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거는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에 이렇게 썼다. ‘사진은 끝없는 응시로부터 나오는 무의식적 영감이다. 사진은 순간과 영원을 붙든다.’ 하나의 사진이 담는 결정적 순간은 계산될 수도, 예고될 수도 없는 것. 사진으로 우리는 어떤 순간을 다시 보고 경험할 수 있다. 사진의 가장 묵직한 정체성은 반복되는 순간이라는 사실에 있지 않을까. 이탈리아 로마의 하이 주얼러인 불가리가 국내 최초 사진 전문 미술관인 뮤지엄한미와 협력해 전시를 연다. 2024년은 불가리 창립 140주년이자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맞는 해. 사진과 주얼리를 통해 로마로 여정을 떠나는 〈영원한 재탄생 Eternally Reborn〉은 로마가 가진 영원한 도시의 빛 을 세 명의 한국 현대미술가가 사진 기반의 공감각적 예술로 재해석한 전시다.
이와 함께 불가리의 정수가 담긴, 23점의 불가리 헤리티지 컬렉션이 소개된다. 140년이라는 시간 동안 혁신과 진화를 거듭해온 불가리에 풍부한 영감을 준 것은 로마라는 도시 그 자체다.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는 로마를 돌의 도시로 바꿨고, 로마의 영화 촬영소인 치네치타가 번성한 시대에 수많은 배우들이 방문해 로마에 아름다움을 불어넣은 것처럼 긴 시간 생동감 넘치게 이어져온 도시의 전설적 순간들이 바로 불가리의 뮤즈였다. 로마를 방 문한 수많은 여행자 중 한 명이었던 그리스의 장인 소티리오 불가리는 로마를 제 2의 고향으로 삼았다. 그는 1884년 자신의 첫 번째 매장을 열었고, 로마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창조해 온 장인들과 마찬가지로 로마의 존재감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불가리가 전시를 준비하며 메종의 역사와 함께 2000년이 넘는, 로마의 거리와 건 축, 전설과 역사를 공들여 살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원한 재탄생’이라는 주제는 전시 협력자인 뮤지엄한미에게도 중요했다. “미술관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에요. 20여 년 전 사진 전문 미술관으로 출발한 뮤지엄 한미는 스무 살이 되던 해 삼청동으로 터를 옮겼습니다. 사진예술의 확장성을 추구하며 새롭게 문을 열었죠. 불가리가 로마의 영광스러운 과거를 끌어안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컬렉션을 재탄생시킨 것과 일맥상통합니다”라고 시니어 큐레이터 김지현은 설명한다. 뮤지엄 한미는 전시를 위해 전통적 사진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 이갑철, 사진이라는 매체의 확장성을 고민하는 배찬효, 사진을 기반으로 미디어아트를 다루는 이웅철 작가를 미술관으로 초대한다.
“이갑철의 사진은 일반적이지 않은 ‘시티스케이프’ 사진입니다. 굉장히 역동적인데 센서티브한 감성이 담겨 있죠. 흑백사진이지만 컬러를 상상할 수 있는 작업이에요. 사진이라는 매체적 확장성을 탐구해 온 배찬효의 전시실은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보면 됩니다. 들어서는 순간 작품 속으로 뛰어들게 될 겁니다. 이웅철은 ‘현자의 돌’에 관한 이야기를 미디어아트로 전합니다. 어떤 원석이 광대한 우주에서 예측할 수 없는 시간과 우연 속에서 만들어지는 과정과 이를 재창조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보여주죠.” 〈엘르 데코〉는 전시 〈영원한 재탄생〉의 시간을 미리 지면으로 불러왔다. 불가리 헤리티지 컬렉션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미학, 로마의 깊은 시간성이 담긴 23점의 하이 주얼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말을 거는 영원한 재생과 탄생의 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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