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ATOR TALK
불가리 헤리티지 큐레이터 디렉터 지슬랭 오크레망(Gislain Aucremanne)과 나눈 이야기.
로마 거리를 장식하는 둥근 지붕 ‘큐폴라’를 닮은 ‘카보숑 컷’은 금의 표면을 물방울처럼 둥글게 연마하는 공예법이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이어진 금 세공 기법은 이제 불가리의 상징적이고 미학적인 시그너처 기술이 됐다. 로마가 지닌 풍요로운 문화유산을 계승하며 메종 DNA로 키워온 불가리 역사는 이들 헤리티지 컬렉션이 증명한다.
불가리가 140년 동안 지향해 온 하이 주얼러로서의 정체성은
지난 140년간 불가리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독창적이고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해 왔다. 옐로골드 사용과 대담한 색상 조합, 형태 디자인, 카보숑 컷, 뱀 문양, 고대 동전 사용 등 모든 요소가 메종의 특징적인 스타일이다. 불가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로마에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혁신으로 주얼리의 미래를 바라봤다. 그래서 주얼리에 독특한 재료를 도입했고, 주얼리 뉘앙스가 가진 아름다움을 고려해 보석과 결합한 유색 보석, 스틸, 금, 도자기, 실크 코드(Silk cords) 등 하이 주얼리에서 파격적인 소재를 적용했다. 불가리는 언제나 역사적인 하이 주얼러로서 아카이브의 미래를 내다보며 나아간다. 140년 동안 불가리에 영감을 준 로마는 여전히 불가리의 부활과 쇄신을 위한 강력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번에 소개되는 불가리 헤리티지 피스들은 도쿄 불가리 긴자 타워에서 동명의 전시로 선보인 적 있다. 로마 콘도티 거리 10번지에 있는 불가리 로마 본점의 ‘도무스’라는 공간에도 전시됐다
불가리 헤리티지 컬렉션은 주얼리와 시계, 귀중품을 포함해 총 1000여 점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컬렉션을 전시할 수 있는 건 아니므로 콘도티 거리에 있는 불가리 본점에 라틴어로 집 혹은 고향이라는 뜻을 가지는 상설 공간 ‘도무스(Domvs)’를 마련했다. 일반에게 개방된 이 헤리티지 갤러리는 불가리의 집 이자 고향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 주제인 ‘영원한 재탄생’과 전시작인 23점의 불가리 헤리티지 컬렉션은 불가리가 지닌 로마에 대한 영원한 영감을 구체화한다. 이 강력한 컨셉트는 ‘영원한 도시’라는 로마의 이름에서 유래한 ‘에테르나(Aeterna)’ 하이 주얼리 컬렉션과도 연결된다. 불가리의 ‘영원한 재탄생’은 2700년 이상 존재해 온 로마에서 받은 영감과 변화, 부흥, 폐허와 재탄생을 의미한다.
일본 전시 당시 “영원한 도시 로마가 불가리를 세계적인 하이 주얼리로 이끌었다”고 밝힌 적 있다. 불가리가 정의하는 로마의 아름다움이란
19세기 후반, 소티리오 불가리는 고국인 그리스를 떠나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로마를 선택했다. 소티리오 불가리와 후계자들은 건축과 예술, 그리스 로마 문화에 이르기까지 영원한 도시 로마를 특별한 영감의 원천으로 생각했고, 메종은 전 세계의 주얼리 하우스와 차별화되는 로마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불가리는 프랑스에서 영감받은 전통적인 주얼리 스타일을 버리고 이탈리아 주얼리 학파를 이끌기로 결정했다. 더 많은 색상을 대담하게 결합해 로마의 풍경이 지닌 빛을 주얼리에 담아냈다. 아름다운 로마의 하늘을 연상시키는 블루 스톤의 사용이나 로마의 언덕을 연상시키는 카보숑 컷은 주목해야 할 사례다. 또 대칭적이고 건축적인 제작 방식은 로마의 건축물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산 피터 광장에서 영감받은 브로치와 바로크 양식의 궁전에서 영감받은 탁상시계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준비하며 불가리가 쌓아온 140년의 시간과 2000년이 넘는 로마 역사를 연구한 것으로 안다. 이 광범위한 연구로 불가리는 어떤 영감을 얻었나
전시를 기획하려면 많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메종 아카이브에는 불가리의 로마적 정체성에 관한 지식과 영감, 도시에 대한 존경심이 잘 담겨 있다. 또한 미술사학자로서 문화적 맥락이 불가리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아트 주얼리는 공예품과 희귀한 보석을 사용하는 예술의 한 형태다. 건축과 회화, 조각처럼 다른 예술 장르와 연계해 연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는 이 특별한 전시 주제를 위해 로마에 살았거나 로마를 여행했던 예술가와 수집가들이 도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알고 싶었다. 로마미술사 서적뿐 아니라 과거의 여행자 서적도 살펴봤다. 로마가 지금껏 어떻게 묘사돼 왔는지에 대해 증거를 수집했고, 로마가 수많은 별명으로 언급된 유일한 도시라는 것도 알았다. 로마가 역사 속에서 가졌던 수많은 이름 중 8개는 인류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 여덟 가지 이름으로 전시 〈영원한 재탄생〉의 불가리 헤리티지 컬렉션 전시실 내 8개 챕터를 구성했다. 이번 전시가 로마를 새롭게 발견하고 이 도시의 매력을 전하는 문화적 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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