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바쳤어도, 혹은 평생을 바쳤기에. ‘죽기 전’까지는 좀 곤란하다. 34년차 배우 황정민(54)의 연기 이야기다.
나무위키에 등재된 대표작만 무려 22편(로드무비, 바람난 가족, 너는 내 운명,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사생결단, 검은 집, 행복, 부당거래, 댄싱퀸, 신세계, 남자가 사랑할 때, 국제시장, 베테랑, 히말라야, 검사외전, 곡성, 아수라, 공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수리남, 서울의 봄, 베테랑2). 이 중 천만관객을 돌파한 작품은 3편(국제시장, 베테랑, 서울의 봄)이다. 그야말로 인생이 연기고, 연기가 인생인 황정민. 그런 그에게 한 관객이 물었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작품은 뭔가요?” 지난 4일 부산국제영화제의 관객 대화 시간인 ‘액터스 하우스’에서였다.
이에 대한 황정민의 답은 간단했다. “아니, 죽기 전에 연기를 왜 해요? 이 힘든 걸?”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맞는 말이다. 영광은 찬란하지만 연기는 고역이다.
대신 그는 “정말 하고 싶은 건 웃기는 역할”이라고 밝혔다. “제가 보기엔 이렇게 무섭게 생겨도 재밌는 사람이거든요. 멀티 역할, 웃긴 역할 잘하는데 영화에서 기회가 없었어요. 웃긴 역할, 저 미친 듯이 잘할 수 있어요.
로맨스 영화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사랑은 관객과 소통하기에 너무 근사한 주제잖아요. 사랑은 다 아니까요.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상처받고. 소통하기에 너무 좋죠. 저 눈은 사랑하는 눈이다, 바로 보이잖아요. 숨소리며 호흡이며. 그래서 좋아하는데 제작이 돼야 말이죠.”
황정민은 “저는 어쨌든 광대로서 여러분들한테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려고 늘 준비하고 있다”며 “더 재밌는 근사한 작품으로 다가가겠다”고 했다.
현재 개봉을 앞둔 황정민 출연작은 SF 미스터리 스릴러 ‘호프'(감독 나홍진). 고립된 항구 마을에서 미지의 존재가 목격되고, 의문의 공격에 맞서는 주민들의 이야기다. 황정민은 작중 시골 경찰 ‘범석’ 역을 맡았다. 2025년 상반기 개봉 예정.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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