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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통의 가족’ 장동건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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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동건이 영화 ‘보통의 가족’으로 돌아왔다. / 에프엠스토리
배우 장동건이 영화 ‘보통의 가족’으로 돌아왔다. / 에프엠스토리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1992년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장동건은 데뷔와 동시에 뛰어난 외모와 캐릭터 소화력으로 단숨에 주목받았다. 이후 드라마 ‘마지막 승부’(1994), ‘신사의 품격’(2012),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친구’(2001),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 다수의 히트작을 탄생시키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그러나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선보인 작품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했고 2020년 사생활 논란까지 휩싸이면서 긴 공백기를 보내야 했다. 그리고 6년 만에 새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으로 돌아온 그는 가장 ‘보통’의 얼굴로 그동안 보지 못한 신선한 모습을 꺼내며 새롭게 써 나갈 연기 인생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장동건의 스크린 복귀작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서스펜스다. 네덜란드 인기 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덕혜옹주’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극 중 장동건은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인물 재규를 연기했다. 재규는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고 명예와 관련된 일에는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도덕적이고 자상한 소아과 의사다. 장동건은 몰입도 높은 열연으로 사건이 담긴 CCTV를 목격한 후 겪는 재규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을 얻고 있다. 그동안 보지 못한 그의 새로운 얼굴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장동건은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서는 소감과 캐릭터 구축 과정, 촬영 비하인드 등 ‘보통의 가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개인사에 대한 궁금함도 많을텐데 영화가 나만의 것이 아니니까 혹시라도 영향을 끼칠까 봐 조심스러운 마음”이라며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복귀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보통의 가족’에서 재규를 연기한 장동건 스틸. /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에서 재규를 연기한 장동건 스틸. /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6년 만에 새 영화다. 소감은. 

“기존 내가 찍었던 영화들과 다른 결이고 새로운 캐릭터로 관객을 찾아뵙는 것에 대한 설렘이 있다. 해외영화제, 토론토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반응이 좋아서 안도를 하기도 했다. 해외 관객들은 번역을 통해 접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 포인트나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것 같아 안심했다. 한국 관객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한국어로 전해지는 뉘앙스가 있잖나. 해외 관객은 캐치하지 못한 것까지 전달될 테니까 기대도 있고 걱정도 된다. 언론시사회 때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상영관까지 가는 복도가 짧았는데 길게 느껴져서 재판장 들어가는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평이 좋아서 기대도 많이 되고 자신감도 생기고 그렇다.”

-정말 오랜만에 일상적인 캐릭터를 소화했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현실에 발을 붙인 캐릭터라는 게 새롭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재규라는 사람을 잘 알 것 같았다. 이 사람의 심정이나 이런 것들을 잘 알겠고 내가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했던 캐릭터들은 외부적인 요소나 상상, 표면적인 캐릭터에 무언가를 가져와 덧붙여서 연기를 해야 했다면 이번에는 내 안에서 뭔가를 찾아 끄집어내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고 새로운 작업이겠다 싶었다. 더군다나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니까 좋은 작업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일상적 캐릭터를 연기하며 배우로서 얻은 깨달음이나 변화가 있다면. 

“이상하게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연기했다. 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어떤 영화를 선택하고 캐릭터가 주어지면 배우는 아무리 좋은 평을 받아도 아쉬움이 있기 때문에 더 좋은 걸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배우마다 각자의 방식이 있겠지만 나는 그걸 ‘심화’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이번에 하면서 기존에 하던 연기와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이었고 생각하는 지점도 달랐다. 내 안에서 찾는 과정이었다. 재규라는 캐릭터가 나와 가장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도 그런 의미다. 배우로서 조금 더 자유로워진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장동건. / 하이브미디어코퍼레이션, 마인드마크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장동건. / 하이브미디어코퍼레이션, 마인드마크

-‘내게도 이런 얼굴이 있나’ 스스로 새롭게 발견한 지점도 있나. 

“전작도 분장이 엄청 많았고 ‘창궐’도 분장이 과하게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그냥 자연인으로서 내 모습을 보니 낯설더라. 놀라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나이 들어 보인다고?(웃음) 현장에서도 농담 삼아 ‘(설)경구 형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인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늙는구나’ 하니까 오히려 더 내려놓고 인물에 집중이 잘됐다. 나중에는 모니터도 잘 안 보게 되고 감독님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더 갖게 되고 그랬다.”

