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 한강이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일본 언론은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 수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그의 작품을 상세히 소개했다.
교도통신은 “2010년대 이후 사회적 문제의식을 가진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았고 일본에서도 ‘K문학’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며 “한강은 그중에서도 보편성과 문학성에서 선두를 달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간 존재를 근원적으로 다시 물은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상을 받으며 주목도를 높였고 이후 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도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강 작품의 공통점을 “사회의 억압에 대해 조용히 저항하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자세”로 꼽으며 “작품을 통해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를 물어왔다”고 평했다.
NHK는 한강에 대해 “많은 작품이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은 작가”라고 보도했다.
문학 연구자인 도코 고지 와세다대 교수는 NHK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작가로서도,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여성으로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것의 곤란함을 다룬 감동적인 작품이 많다”며 “한국 음악과 영화가 친숙해졌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 문학도 많이 읽히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럽 언론들은 “예상을 뒤엎는 결과”라는 반응을 내놨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이날 오후 스웨덴 한림원의 수상자 발표가 나온 뒤 이 소식을 홈페이지 대문 기사로 전하며 “온라인 베팅 사이트의 예상을 뒤엎었다”고 전했다.
피가로는 호주 작가인 제럴드 머네인·알렉시스 라이트, 루마니아 미르체아 카르타레스쿠, 케냐 응구기 와 티옹오, 미국 토머스 핀천, 프랑스 미셸 우엘벡 등 유력 후보 명단에서 한강의 이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간 리베라시옹 역시 “올해 수상자 선정은 문화 엘리트들을 놀라게 할 것”이라던 스웨덴 한 일간지의 문학 담당자 예측을 전하며 “다른 이들이 중국 찬쉐, 일본 무라카미 하루키 등에 걸었지만 수상자는 한국의 한강이었다”고 소식을 전했다.
피가로는 한강이 10대 시절 스웨덴 아동문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러시아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등을 탐독했으며 이런 초기 독서 경험이 그의 글쓰기에 영감을 줬다고 소개했다.
이어 맨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로 국제 문학계에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해엔 ‘작별하지 않는다’의 프랑스어판으로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르몽드는 “한강은 글쓰기와 더불어 미술과 음악에도 심혈을 기울여 왔으며 이는 그의 전체 문학 작품에 반영돼 있다”고 평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한강의 수상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며 “그는 소설, 에세이 등을 통해 가부장제, 폭력, 슬픔, 인간애 등의 주제를 다양하게 탐구해왔다”고 소개했다. 특히 ‘채식주의자’가 영국 최고 권위의 부커상을 수상한 점을 빼놓지 않으며 “이 번역은 비판받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독자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가디언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우리는 헤어지지 않아'(We do not part)라는 제목으로 내년 영어판으로도 출간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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