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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 오늘의 홍콩을 상징하는 ‘구룡성채: 무법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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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성채: 무법지대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 ‘구룡성채: 무법지대’가 오는 16일 개봉한다./제공=콘텐츠판다

오는 16일 개봉에 앞서 지난 7월 열린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미리 관객들과 만난 ‘구룡성채: 무법지대’는 지금 홍콩 영화계가 겪고 있는 고민을 대변한다. 표현의 제약과 자본 부족으로 시장 자체가 줄어드는 등 열악한 상황에서도, 중국 본토로 흡수되는 걸 완강하게 거부하는 그들만의 자존심과 결기가 묻어난다.

1980년대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밀항해 건너온 ‘첸록쿤'(임봉)은 가짜 신분증을 만들려다 ‘미스터 빅'(홍금보) 일당에게 돈을 뺏기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돈을 되찾으려다 마약 보따리를 들고 빈민촌인 구룡성채로 숨어든 ‘첸록쿤’은 구룡성채의 리더인 ‘사이클론'(고천락)에게 혼쭐이 나지만, 일자리와 잠자리를 제공받은 뒤 성채의 일원이 된다. ‘미스터 빅’ 일당은 ‘첸록쿤’을 잡겠다는 명목 하에 구룡성채를 빼앗으려 하고, ‘사이클론’과 ‘첸록쿤’을 비롯한 성채의 몇몇 이들이 맞서지만 역부족이다.

도입부만 보면 1980년대 중후반 홍콩 누아르의 출발을 알렸던 ‘성항기병’ 1·2편처럼 흘러가지 않을까, 모처럼 기대를 안겨준다. ‘성항기병’은 중국 본토에서 밀입국한 범죄자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실적인 액션 연출과 비관적인 분위기가 개봉 당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걸작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출생에 얽힌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장르는 순식간에 무협물로 바뀐다. 구룡성채를 차지하려 하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다시피 하며 일합을 겨루고, 악당은 쏟아지는 주먹 세례를 경공술로 막아내는 등 특유의 비현실적인 액션이 난무한다.

구룡성채: 무법지대
홍콩의 만능 엔터테이너 임봉(오른쪽)은 오는 16일 개봉 예정인 ‘구룡성채: 무법지대’에서 몸을 던지는 액션 연기로 주인공 ‘첸록쿤’ 역을 훌륭하게 소화한다./제공=콘텐츠판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이 슬쩍 담아내고 싶어했던 주제 의식은 빛이 바랜다. 흥행을 의식해 오락적 재미에만 치중하다 보니 홍콩의 현 주소를 얘기하기 위해 배치한 주요 메타포들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일례로 영화속 구룡성채는 중국 본토의 지나친 이념적 간섭으로 쇠락 일로를 걷고 있는 요즘의 홍콩을 상징하고, 구룡성채를 사수하려는 ‘첸록쿤’과 그의 친구들은 끝까지 보금자리에 남고 싶어하는 홍콩인으로 읽혀지지만 은유에서 그칠 뿐이다.

그럼에도 홍콩 영화 특유의 비장하면서도 허풍기 가득한 액션이 그리웠다면 제 격이다. 맏형 홍금보부터 ‘사대천왕’ 중 한 명인 곽부성과 연기파 고천락을 거쳐 만능 엔터테이너 임봉과 라이징 스타 유준겸까지 세대를 아우른 출연진의 몸을 내던지는 열연이 웬만한 단점은 가리기 때문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아시아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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