-연기 앙상블이 무엇보다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설경구‧김희애‧수현 등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김희애 선배 같은 경우는 정말 신인처럼 열심히 한다. 신인배우도 저렇게까지는 안 할 것 같은데 할 정도로 정말 연기에만 집중한다. 연기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상대방을 찍고 있는데 그렇게 열연을 할 수 없다. 그러면서 본인이 할 걸 체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최선을 다해 좋은 에너지를 쏟는다. 카메라가 찍든 말든. 수현은 신인은 아니지만 한국 영화는 처음이기도 하니까 낯설고 어색할 법도 하고 특히 김희애 선배와 기싸움도 해야 하는데 밀리지 않더라. 첫 대사를 딱 했을 때 이건 되겠다 싶었다. 김희애 선배는 신인 같은 베테랑, 수현은 베테랑 같은 신인이었다. 앙상블, 조화가 너무 좋았다. 현장은 설경구 선배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컸다. 김희애 선배도 말이 없고 나도 현장에서 긴장을 하는 편이라 경구 형이 없으면 잔잔하고 조용했다. 경구 형이 있을 때는 화기애애하고 웃음도 나오고 그랬다.”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었다. 연기를 하는 내내 질문과 고민을 품고 있었을 것 같은데.

“우리 어렸을 때는 ‘애들끼리 싸울 수도 있지’라고 했지만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왜 맞고 들어와’라는 말도 절대 하면 안 된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 생각한 말은 있다. ‘너도 똑같이 폭력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너무 칭찬하고 잘했다’고. 이런 말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게 참 안타깝고 그렇다. 영화를 찍으면서 정말 하기 싫은 상상을 계속하면서 하긴 해야 했다. 실제 자식이 있다 보니 극 중 상황에서 투영하며 연기하니까 그런 점에서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옳은지는 알잖나. 정답은 나와 있는데 유불리가 개입되고 어떤 선택지가 주어진다. 여지가 없었다면 고민을 하지 않았겠지. 이 영화는 선택지가 있는 딜레마였을 때 사람의 본성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것 같다. 답은 당연히 ‘자수해서 광명 찾자’지만 정말 솔직하게 그 상황이 됐을 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장담하기 참 힘든 것 같다. 그게 부모의 심정이지 않을까.”

장동건이 더 다채롭게 쌓아갈 앞날을 예고했다. / 에프엠스토리
장동건이 더 다채롭게 쌓아갈 앞날을 예고했다. / 에프엠스토리

-실제 아버지가 된 경험이 연기를 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고 미치고 있나.

“내려놓는 것들이 많이 생겼다. 이것까지는 포기하면 안 되지 않을까 했던 것들이 많이 사라지고 오롯이 캐릭터에 더 들어갈 힘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기는 것 같다. 한강공원에서 아들과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찍을 때 마음이 되게 안 좋았다. 아들이 우는 걸 보니까 실제로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들더라. 진짜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니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테이크마다 그렇게 되더라. 영화의 제목이 확정되지 않았을 때 농담 삼아 아이디어 같은 것들을 내기도 했다. ‘자식이 웬수다’ ‘무자식이 상팔자’ 같은. (웃음) 부모의 심정이라는 게 전 세계를 막론하고 공감되고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태극기 휘날리며’가 재개봉하기도 했는데 아이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내 영화를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었다. 특히 극장에서. 재개봉할 때 아들을 데리고 가서 봤는데 되게 감명 깊어 했다. 뿌듯해하고 며칠 동안 여운을 갖고 있는 것 같더라. 아빠를 대하는 태도도 일주일 정도 달라졌다. 하하. 개인적으로 뿌듯했다. 욕심으로는 또 새로운 작품으로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태극기 휘날리며’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흥행작에 대한 욕심이나 기대는 없나. 

“허진호 감독과 전작 ‘위험한 관계’(2012)를 할 때 언제 적 ‘태극기 휘날리며’고 언제 적 ‘8월의 크리스마스’냐 하는 이야기를 나누며 갱신해 보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감독님은 ‘덕혜옹주’ ‘천문’ 등을 했는데 나는 사실 좋은 평을 받은 작품을 못만났다. 그런 것들이 한두 편 쌓이다 보니 원인이 뭘지 나 스스로 돌아보기도 했다. 요즘 드는 생각은 그 당시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해 새로운 느낌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나를 새롭게 생각하지 않고 신선하지 않으니 관객도 받아들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보통의 가족’)를 찍으면서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되고 나는 어떤 사람일까 평소 하지 않던 생각들까지 하게 됐다. 내 속에 감추고 있던 모습들을 꺼내 연기를 하니 연기하는 게 재밌고 나에 대한 새로운 느낌도 들기 시작하더라. 앞으로 어떤 역할을 또 하게 될지 모르지만 나 스스로 새로움과 신선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쌓아나가고 싶나.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많이 달라졌다.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채널이 한정적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예전에는 관심이 없어도 보이면 보게 되고 그랬는데 지금은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시대가 됐다. 과거에는 한 번의 실패가 다음 작업에 많이 영향을 줬고 그래서 작품을 택할 때 순수한 기준 이외의 것들이 개입됐던 것 같다. 지금은 사람들이 망한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나온지도 모르고.(웃음) 배우 입장에서는 더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 않나 싶다.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지금이 더 좋은 게 아닐까. 재밌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연기 활동을 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경력에 비해 작품 수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후회하는 점 중 하나다. 이제는 그러지 말아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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