필두로 다채로운 관계성을 통해 보여주는 풍속도가 균형을 이룬다.한편 ‘전, 란’은 오늘(1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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